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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이야기] 108. 늘 푸른 바람막이 ‘곰솔’
작 성 자 관리자 작성일 2018-02-26 12:57 조회 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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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늘 푸른 바람막이 곰솔

 

.사진_천리포수목원 최수진 기획홍보팀장

 

 세상살이가 마음먹은 대로 되면 참 좋겠는데, 살다 보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어쩌면 더 많을 지도 모르겠다. 모처럼 방송국 관계자 분들이 아름다운 겨울풍경을 담기 위해 수목원을 방문하셨다. 분명히 반갑고 기쁜 일인데, 그날따라 날씨는 흐리고 춥고, 옷은 얇고 하늘에 비행기는 계속 지나다녀 촬영에 방해가 되니 몸과 마음이 편치 못했다. 하필이면 방송 주제가 겨울바다라 수목원에 맞닿아 있는 천리포 해변을 한참 동안 찍게 되었다. 성난 파도가 찬바람을 잔뜩 몰고 와 온몸을 꽁꽁 얼려버릴 기세로 불어댔다. 우두커니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어 거친 바람을 조금이라도 피해 볼 요량으로 병풍처럼 둘러진 곰솔(Pinus thunbergii Parl.) 언덕 너머로 발걸음을 몇 발자국 옮겼다. 그랬더니 거짓말처럼 조금 전까지 세차게 불어대던 바람이 줄어들고, 새근새근 잠든 아기 숨결처럼 조용해졌다. 곰솔이 온몸으로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덕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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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안가 인근의 모래땅이나 산지 등에 자라는 곰솔은 우리나라와 일본 등에서 자생하는 상록 교목이다. 곰솔은 공해도 잘 견디지만, 나트륨, 마그네슘 등의 염류로 인한 피해에 강해 해안가 주변의 척박한 곳에서도 잘 자란다. 바닷가 근처에서 볼 수 있는 나무라 바다 해()를 붙여 해송이라 즐겨 불린다. 세찬 바닷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라기 위해 스스로 강해져야만 했던 이 나무는 일반적으로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소나무에 비해 가지가 튼튼하고 두 개씩 모여 나는 잎도 더 짙고 억세서 찔리면 매우 따갑고 아프다. 역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튼튼한 체력과 정신력으로 무장되어 있어야 하는 건 나무도 사람과 다르지 않나 보다. 해풍에 강한 나무이다 보니 방조림(防潮林)이나 해안가 경계면에 사방(砂防)용으로 이용되고 해안이나 간척지 조경용으로도 즐겨 식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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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기가 거북이 등껍질처럼 깊게 갈라진 곰솔은 줄기가 적갈색을 띠는 소나무에 비해 줄기가 회색 계열로 검어 흑송(黑松)이라고도 불리는데, 그 이름의 유래를 찾아보면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옛 우리말에 거머란 단어는 검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 말이 거마, 가마, 구무, 고모 등 여러 형태로 쓰이다 15세기 세종 임금 때 용비어천가고마라 하고, 17세기에 와서는 이라 표기했다고 전해진다. 동물 이 털 빛깔에서 이 되었으니, 우스갯소리로 처럼 검어서 곰솔이 되었다는 말이 일리가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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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안선이 긴 태안에서는 어렵지 않게 곰솔을 만날 수 있는데, 천리포수목원에서도 1970년대 초 수목원 조성 초기에 해안가 절벽과 모래언덕 주변으로 집중적으로 곰솔을 심고 가꿔 쉽게 볼 수 있다. 천리포수목원을 만든 민병갈 설립자는 민둥산이나 다름없던 해안가 절벽에 다양한 나무들이 안정되게 자라기 위해 해풍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척박한 천리포 토양과 기후에 잘 자랄 수 있으면서 방풍의 효과를 볼 수 있는 곰솔을 선택하여 심게 된 것이다. 도로도 제대로 없고, 모래가 흘러내리는 급경사를 이룬 돌무더기 땅에 2년 동안 어렵사리 곰솔을 심은 덕분에 지금은 나무가 어느덧 어른 키를 훌쩍 넘게 자라나 곰솔이 심어진 언덕 안쪽 식물들은 거친 바닷바람을 피하며 아늑한 보금자리를 가지게 되었다. 바람막이가 아니더라도 곰솔림은 싱그러운 나무그늘을 만들어 휴식처가 되고, 사시사철 푸른 잎으로 정원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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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솔림 곁에서 바람을 피하며 겨울 정취에 빠져 있는 동안 바다촬영이 끝났다. 수목원 내부로 들어오니 한결 바람이 부드럽다. 짧은 시간 동안 마음이 또 바뀐다. 춥고 흐린 날씨에 수목원을 잊지 않고 찾아주시니 고맙고, 하늘을 나는 비행기는 언젠가는 지나 갈 테니 잠시 여유를 부려서 좋고, 몸을 녹이기 위해 함께 나눠 먹은 차는 더 깊고 달콤하게 느껴졌다. 세상살이가 마음먹기 나름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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