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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이야기] 115. 키를 낮추어 사랑과 정을 나누는 뽕나무
작 성 자 천리포수목원 작성일 2018-07-13 14:09 조회 4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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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5. 키를 낮추어 사랑과 정을 나누는 뽕나무

 

.사진_천리포수목원 최수진 기획홍보팀장

 

임도 보고 뽕도 땄네사람들이 나더러 수목원에 입사해서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고 종종 이 속담을 꺼내어 놀리곤 한다. 수목원에서 뽕잎을 딴 적은 없지만, 의미로 따지면 틀린 말도 아니니 웃음으로 때울 때가 많다. 지금은 뽕잎을 따는 것도, 누에가 뽕잎을 먹는 것도 보기 힘든 시대지만, 내 어머니만 해도 어릴 적에 집에서 누에를 키우셨다. 어머니는 끊임없이 뽕잎을 먹는 누에 때문에 뽕잎을 따야 하는 일이 꽤 수고로운 일이었다고 말씀하셨지만, 아마도 그 동네에는 수고스러움을 보상해 줄 만큼 멋진 사내가 없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뽕나무(Morus alba L.)는 중국이 고향인 낙엽 지는 교목으로 북반구 온대 지역에 널리 분포하는 나무다. 우리나라 전역의 민가 주변에서도 흔히 만날 수 있는 뽕나무는 태안에서도 인기 있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열매인 오디가 웰빙 식품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새로운 소득 작물로 여겨져 태안에서 뽕나무 재배면적이 2015년 대비 지난해 20배가 증가해 뉴스에 소개되기까지 했다. 오디는 입안 가득 퍼지는 달달한 맛이 일품이지만, 안토시아닌이 블루베리의 1.5배나 많고, 비타민 A, B, B2, C, 칼슘, 칼륨 등 영양도 풍부해 최고의 간식으로 손꼽힌다. 게다가 소화도 잘되어 많이 먹으면 방귀가 하고 나온다 하여 뽕나무라 부르니, 유머는 덤으로 갖춘 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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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매 못지않게 뽕잎은 예로부터 비단을 만드는 누에의 먹이로 쓰여 왕실에서 특별히 뽕나무의 재배를 권장하고 돌봐왔다. 로마제국의 멸망 원인을 과도한 비단 지출비로 꼽을 정도로 실크로드로 대변되는 비단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당시의 비단은 전 세계적으로 고급 옷감으로 통용되어 금은보석 못잖게 가치가 있어서 우리나라 왕실의 주요한 살림 밑천이 되었다. 지금은 고층 빌딩과 아파트가 빽빽하게 자리 잡은 서울 잠원동과 잠실동 일대가 조선 시대에는 양잠 시범 사업을 위해 뽕나무를 많이 심은 밭이었다고 하니,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변한다는 상전벽해(桑田碧海)란 말이 와닿는다. 비록 지금은 가지 중간 부분이 잘라져 고사목이 되었지만, 1973년에 지정된 서울시의 기념물 1호가 잠원동에 있는 뽕나무란 점이 흥미를 끈다.

 

뽕나무는 전쟁이 나면 오디는 식량으로 쓰고 목질은 단단하고 질겨 활을 만드는 군수물자의 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줄기와 뿌리는 열을 내리고 기침을 그치게 하는 것 그뿐만 아니라 종기, 부종, 천식, 고혈압에도 효능이 있어 약재로도 쓰인다. 시중에 사 먹는 오디는 열매를 직접 따기도 하지만, 효율을 높이기 위해 그물처럼 생긴 벌집망을 바닥에 띄워서 설치하고 수확하는 곳이 많다. 떨어지는 열매를 수확하니 나무가 높이 자라도 크게 아쉬울 건 없는데 뽕잎 수확은 사정이 다르다. 뽕잎을 따기 위해 매번 사다리를 타기도 위험하고 관리도 힘드니 가지를 잘라서 키를 낮춰 옆으로 넓게 키워야 한다. 그렇다 보니 천리포수목원 밀러가든에서 자연 그대로 자라난 뽕나무를 보신 분들은 나무의 큰 키에 놀라는 일이 많다. 뽕나무는 자연 상태에서는 12m까지 자란다고 알려져 있는데 강원도 정선 봉양리의 뽕나무는 25m까지 크게 자라나 우리나라 뽕나무 중 가장 키다리 나무로 꼽히고 있다. 원래대로 두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이 자라는 나무인데 사람의 욕심으로 키를 낮춰야 했던 뽕나무의 세상살이가 얼마나 고단했을까 싶어 마음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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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전 천리포수목원에 입사했을 때가 지금 무렵이다. 퇴근길에 흙바닥에 떨어진 뽕나무 열매를 주워 먹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때가 있었다. 혼자 먹기 아쉬워 룸메이트와 나눠 먹으려고 잘 익은 오디를 골라 손에 한주먹을 주워오면 어느새 농익은 오디의 검붉은 액이 흘러내려 검은색으로 손이 물들 곤했었다. 며칠 전 사진을 가르쳐주신 선생님으로부터 정성이 듬뿍 담긴 오디잼을 선물 받았다. 함께 곁들여 먹으라고 크래커도 두 개나 넣어주시며 무리하지 말고 건강 챙기라라는 따뜻한 인사도 건네셨다. 비록 키를 낮춰 살아오고 있지만 뽕나무는 그 속을 알 수 없는 깊은 배려를 검게 숨긴 채 우리들 곁에 살았나보다. 진득하면서도 검은, 향긋한 오디잼을 맛보며 그 속에 담긴 사랑과 정 그리고 지난날의 추억을 가득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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