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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이야기] 113. 이 봄에 누리는 호사, 우산고로회
작 성 자 관리자 작성일 2018-05-11 09:40 조회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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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이 봄에 누리는 호사, 우산고로쇠

 

.사진_천리포수목원 최수진 기획홍보팀장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저녁을 먹기 위해 음식점에 들렀다때 이른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저녁시간에 맞춰 예약된 자리를 제외하고는 빈자리가 없었다마침운이 좋게 한 자리가 비어서 식사를 할 수 있었다알고 보니 그날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맞아 외식하러 나온 사람들로 가득했고그래서 테이블마다 가족들 간의 대화와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함께 온 지인은 오늘 같은 날은 돌아가신 부모님 더 그리워진다며 살아계실 때 잘해드리지 못했음을 안타까워했다음식 맛도 좋고 주변의 분위기도 화기애애 좋았지만마음 한편이 아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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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에는 적절할 시기가 있다. 시기를 놓치면 못하는 것들도 꽤 많다. 정원을 관리하는 가드너들도 때에 맞춰 정원에 나무를 심고 가꿔야 제대로 된 꽃과 열매를 볼 수 있다. 시기를 놓쳐 나무를 심고, 가지를 자르면 애지중지하던 나무가 죽거나 꽃이 피지도 못하고 허망한 한해를 보내게 될 수도 있다. 고로쇠나무(Acer pictum subsp. mono (Maxim.) Ohashi)는 천연이온수로 불리는 수액을 만드는 나무로 알려져 있다. 뼈에 이롭다는 골리수(骨利水)’란 한자어에서 고로쇠가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이 나무의 수액을 채취하는데도 적절한 시기가 있다. 겨울부터 이른 봄까지, 대게 경칩을 전후로 10~20일 가량만 수액을 채취하는데, 이후에는 수액도 잘 나오지 않고 나오더라도 약효가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무 입장에서는 그나마 다행인지도 모른다. 땅속의 수분과 양분을 빨아들여 어렵게 만든 귀한 수액 일 텐데, 시도 때도 없이 너무 많은 수액을 사람에게 양보하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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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리포수목원 우드랜드 끝자락에는 고로쇠나무의 한 종류인 우산고로쇠(Acer okamotoanum Nakai)’가 우람하게 자라고 있다. 고로쇠나무는 우리나라 전국 산지에 널리 자라는데 특별히 우산고로쇠는 고향이 울릉도이다. 그래서 이름도 자생지인 울릉도의 옛 이름인 우산국에서 연유해 붙여졌다. 고로쇠나무는 지역별로 형태의 변이가 아주 심한데, 특히 우산고로쇠는 잎과 열매의 크기가 내륙보다 커서 예전에는 구분해서 쓰다가 최근에는 고로쇠나무와 동일한 나무로 취급하는 학자들도 많아졌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산고로쇠는 일반 고로쇠나무보다 수액의 당도가 0.2브릭스(brix) 높고 무기물질(칼륨, 칼슘, 마그네슘 등) 함량도 1.2배 높으며 무엇보다 인삼 향과 같은 특유의 향을 가지고 있다. 또 우산고로쇠가 수액채취가 가능한 가슴높이의 지름 10cm까지 자라는데 9년이 걸려 평균 12년이 걸리는 고로쇠나무에 비해 식재 후 수액채취까지의 기간을 앞당길 수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고로쇠나무 중 단연 인기가 높을 수밖에 없기에 울릉도 특산이던 우산고로쇠는 수액생산을 위해 내륙으로 심어지는 경우도 있다. 더욱이 우산고로쇠는 바닷가에서도 잘 자라고, 추위에 강해서 서울지방에서 무난히 월동하고 음지와 양지를 가리지 않고 잘 자라기에 내륙에서도 큰 어려움 없이 키울 수 있어 각광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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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료들이 수액 채취로 몸살을 앓고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안전한 보호처인 천리포수목원에 자리를 잡은 이 나무는 수액 뽑힐 염려 없이 건강미를 뽐내고 있다. 이른 봄에 돋아나기 시작하는 우산고로쇠의 여린 잎사귀는 햇살이 스며들면 황금색으로 비칠 정도로 연한 연두색의 잎을 드리운다. 6~9갈래로 갈라진 잎사귀는 마치 낮에 뜬 연둣빛 별처럼 나뭇가지에 걸린 채 반짝이며 황홀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이 맘 때에는 가지 끝마다 황록색의 꽃이 모여 달리는데 그 모습이 앙증맞다. 15m까지 높게 자라는 나무라 꽃향기를 오롯이 맡을 수는 없지만, 우산고로쇠 아래 있기만 해도 울릉도의 봄 내음이 전해지는 듯 싱그러운 기운이 온 몸을 감싼다. 그 아름다움을 아는 까닭일까! 청설모와 새들이 항상 나보다 앞서서 우산고로쇠 곁에 와 있다. 이 봄에 누리는 호사를 함께 만끽할 수 있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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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로쇠나무 수액이 귀한 이유도, 지금 우산고로쇠 잎 그늘이 찬란한 이유도, 이 봄이 아름다운 이유도 끝이 있기 때문이다. 이 시간이 지나면 일 년을, 아니면 오랫동안, 아니 어쩌면 영영 그 시간을 못 만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딸아이가 매일 매일이 어린이날이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다. 어린이날도 끝나는 때가 있겠지! 끝이 없을 것 같은 내 어버이날도 언젠가 끝이 있을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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