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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이야기] 107. 사랑스러운 분홍빛 나무 ‘좀참빗살나무’
작 성 자 관리자 작성일 2018-02-14 09:58 조회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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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사랑스러운 분홍빛 나무 ‘좀참빗살나무’

 

 

.사진_천리포수목원 최수진 홍보과장 

 

 분홍색을 무척 좋아하는 8살 딸아이는 오늘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분홍색이다. 매일 같은 색 옷을 입고 다니는 것도 못마땅하고 날씨도 쌀쌀해졌으니 오늘은 좀 더 도톰한 다른 색 옷을 입었으면 좋겠다고 타일렀다. 하지만 기어코 분홍색 옷을 입겠다고 고집을 부린 탓에 결국 딸아이에게 두 손 두 발을 들고 말았다. 분홍색 머리핀을 꽂고 분홍색 티셔츠에 분홍색 치마바지를 입은 채 분홍색 양말까지 신었다. 하물며 신발도 분홍색 반짝이가 잔뜩 붙어 있는데 어깨에 둘러맨 가방도 분홍색이다. 출근해서 수목원을 돌아보는데, 아침에 딸아이와 실랑이를 벌인 까닭인지 오늘따라 좀참빗살나무(Euonymus bungeanus Maxim.)’에 유독 눈길이 갔다. 가는 줄기마다 잎과 열매가 올망졸망 모여 있는데, 아마도 딸아이가 이 나무를 본다면 우리집에 저 나무를 심자고 조를 것만 같은 분홍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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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의 나무가 붉거나 노랗게 물들이던 잎을 떨구는 계절이지만, 좀참빗살나무는 부드러운 잎들을 아직 풍성하게 달고 있다. 노박덩굴과의 낙엽관목이지만, 간혹 5m~6m까지 자라기도 하는 좀참빗살나무는 러시아 동부와 중국을 비롯해 우리나라 경상남도, 전라남도, 제주도 일대에 자라는 나무이다. 5~6월에 5mm 남짓한 연녹색의 꽃이 피지만 작아서 유심히 살펴봐야 꽃이 핀 줄 아는 이 나무는 비소로 초겨울이 되어야 본격적인 아름다움을 뽐낸다. 주변의 나무들이 한창 단풍색으로 옷을 갈아입어도 잠잠하던 잎은 늦가을부터 조금씩 옅은 노란색과 분홍색으로 천천히 단풍이 들기 시작한다. 요란스럽지 않기에 은은하고 그윽한 단풍은 주변에서 비슷한 빛깔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화사하기까지 해 눈길을 끈다. 햇살이 제대로 비춰주는 날에는 여리여리한 잎사귀들이 꼬마 천사들의 날개처럼 펄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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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다가 잎 사이사이 마다 분홍색 복주머니처럼 생긴 작은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있다. 4갈래로 깊게 갈라진 열매는 겉은 분홍색이고 속은 붉은빛의 육질로 쌓여진 타원형 종자가 보일락 말락 감춰져 있어 매력을 더한다. 종자는 새들의 먹잇감이 되기도 하고 바람에 흩어져 떨어지기도 하는데, 다행히도 분홍색의 열매껍질이 그대로 나무에 달려있어 허전함을 달래준다. 

 

 좀참빗살나무가 속해 있는 화살나무속(Euonymus) 식물들은 대부분 줄기나 가지가 부드러워 잘 휘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 좀참빗살나무도 줄기가 유연하면서도 질겨서 잘 부러지지 않는다. 좀참빗살나무는 매끈하면서도 가늘고 둥근 줄기를 아래로 축축 늘어뜨리는데, 곱게 물든 단풍과 열매를 가득 달고 바람에 날리는 모습이 마치 커다란 모빌을 보는 듯하다. 늘어진 줄기와 보드라운 잎사귀, 앙증맞은 열매가 세트로 어우러져서 환상의 짝꿍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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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연해서 목재로는 쓰임새가 없을 것 같지만, 뒤틀림이 없어 장기 알이나 파이브 대를 만드는 데 유용하게 사용된다. 원래 참빗살나무란 국명은 나무를 주변에서 흔하게 구할 수 있고 목재가 단단하고 튼튼해서 참빗을 만들 때 빗살재료로 이용되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몇 해 전 딸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적에 머릿니가 잠시 화제가 된 적이 있어서 태안시내에서 참빗을 구하느라 애를 먹은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다행이 머릿니가 아니어서 해프닝으로 끝난 일이었지만, 예전에는 집집마다 흔했던 참빗이 없어 진땀을 흘리며 이곳저곳을 돌아 다녔던 웃지 못 할 추억이 있다.

 

 좀참빗살나무는 심각한 해충 피해도 없고 반그늘에서 양지까지, 늪을 제외한 모든 토양에서 무난하게 잘 자라는 나무다. 천리포수목원에 심겨진지 35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리를 반겨준다. 딸아이의 분홍색 사랑이 더 깊어질지 모르지만, 사랑스러운 참빗살나무의 분홍빛을 잊을 수 없기에 오늘은 딸아이가 하교하면 이 나무를 보러 함께 가야겠다. “~ 겨울에도 따뜻하게 입을 분홍색 옷 몇 벌 더 사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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