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포수목원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로 바로가기 왼쪽 하위메뉴로 바로가기

식물이야기

HOME 커뮤니티 식물이야기


제목 [식물이야기] 103. 가을 정원의 해결사 ‘카피라리스 쥐꼬리새’
작 성 자 관리자 작성일 2017-11-05 10:09 조회 34
공유하기
첨부파일

a0cf316c1050ef218d5ee32c19388f5d_1509844

103. 가을 정원의 해결사 카피라리스 쥐꼬리새

 

최수진_ 천리포수목원 홍보과장

 

 

추석 연휴 기간 부모님의 고향인 경주를 다녀왔다. 때마침 첨성대 부근에 카피라리스 쥐꼬리새(Muhlenbergia capillaris Trin.)’가 활짝 피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남편을 졸라서 근처로 향했다. 차가 막힐지도 모를 거라는 남편의 염려를 뒤로한 채 군락으로 피어있는 카피라리스 쥐꼬리새를 제대로 감상하고 싶은 욕심에서 감행한 나들이는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주인공을 쥐꼬리만큼도 보지 못하고, 인산인해를 이룬 사람들과 차량에 둘러싸여 주차도 해보지 못하고 그냥 나올 수밖에 없었다. 꽉 막힌 도로에서 오랜 시간 운전대를 잡아 싸늘해진 남편의 시선을 느끼며, 쥐구멍이라도 있다면 숨고 싶은 불편한 마음을 품은 채 어둑해져서야 겨우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a0cf316c1050ef218d5ee32c19388f5d_1509844 

 

늦은 여름부터 가을 사이에 잎 끝에서 분홍색으로 꽃이 피는 카피라리스 쥐꼬리새는 미국 동부에서 자생하는 벼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2012년 미국의 가든 클럽(Garden Club of America)에서는 그해의 대표 식물로 선정할 만큼 각광을 받은 식물이다. 영명으로는 Hairawn muhly, Hair grass , Pink muhly grass 등으로 불리는데, 헤어(Hair)란 단어가 이름에 쓰인 걸 보면 아마도 산발한 핑크색 머리카락처럼 보이는 식물의 모습에서 유래한 이름인 듯하다. 카피라리스란 이름도 라틴어로 머리털, 모발을 뜻하기에 헤어와 의미가 통한다. 뮬리(Muhly)는 쥐꼬리새의 속명이기도 한 뮬렌베르기아(Muhlenbergia)에서 연유한 단어로, 18세기 후반 미국인 식물학자의 애칭이다. 국내에는 쥐의 꼬리처럼 생긴 억새란 뜻에서 쥐꼬리새라 부르는데, 매력적인 꽃의 색을 부각하여 분홍 억새로 유통되기도 한다.

    

a0cf316c1050ef218d5ee32c19388f5d_1509844 

 

카피라리스 쥐꼬리새는 여름에는 철사처럼 좁고 얇은 잎이 초록빛으로 자라 존재감이 크지 않다가 이 맘 때에 1~1.8 mm 정도로 작은 꽃들이 뭉게구름처럼 피어나 만발해 두각을 드러낸다. 가을부터 초겨울까지 꽃을 볼 수 있어 꽃이 귀한 가을·겨울 정원의 해결사 같은 존재로 여겨진다. 식물체 전체가 아주 부드럽고 가늘어 연약해 보이지만, 암석이 많은 숲 속이나 대초원, 도로변 주변 등의 건조한 곳, 그늘진 곳에서도 잘 자라고 염해에도 강하다. 게다가 환경적응력도 뛰어나서 세계 각지에서 조경용, 관상용으로 즐겨 식재되고 있다. 천리포수목원도 일찌감치 그 매력을 알아보고 2011년에 산내식물원으로부터 식물체로 도입하여 수목원 곳곳에 식재해 탐방객의 주목을 끌고 있다. 비록 풀 한 포기는 가늘고 여릴지라도, 여러 포기를 한데 모아 놓으면 풍성하게 볼륨감 있고 강렬하다.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고, 커다란 여느 꽃송이 못지않게, 작고 부드러운 꽃들이 정원의 시선을 사로잡을 만큼 강한 인상을 남긴다.

     

최근에 제주도에 위치한 공원과 모 교회 등에서 대량으로 식재된 사례가 sns상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알아보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제주도는 카피라리스 쥐꼬리새의 매력을 제대로 표현하기 좋은 곳 중에 한 곳이다. 일단, 해가 잘 들고 물 빠짐이 좋은 제주도에 잘 자라는 식물인데다, 바람도 많이 부는 곳이라 바람에 일렁이는 꽃들을 감상하기 제격이다. 천리포수목원에서도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입구정원, 건생초지원, 어린이정원, 남이수재원 등에 식재하여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a0cf316c1050ef218d5ee32c19388f5d_1509844 

 

가을·겨울 정원의 해결사답게 카피라리스 쥐꼬리새는 정원에 심어 전천후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이슬과 비가 내리면 투명한 물방울이 꽃과 잎 위로 고스란히 맺혀 청초하고, 바람이 불면 솜뭉치 같은 꽃들이 한들거려 우아하면서도 몽환적이고, 아침과 저녁으로 붉은 햇살을 받으면 더 붉어지고 선명해지니 화려하기까지 하다.

 

비록 경주에서는 제대로 감상하지 못했어도, 천리포수목원에서 카피라리스 쥐꼬리새를 만날 수 있으니 위안이 된다. 차 막힐 염려도 없고, 눈치 줄 사람도 없으니 마음 놓고, 여유롭게 카피라리스 쥐꼬리새의 매력을 느낄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이전글 [식물이야기] 104.오랜 시간 열매를 달고 있는 ‘멀구슬나무’
다음글 [식물이야기] 102. 꽃을 품은 열매 '무화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