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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이야기] 112.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아낌없이 주는 사랑
작 성 자 관리자 작성일 2018-04-11 13:56 조회 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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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아낌없이 주는 사랑

 

.사진_천리포수목원 최수진 기획홍보팀장

 

지난 16개월 동안 친정 부모님은 맞벌이하는 나의 어린 딸들을 돌봐주기 위해 태안으로 삶의 터전을 옮겨 생활하셨다. 결혼을 시킨 뒤에도 A/S를 해야 하냐며 투정 섞인 말씀을 하실 때도 있었지만, 언제 어디서나, 앉으나 서나 내 걱정인 부모님을 보면서 아낌없이 받은 사랑의 절절한 시간들이 한없이 감사하기만 하다. 아낌없이 자기의 것을 내어준다는 것은 용기, 배려, 헌신이 필요한 일이다.

 

2012년 태풍 볼라펜이 한반도를 강타했을 때의 일이다. 위력이 대단한 태풍이 온다고 했기에 수목원에서도 단단히 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강풍을 동반한 태풍 때문에 나뭇가지가 형편없이 부러지고, 아름드리나무가 송두리째 뽑혀 쓰러지는 일들이 발생했다. 천리포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서해전망대를 지나서 우애를 뽐내며 나란히 자라고 있던 레이란드측백나무도 예외는 아니었다. 바다를 넘어오는 강력한 바람을 온몸으로 맞다가 도미노처럼 대여섯 그루의 덩치 큰 나무들이 차례로 바닥에 쓰러지는 바람에 탐방로가 막히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 나무로 말할 것 같으면, 천리포수목원 설립자인 민병갈(Carl Ferris Miller, 1921~2002) 원장이 수목원 조성 초기에 레이란드측백나무에 대한 특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너무 가까이 나무들을 붙여 심어 가지를 맘껏 펼치지 못하고 힘겹게 자라던 나무였다. 여러 사람들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옮겨 심을 것을 제안했지만 나무를 심을 때 그 나무가 클 것을 배려하고 심으라는 의미로 남겨놓고 아끼셨던 나무이기도 했다. 나무를 심을 때 배려라는 단어를 생각하게 한 나무는 설립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컸기에 애처롭게 뿌리가 드러나며 힘없이 바닥에 드러누운 나무를 보는 것은 큰 슬픔이었다. 하지만 오래 슬퍼할 시간이 없었다. 나무를 살리기 어렵다고 판단한 수목원은 탐방로로 넘어진 나무를 절단하기로 결정했다. 탐방객의 안전도 확보해야 하고, 아직 희망이 있는 나무들도 돌봐야 했다.

무엇보다 나무를 애지중지 아끼고 보전하던 민병갈 설립자도 생전에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게 이치라고 하셨기에 과하게 나무를 다시 심어 살리는 방법은 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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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까지 수목원에서 부러지거나 죽은 나뭇가지나 줄기는 부셔서 탐방로 정비에 쓰거나 거름으로 활용하는데, 이 나무는 조금 다르게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충격을 받으며 넘어진 나무이기에 속이 갈라져서 부러진 부분을 제외하고 잘 건조한 뒤 정성을 다해 나무를 다듬어 의자로 만들기로 한 것이다. 몇 달이 지나 죽은 나무는 생생하게 살아있는 나무 아래로 다리 아픈 이의 쉼터가 되기 위해 다시 수목원으로 돌아왔다. 살아있을 적에는 나무심기의 교훈을 남기며 우리들에게 신선한 공기와 깊은 그늘, 싱그런 향기를 주었고, 새들과 곤충에게는 포근한 안식처를 제공해주던 나무는 죽어서도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며 우리 곁에 남아있다. 밝고 푸르던 잎사귀도 건강미를 뽐내던 열매도 없이, 껍질이 벗겨져 앙상한 몰골이지만 베푸는 기쁨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나무의자는 더 없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와 우리에게 큰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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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나무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들은 알고 있을까? 나의 부모가, 민병갈 설립자가, 나무가 그랬듯 용기와 배려, 헌신이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이 필요하다. 4월은 바쁜 달이 될 것 같다. 45일은 식목일이고, 48일은 민병갈 설립자가 돌아가신지 16주기가 되는 날이다. 그리고 428일은 수목원에 아낌없는 사랑으로 후원을 이어주는 분들을 위한 후원회원의 날이다. 마지막으로 4월은 손녀들 돌본다고 허리 펼 날 없었던 부모님이 태안을 떠나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시는 달이다. 아낌없이 주는 사랑을 받기만 한 것 같은 내가 아낌없는 사랑을 베풀어야 하는 4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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