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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이야기] 119. 감쪽같이 깊은 뜻을 지닌 친숙한 나무 ‘감나무’
작 성 자 관리자 작성일 2018-11-08 13:06 조회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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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감쪽같이 깊은 뜻을 지닌 친숙한 나무 감나무

 

.사진_천리포수목원 최수진 기획홍보팀장

 

 

막무가내로 우는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은 기한에 맞춰 신문사 원고를 쓰는 일 못지않게 어렵다. 바람직한 해결책은 아닌 줄 알지만 아무리 달래도 울음을 잘 그치지 않을 때는 스마트폰을 하는 수없이 꺼내 놓곤 한다. 그러면 아이는 언제 그랬냐는 듯 울음을 뚝 그친다. 지금의 스마트폰은 그 옛날 곶감 같은 존재가 아닐까. 쫀득하고 달콤한 곶감은 호랑이도 무서워할 만큼 강력한 존재였으니 말이다.

 

곶감이 아니더라도 감나무(Diospyros kaki Thunb.)의 열매인 감은 우리에게 친숙한 과일이다. 감나무만큼 우리네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과실나무가 또 있을까? 우리나라 전역의 시골집 마당이나 마을 언저리에서 감나무를 만나는 일은 흔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깊은 숲속에서 야생하는 감나무가 없다고 중국에서 도입된 나무라는 의견도 있고, 떫은 감은 한국이 자생지고, 단감은 일본이 자생지라는 의견도 있고, 학자마다 조금씩 다른 견해를 내고 있다. 자생지가 어디든, 오래전부터 이 계절 우리의 감성에는 감나무가 들어와 있다. 가지마다 주렁주렁 주홍빛으로 익은 감은 탱글탱글한 어린아이 볼처럼 곱고 사랑스럽다. 풍성하게 달린 감이 담벼락과 지붕을 넘어 걸려있는 모습이 보며 깊어가는 가을의 서정을 느낀다. 맛은 또 어떠한가. 단감은 아삭아삭하고 홍시는 입에서 살살 녹으니 과실의 신이라 불릴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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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도 맛이지만, 우리 선조들은 감에 담긴 의미를 중요시하여 아무리 간소한 제사라 해도 감을 빠뜨리지 않고 상에 올렸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담이 있지만, 감은 예외이다. 좋은 감이라도 그 씨를 심으면 똑같은 감이 아니라 작고 떫은 고욤이 열린다. 이는 건강하고 좋은 감을 얻기 위해 고욤나무를 잘라 감나무 줄기를 접붙여서 감나무를 기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선조들은 감나무를 통해 교육이라는 의미를 떠올렸다. 사람도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하여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생가지를 째는 아픔처럼 힘든 일을 견디고 좋은 스승에게 가르침을 받고 배워야 비로소 사람이 된다고 여겨 이점을 일깨우기 위해 제사상에 필수적으로 올리게 되었다. 참고로 고욤나무는 감나무와 친척인 나무로 감나무와 생김새가 닮았지만 꽃과 열매의 크기가 작다. 종종 꾸미거나 고친 것이 전혀 알아챌 수 없을 정도로 티가 나지 않을 때 흔히 감쪽같다란 말을 쓰는데, 이 어원에서도 감나무와 고욤나무를 찾을 수 있다. 고욤나무와 감나무가 접붙여지면서 밀착되어 접을 붙인 표시가 잘 나지 않는다는 의미로 감접이 변하여 감쪽이 되었다.

 

제주도에서는 감물을 들여 갈옷을 지어 입었다. 감나무는 열매뿐 만 아니라 가을철 여느 단풍나무 못지않게 울긋불긋 단풍이 들어 아름답고, 검은빛은 띠는 목재는 고급 가구재로 쓰이고, 탄력이 있어 나무망치나 활을 만들 때도 사용되었다. 감이 열리는 가지를 꺾어 보면, 속에 검은색이 드러나 부모가 자식을 낳고 키우면서 검게 속이 탔기 때문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여러 면에서 활용도도 높지만, 배울 점이 많아 감나무를 두고 오상(五常)이라 부르며 우러러보았다. 감나무의 넓은 잎은 종이가 된다 하여 문()이 있고, 나무로 화살을 만들 수 있으니 무()가 있으며, 감을 보면 겉과 속이 같아 표리부동하지 않아 충()이 있다 여겼다. , 치아가 없는 노인도 먹을 수 있는 과일이라 효()가 있고, 늦가을까지 가지 끝에 달려있어 절()이 있다 했다.

 

천리포수목원에서도 감나무가 곳곳에 심겨 있다. 감나무는 종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수목원 곳곳에 있는 한옥, 초가집과 어우러져 정감 있는 시골 풍경을 떠올리게 하고 숲속의 새들에게는 영양소 만점인 먹이가 되기에 무척 좋은 식물자원이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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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며칠 전 탐방로를 걷다 우연히 직박구리가 잘 익은 감을 쪼아 먹는 걸 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겨울 문턱에서 잎을 떨구고 앙상한 가지 사이에 매달린 몇 알의 붉은 감이 애처로워 보이기도 했지만, 누군가에게 아낌없이 자신을 내어주며 생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주는 감이 고맙게 느껴졌다. 까치면 어떻고 직박구리면 어떤가! 달콤한 배려로 깊어가는 계절을 함께 살아가고 있으니 이보다 큰 사랑을 또 어디서 만날까. 앞으로는 딸아이가 울면 감나무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 줘야겠다. 스마트폰보다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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