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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이야기] 114. 꿀맛 같은 양봉, 그 매력에 빠지다
작 성 자 천리포수목원 작성일 2018-06-08 15:22 조회 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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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꿀맛 같은 양봉, 그 매력에 빠지다

 

.사진_천리포수목원 최수진 기획홍보팀장

 

오늘은 최근 꿀벌의 매력에 빠진 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실내디자인을 전공한 내가 수목원에 근무하면서 식물에 대한 이야기를 적고 있는 것도 희한하지만, 갑자기 꿀벌이라니! 사실 꿀벌 이야기지만, 식물과도 깊은 인연이 있다. 지난 3월 천리포수목원 내에서 양봉을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식물의 수분을 돕고, 벌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문화를 알리는 교육과 체험, 홍보를 하면 좋겠다는 취지에서였다. 더욱이 양봉을 통해 꿀과 화분도 나눌 수 있으니, 수목원 고유의 기념품으로 만들면 좋겠다는 기대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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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원의 새로운 도전은 마땅한 담당자를 찾을 수 없어 처음 양봉을 기획한 내가 맡게 되었다. 잘 모르는 일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안전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취지는 좋지만, 관람객들이 편안하고 안전하게 수목원을 둘러봐야 하기에 함부로 꿀벌을 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인근의 양봉 전문가를 섭외하여 벌을 키우기 위한 환경과 안전에 대한 자문을 받았다. 설상가상 전문가로부터 천리포수목원은 해안과 너무 가까운 탓에 안개가 잦고 습해서 꿀벌들이 서식하기가 좋지 않고, 다양한 식물이 어우러져 살고는 있지만 그중에 밀원식물이 얼마만큼 일지 헤아릴 수 없어 성공적인 양봉을 기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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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도전을 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여 지난 4월 벌집 2통이 수목원으로 이사를 왔다. 다행히 우려했던 것과 달리 꿀벌이 안정을 취하고 지속적으로 식구를 늘였기에 넓은 2층 집도 마련해 주었다. 꿀벌과의 만남이 제법 익숙해지던 5월 첫 주부터는 본격적으로 화분을 받았다. 꽃을 심어 가꾸는 그릇인 화분(花盆)이 아니라 꿀벌이 자신의 타액과 꽃가루를 꿀에 버무려 뭉쳐 만든 화분(花粉)이기에 더없이 소중하고 귀했다. 쉽게 말해 꽃가루 경단인 화분은 벌들이 집으로 들어오는 입구 앞에 화분받이 장비(채분기)를 설치하여 얻을 수 있다. 화분은 어린 유충이나 로열젤리를 만드는 여왕벌의 먹이로 사용하는데 꼭 필요한 것으로 천연 미네랄 덩어리이자 비타민, 자연의 종합 영양제라 불린다. 유아기 성장 발육을 돕고 강장작용을 하며, 허약체질을 보완해 생체의 기본적인 생리 기능을 강화시켜준다고 하니 2-3mm 남짓한 화분이 보름달처럼 크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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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구나 화분은 그냥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니었다. 방충복과 두 겹의 장갑을 끼고 조심스럽게 벌통으로 접근해 채분기에서 화분을 빼고, 다시 채분기를 설치하고, 빼놓은 화분은 함께 섞여 있는 이물질을 제거하고, 상온에 그냥 두면 상할 수 있기 때문에 햇볕에 말리거나 건조기에 넣어 건조해야 했다. 매일 일기예보를 예의주시하며 꿀벌과 함께 하루의 시작과 끝을 맞이하는 날들이 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꿀벌은 가족이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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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인 지금 화분을 모으는 기간이 끝났다. 지금까지 정성 들여 모아 둔 화분을 보며 개미와 베짱이 동화에 나오는 주인공 개미처럼 마음이 든든하다. 다양한 꽃이 피어나는 천리포수목원에서 살고 있는 꿀벌들은 색과 향, 맛과 영양이 다양한 화분을 모을 수 있어서 다른 곳과는 비교할 수 없이 깊고 진한 풍미와 건강함을 지닌 화분으로 그간의 노고에 보답한다.

 

사실 앞으로 갈 길은 더 멀고 험하다. 꿀벌을 더 능숙하게 다룰 수 있어야 교육과 체험도 진행할 수 있기에 아직은 풀어야 할 과제도 많이 남아 있다. 그러고 보니 아직 꿀맛도 못 봤다. 올해는 비가 자주 내려 제대로 된 꿀을 못 얻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 맛본 꿀맛 같은 양봉의 재미와 보람은 그 어떤 꿀맛보다 달콤하니 충분한 위로로 삼을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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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인슈타인은 지구에서 벌이 사라진다면 인류는 4년을 버틸 수 없을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세계 식물의 70퍼센트 이상을 화분매개(수분)하는 벌은 생태계에서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아주 소중한 존재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환경파괴로 인해 지구상의 많은 벌들이 사라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양봉을 하면서 죽을힘을 다해 달려들며 동료를 지키는 노장 꿀벌들을 만나 곤한다. 침을 쏘면 죽는 걸 알지만, 더 큰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일은 프로만이 가능하다. 비록 작은 곤충일지라도 그러한 용기가 무기가 되어 함부로 대하지 못하니 멋지지 않은가! 바야흐로 회사를 위해! 사회를 위해! 나라를 위해! 지구를 위해 희생과 용기가 필요한 때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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