천리포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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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객원 칼럼니스트 정원일기] 민병갈의 마지막 선물, 세상 끝의 정원 천리포 수목원 _ 이동협
작 성 자 천리포수목원 작성일 2012-07-02 14:24 조회 3,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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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갈의 마지막 선물, 세상 끝의 정원 천리포 수목원 _ 이동협



천리포의 여름, 밀러가든 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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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포의 가을, 밀러가든 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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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포의 겨울, 밀러가든 정경




한국 수목원의 선구자, 천리포수목원


정원은 주거에 필요한 실용적 공간이자 예술로 승화되는 감성적, 문화적 공간이다. 또

생명과 교감하는 치유의 공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정원은 한 나라의 문화적 전통과 가

치를 헤아릴 수 있는 하나의 척도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정원은 어떨까?

한국의 땅은 70%가 산악으로 구성되어 지형이 다양하고 높낮이가 뚜렷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변화가 분명한 사계절 기후가 섞여 자연의 풍광이 아기자기하고 변화무

쌍하다. 예로부터 ‘금수강산’이라고 불릴 정도로 집 밖의 풍경이 더없이 화려하고 다양

해, 인공적인 정원이 발달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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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국화, 무궁화정원



한국 정원은 집 밖의 아름다운 풍경을 주거공간으로 끌어들이는 차경(借景 : 경치를 빌

린다)의 경관이다. 담장 경계 안의 공간은 청빈낙도(淸貧樂道)의 선비사상으로 화려하

지 않고 은유적이고 상징적이며 단순하고 소박하다. 한 마디로 한국의 정원은 ‘아름다

운 자연과 소박하고 격식 있는 인공적인 자연과의 조화’라 정의할 수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특별한 한국 정원, 천리포 수목원이 있다.



한국의 전통 정원은 아니다.

그러나 토착적이고, 매우 특별하고, 세계적이다.




현재 한국의 대표적 정원 중 하나이며 한국 최초의 수목원인 천리포수목원. 수목원의

주인은 놀랍게도 토종 한국인이 아니라 미국인 Carl Ferris Miller에서 귀화한 한국인,

‘민병갈’이다. 그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장교로 한국과 일본을 오가다가 한국의

자연과 문화, 사람들에게 폭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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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포수목원 게스트하우스, 배롱나무집



1962년 한국인으로 귀화하여 50여년 동안 전쟁으로 폐허가 된 바닷가의 모래 언덕을

나무와 꽃이 울창한 62ha(18만평)의 거대정원으로 가꾸었다. 2002년 81세, 그의 전 생

애를 바쳐 조성한 수목원과 사랑했던 식물들을 제2의 조국 한국에 내려놓고 떠났다. 그

는 천리포수목원의 한 동산에 묻혀, 죽어서도 수목원 나무들의 거름이 되고자 했다.



천리포수목원은 비밀의 정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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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갈 원장의 숙소였던 후박나무집


천리포수목원의 주인은 엄연히 꽃과 나무와 정원을 사랑한 순수한 개인, 민병갈이다.

하지만 그는 도리어 정원 안의 나무를 주인으로 섬기며 사는 일꾼이고자 했다. 사람의

잦은 발길로 식물이 다칠 것을 염려하여, 정원을 조성한 지 30년이 지난 2000년까지도

식물과 정원을 사랑한 소수의 친구들과 학자들 외에는 개방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야

말로 순수한 비밀의 정원으로 남겨 두었던 것이다. 지금은 개방되어 많은 일반인들이

찾고 있지만, 이 정원은 애초에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상업적 의도가 없다. 때문에

먹을 곳, 쉴 곳이 있는 복합적 편의시설을 기대하지는 말라.



