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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이야기] 104.오랜 시간 열매를 달고 있는 ‘멀구슬나무’
작 성 자 관리자 작성일 2017-11-05 10:20 조회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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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오랜 시간 열매를 달고 있는 멀구슬나무

 

 

.사진_천리포수목원 최수진 홍보과장

 

지난주 큰 딸아이가 다니고 있는 학교의 전교생이 제주도로 현장체험학습을 다녀왔다. 제주도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지만, 초등학교 1학년인 딸아이는 엄마, 아빠와 떨어져 지내야 하는 제주도 여행이 달갑지 않게 느껴졌었나 보다. 여러 이유를 들어서 가지 않겠다는 딸을 수차례 달래보았지만, 결국 제주도 방문은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같은 반 친구들은 부모와 떨어져서 여행을 잘 만 가는데 왜 우리 딸아이만 이럴까? 내가 너무 응석받이로 키운 건 아닐까? 혹시나 제주도를 안 가서 나중에 따돌림이라도 당하면 어떡하지? 염려와 두려움, 후회 등의 여러 감정이 뒤섞여 마음이 심란했다. 그러다 문득, 몇 해 전 가족들과 함께 방문했던 제주도 여행에서 유채꽃만큼이나 자주 만났던 멀구슬나무(Melia azedarach L.)를 떠올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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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나무들이 겨울에 열매를 떨구지만 멀구슬나무는 이른 봄까지 정성을 다해 열매를 달고 있는 나무로 유명하다. 긴 겨울을 함께 견디기에는 너무나 많은 열매를 나무 가득히 매달고 있기에 더더욱 눈길을 끄는 나무이기도 하다. 제 한 몸 챙기기도 어려운 혹한 속에서도 온 힘을 다해서 끝까지 열매를 지키는 멀구슬나무를 볼 때마다 참 대단하다 싶었는데, 이번 일을 겪으면서 자식을 붙잡고 있는 마음 오죽할까 싶어 부모의 마음으로 나무를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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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활엽교목인 멀구슬나무는 중국, 네팔, 동남아, 인도, 태평양 도서 등 아열대 지방에서 자생하는 식물로 우리나라에서는 전남·경남 및 제주도에서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 자생종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분포지역의 경계에 있는 한국이나 일본의 경우에는 도입종 일 수도 있다는 학자들의 의견도 있다. 5~6월에 라일락처럼 향긋한 연보라색 꽃이 피고 지면, 대추처럼 생긴 동그란 열매가 열린다. 서양에서는 구슬나무란 뜻으로 ‘Bead Tree’라 불리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염주로 만들어 쓸 수 있는 열매가 구슬 같다 해서 목구슬나무’, 말을 타고 다닐 때 말의 목에 달린 구슬을 닮아서 말구슬나무라고 부른데서 지금의 멀구슬나무란 이름이 연유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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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매는 이맘때 초록색이다가 점차 노랗게 여물어 가는데 염주뿐만 아니라 민간에서는 손과 발이 트거나 헌데 바르는 피부약에서부터 옷장의 방충제, 해열제, 씨에서 짠 기름은 불을 밝히기까지 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했다. 옛날부터 여름에 멀구슬나무 그늘에 앉아 있으면 모기가 달려들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잎부터 뿌리까지 곤충에게 혐오감을 주는 냄새를 가지고 있어서 천연 방충제, 살충제, 구충제로 널리 쓰인다. 벌레가 먹지 않는 잎 때문일까? 전설 속 상상의 동물이자 정의의 사자로 불리는 해태가 잎을 먹는다고 여겨 멀구슬나무를 신성하게 여기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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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빨리 자라는 나무라서 남부 지방에서는 딸이 태어나면 오동나무 대신 심어서 딸이 출가할 때 장롱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목질이 단단하고 밝은 갈색에서 진한 빨간색까지 다양한 색상의 목재를 얻을 수 있어 건축재, 가구재, 악기재 등으로 널리 사용된다. 나무껍질에는 자궁을 이완시키는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서 제주도에서는 여성들이 원하지 않은 임신을 했을 때 껍질을 벗겨 달여 마시곤 했다고 전해진다. 국내의 모 제약회사에서는 멀구슬나무 열매에서 치매의 주요 발생원인 베타아밀로이드의 생성을 억제하고 동시에 인지 기능을 개선하는 성분을 추출해 천연 신약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쓰임새도 많지만, 봄과 여름철에 잎이 싱그럽고 가을에는 노랗게 단풍까지 물들어 관상적 가치도 높은 편이다. 열매는 사람에게는 독성을 나타내지만, 조류에게는 더없이 좋은 먹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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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포수목원 초가집 앞 멀구슬나무가 초록빛의 동그란 열매를 한껏 매달고 가을을 보내고 있다. 조만간 열매는 누렇게 익고 겨울 동안 쪼글쪼글해지며 더 단단해질 것이다. 그리고 조금씩 느리고 천천히 부모 곁을 떠나 채비를 할 것이다. 가만히 열매를 보듬어 안는 멀구슬나무를 보고 배운다. 조급하게 서두르지 않고 이 가을과 겨울을 나고 봄이 되면 몸과 마음이 지금 보다 더 크게 자라 있을 딸아이를 토닥여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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