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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이야기] 110. 교양(敎養)있는 교양목(交讓木) ‘굴거리나무’
작 성 자 관리자 작성일 2018-03-12 16:11 조회 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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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교양(敎養)있는 교양목(交讓木) 굴거리나무

 

.사진_천리포수목원 최수진 기획홍보팀장 

 

  ‘모스크바 보다 추운 서울이란 말이 나왔을 정도로 기록적인 추위는 전국을 꽁꽁 얼려버렸다. 태안도 예외일 수 없어 연일 영하 7,8도를 기록하며 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나마 우리는 찬바람을 막아주는 집에서 따뜻한 음식을 먹을 수 있지만, 한겨울 추위를 오롯이 밖에서 견뎌야 하는 식물은 이 추위가 더 혹독하게 느껴질 것이다. 천리포수목원 노을길 왼편에 자라고 있는 굴거리나무(Daphniphyllum macropodum Miq.)는 얼마나 추웠는지 모여난 잎을 잔뜩 오므리고 있다. 평소에는 길쭉한 타원형의 잎이 수분을 많이 가지고 있어 방화수로 유용하지만,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는 오히려 자신에게 위험요소가 되는 셈이니 어떻게든 자신의 온기를 뺏기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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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거리나무는 한국을 포함해 중국 중남부, 일본 혼슈 이남, 타이완, 베트남 등에서 상록소교목으로 자라는 난대성 식물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울릉도, 제주도를 비롯하여 서해안 해안선을 따라 변산반도, 태안 안면도까지 자생한다. 난대성 식물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추위에 잘 견뎌 겨울철 정원수로 개발할 가치가 있는 나무로 꼽히는데, 칼바람을 맞으며 돌돌 말린 잎을 보니 나름 추위를 견디는 전략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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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거리나무란 국명은 굿을 할 때 이 나무의 가지를 꺾어다 쓴 데서 유래했다고 전해지는데, 가까운 중국과 일본에서는 조금 다른 의미로 굴거리나무를 부른다. 중국에서는 봄철에 새잎이 나오면 묵은 잎이 떨어지는 이 나무를 보고 욕심을 내지 않고 서로 물려주고 받는다는 의미로 서로 교()에 양보할 양()을 써 교양목(交讓木)’이라 한다. 일본에서도 물려주고 떠나는 잎이란 의미로 유즈리하(ゆずりは, 譲葉)’라 부르는데, 묵은 잎과 새잎의 조화로운 교체를 두고 묵은 해와 새해의 조화로운 교체를 기원해서 굴거리나무를 신년 맞이 장식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떠날 때가 언제인지를 제대로 알고 물러나는 것이 어려운 일임을 알기에, 때를 아는 이 나무가 존경스럽다. 굴거리나무는 흥미롭게도 봄에 새 잎이 나면 하늘을 향해 잎이 돋아나고, 전년도에 난 잎은 더 커져서 무거운 탓일까? 나이가 들어 겸손해진 탓일까? 잎이 땅을 향하며 처진다. 천리포수목원에서는 마치 자신을 낮추어 고개를 숙이는 것처럼 보인다 하여 교양(敎養)있는 나무란 뜻으로 교양나무라고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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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굴거리나무는 잎이 사계절 푸른 데다 광택을 가지고 있는데 그 모양새가 만 가지 병을 고친다고 알려져 있는 만병초와 비슷하게 생겨 일부 지역에서는 만병초와 함께 남벌되어 쉽게 보기 어려운 나무가 되기도 했다. 언뜻 비슷하게 보이는 두 나무지만, 굴거리나무는 줄기와 잎을 연결하고 있는 잎자루가 선명한 붉은색을 띠어 구별하기 쉽다. 특히나 꽃이나 잎이 상대적으로 적어 색이 한정되어 있는 겨울 정원에서는 진녹색의 잎과 붉은 잎자루가 대비를 이뤄 깊은 인상을 남긴다. 굴거리나무는 성장이 느리고 비교적 작게 자라는 나무라 좁은 정원에서도 유용하게 키울 수 있어 인기가 있다. 더욱이 그늘에 잘 적응하는 편이라 최근에는 실내 조경 식물로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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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암수 나무가 따로 있는 굴거리나무는 4~5월경에 뭉쳐서 수꽃과 암꽃이 피어나는데, 꽃잎이 없고 꽃이 작다 보니 눈에 띄지 않다가 꽃이 지고 나서 생기는 열매가 오히려 더 관상적으로 볼만하다. 지름 1cm 남짓한 타원형 열매는 11~12월에 남흑색으로 익는데, 표면에 흰색 밀가루를 묻힌 듯 분이 생겨나면서 포도처럼 주렁주렁 열린다.

 

  어느덧 2월이다. 201 8년을 시작한 지 한 달이 넘었는데 제대로 묵은 것을 보내고 새것을 맞이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이것저것 챙기고 마무리하느라 정신은 없었는데, 과연 교양목이라 불리는 굴거리나무처럼 의연하게 새날을 맞이했는가 싶기도 하고 후회되는 일도 있다. 다행히 아직 기회는 있다. 2월 구정이 되기 전에 제대로 묵은 해의 남은 일들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명예롭게 새날의 기쁨을 누리면 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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