식물자원을 보전하고 연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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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정원, 상사화




천리포수목원은 식물자원의 연구기관이기도 하다. 연구시설이라고 해도 정부의 정책

방향 설정과 지침으로 운영하는 시설이 아니라, 식물자원의 보전과 연구를 지향하는

개인이 운영하는 시설이다. 현재 1만 5천종의 식물을 보유하여 해외 33개국, 350여개의

유명 수목원과 종자교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식물자원정보를 교류하여 멸종위기식물

을 보전하고 있다. 민병갈 원장은 이런 자연 보전의 업적으로 한국 ‘숲의 명예전당’에

헌액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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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포 여름정원의 아침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


2000년 국제수목학회는 천리포수목원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 으로 명명하

였다. 정원이 발달한 중국이나 일본의 수목원들을 제치고 아시아 최초로 세계 에서 12

번째로 ‘뛰어난 수목원’으로 인증 받은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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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리포의 봄, 후박나무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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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유일의 논이 있는 정원, 천리포수목원


천리포수목원 안의 식물개체는 매우 다양하다. 목련, 호랑가시, 동백, 무궁화, 단풍나

무 등의 5대속이 집중 확보되어 세계적인 수준에 이른다. 또한 바다를 끼고 있는 해양

기후로 수목원 최적의 서식환경을 자랑한다. 주변 태안반도 연안과 섬을 둘러싼 자연

과 한국의 전통가옥과 다양한 식생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광 또한 멋지다.

민병갈은 한국인보다 더 한국적 이미지를 사랑하여 수목원 안에 한옥과 초가집을 보전

하였다. 한국정원의 특징인 소박과 격, 서양의 감성적 실용정원을 결합하여 한국 지형

과 기후에 적합한 식생을 조성하였다. 전통과 실용이 공존하는, 세계 여느 수목원과도

‘다른’ 특별한 정원이다.


무엇보다 정원에 대한 주인의 철학과 가치관이 상업적이지 않고 순수하다. 민병갈의

사상이 인간 중심적이지 않고 자연 중심적이며, 국수주의적이지 않은 세계주의적이었

기 때문에 천리포 수목원은 토착화된 미학적 공간이자 다양한 식물 자원을 보전하고

연구하는 세계적인 공간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세상 끝의 정원



천리포수목원은 한국의 서해안 중 태안해안국립공원의 바다 끝에 위치하고 있다. 민병

갈 원장이 첫발을 내딛은 이곳은 수도 서울에서 세상 끝과 같이 먼 곳이었다. 1945년부

터 2000년대까지 한국의 격동기를 관통하며 살아온 그는, 천리포수목원이 지리적으로

먼 곳일 뿐만 아니라 세상의 변화와 소음에 멀리 떨어진 곳이기를 바랬다. 식물이 간섭

받지 않고 마음대로 자랄 수 있는 청정지역으로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며 치

유 받을 수 있는, ‘세상 끝의 정원’이 되기를 꿈꾼 민병갈 원장.



“내가 죽은 뒤에도 자식처럼 키운 천리포의 수목들은 몇 백 년 더 살며,

내가 제2조국으로 삼은 한국에 바친 마지막 선물로 남기를 바랍니다.”




그의 유지(遺志)대로 천리포수목원이 한국인을 위한 선물, 나아가 세계인을 위한 위대

한 유산으로 남길 바란다. 천리포 수목원은 민병갈의 순수하고 고독한 영혼이 서려있

는 세상 끝의 정원으로 보전,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12(0).jpg◀ 천리포의 가을, NYSSA


13(0).jpg 기고 이동협

서울대학교 조경학과 졸업하고 KBS, SBS 무대디자이너로 활동했다. 2004년부터 천리

포수목원을 101차례 방문해《정원소요(천리포수목원의 사계)》라는 책을 출간했으며

‘꿈꾸는 정원사’라는 이름으로 ‘나의 정원일기’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SBS

아트텍 경영 지원 팀장이다.

기고자 이동협의 ‘꿈꾸는 정원사’ 블로그
http://blog.chosun.com/ydh208



-국가브랜드위원회 홈페이지에 기고된 글이며, 기고자의 동의를 얻어 개제하였습니다.

http://www.koreabrand.net/kr/know/know_view.do?CATE_CD=0010&SEQ=2528&pageInde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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