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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이야기] 116. 긴 세월을 뛰어 넘어 살아나는, 연꽃
작 성 자 천리포수목원 작성일 2018-08-07 11:35 조회 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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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긴 세월을 뛰어 넘어 살아나는, 연꽃

 

.사진_천리포수목원 최수진 기획홍보팀장

 

연일 최고기온을 갱신하며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문밖을 나서자마자 숨이 턱 막히는 뜨거운 열기가 온몸을 감싸기에, 그늘도 없이 온종일 뜨거운 태양을 그대로 내리쬐는 식물들의 고충은 오죽할까 싶다. 모두 힘든 여름을 보내고 있기에 수목원 습지원에서 여유가 느껴질 만큼 기품 있게 피어난 연꽃(Nelumbo nucifera Gaertn.)을 보니 지친 마음에 위로와 활력이 생긴다. 키를 높여 하얀색, 분홍색으로 곱게 피어난 꽃과 넓은 잎은 더운 바람에도 촐싹대지 않고 한들거려 의연함이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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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당수에 빠진 심청이가 연꽃에 실려 물 밖으로 나온 고전 소설을 듣고, 연근과 연잎, 연꽃으로 만든 음식을 먹고, 사찰의 연등, 불상, 문살 등에 단골로 나오는 연꽃을 보며 자란 사람 중에는 연꽃을 우리나라 자생 식물로 아는 이가 많다. 연꽃과의 여러해살이 수초인 연꽃은 주변의 공원이나 식물원 등에서도 흔히 만날 수 있어 친숙하지만, 인도, 중국, 일본을 비롯해 오스트레일리아 북부가 고향인 식물이다. 물이 괴여 있는 곳을 흔히 연못이라 부르는데, 알고 보면 이 뜻도 연꽃을 심은 못이니 은연중 우리들 언어와 생각 속에 오래전부터 연꽃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다. 천리포수목원에도 두 개의 연못이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연꽃은 없고 수련만 자라고 있다. 그래서일까 수련을 보고 사람들이 연꽃이라 오해하는 일이 많다. 연꽃과 수련은 꽃과 잎의 생김새와 위치에서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물 가까이 잎과 꽃이 있고, 잎이 갈라져 있다면 수련이다. 대조적으로 물과 떨어져 잎과 꽃이 피고 우산살처럼 사방으로 뻗어난 원형의 잎과 꽃 중간에 샤워꼭지를 닮은 씨방이 보인다면 연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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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시대에 불교가 국교로서 성행함에 따라 도성 안팎으로 수많은 사찰이 지어졌고 사찰마다 보편적으로 연지가 꾸며졌다고는 하지만, 연꽃이 언제부터 우리 곁에 왔는지 정확히 알려진 바는 없다. 경기도 시흥시의 하중동에 위치한 관곡지란 못에는 조선 전기의 관료이자 농학자로 명성이 높던 강희맹(1424-1483)이 명나라 남경에 있는 전당지에서 꽃은 흰색인데 끝부분만 옅은 붉은빛을 띠는 연꽃 씨를 가져왔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큼지막한 잎사귀 사이로 청아하고 고결한 얼굴을 내미는 연꽃의 자태를 처음 본 강희맹 선생의 마음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간다. 고운 빛깔과 맑은 향기를 지닌 관곡지의 연꽃을 지키기 위해 나라에서 6명의 연지기까지 두고 관리했다고 하니 연꽃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그만큼 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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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하면 중국 북송시대 학자인 주돈이(周敦頤)가 쓴 애련설(愛蓮說)’을 빼놓을 수 없다. 진흙 속에서 자라지만 더러움에 물들지 않으며, 맑고 잔잔한 물에 씻겨 청결하되 요염하지 않으며, 줄기 속은 비었으되 겉은 곧으며, 덩굴도 뻗지 않고 가지도 치지 않으며, 향기는 멀리 갈수록 더욱 맑아지며, 꼿꼿하고 맑게 심어져 있어, 멀리서 바라볼 수는 있어도 얕잡아 보아 함부로 다룰 수는 없다며 연꽃에 대한 예찬을 펼쳤다. 연꽃은 꽃 중의 군자라 일컬어지며 순결과 청아함, 신성함을 갖추면서도 불교에서는 극락세계를, 꽃과 열매 그리고 싹이 함께 보여 영원성과 환생을 상징하며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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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꽃은 많은 열매를 품어 다산과 풍요를 의미하기도 하는데, 1951년 일본 치바시 소재의 동경대학 지하에서 2,000년 전 연꽃 씨앗이 발견되었고, 이를 싹 틔우는데 성공해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0년 성산산성에서 발견된 고려 시대 연꽃 씨앗이 700년의 긴 세월을 뛰어넘고 고운 꽃을 피워 화제가 되었다. 오랜 시간 수없이 많은 역사의 조각들이 조그만 씨앗 위에 펼쳐졌을 것이다. 100년도 살기 어려운 우리가 그 몇 배로 삶의 무게를 견디며 켜켜이 쌓아 온 세월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연꽃 씨앗을 생각하며 놀라움을 넘어 숙연해지는 이유가 있다. 그 만큼 무엇인가를 지킨다는 것은 어렵고, 대단한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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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무더위에 체온을 지키는 것, 세상의 모진 고통과 위험 속에서도 자식을 지키며 생명을 지키는 것, 더 나아가 가족을 지키고, 사랑을 지키고, 우정을 지키고, 의리를 지키고, 신념을 지키는 것, 그리고 신문사 원고 기일을 지킨다는 것! 이 모든 것이 참으로 어렵고 대단한 일이라는 것을 한낮의 무더위 속 연꽃을 통해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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