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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이야기] 102. 꽃을 품은 열매 '무화과'
작 성 자 관리자 작성일 2017-09-24 17:53 조회 7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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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 꽃을 품은 열매 무화과나무

 

 

.사진_천리포수목원 최수진 홍보과장

 

임신을 해본 여성분이라면 한두 번 이런 경험이 있을 것 같다. 당기는 음식이 있는데 먹지 못해 한이 되는 경우가 있다. 첫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는 밤에 피자가 먹고 싶었는데, 집 주변의 유일한 피자집이 문을 닫아 못 먹고, 둘째 아이 때는 무화과가 먹고 싶었는데 계절이 맞지 않아 무화과를 매일 만나는데도 먹지 못했다. 남편이 계절을 당겨 무화과를 익게 만들 수도 없었는데 어찌나 속이 상하던지 괜히 남편에게 화풀이를 해댔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서 사택으로 올라가는 길에 무화과가 야들야들하게 익어간다. 아직도 그때의 가혹했던 기억이 나는지, 남편이 퇴근길에 시키지도 않았는데 얼른 잘 익은 무화과를 따서 건네준다.

 

뽕나무과의 낙엽활엽관목인 무화과나무(Ficus carica L.)는 봄부터 여름에 걸쳐 잎겨드랑이에서 꽃이 피어 8월에서 10월에 열매가 성숙된다. 꽃이 없는 과실이란 뜻의 무화과(無花果)’가 꽃이 핀다고 하면, 아마 의아해하실 분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꽃이라고 여기는 형태가 아닐 뿐이지, 무화과도 꽃이 핀다. 그것도 열매를 가득 매울 정도로 한가득 핀다. 어린 열매 같은 꽃주머니 속에 꽃이 피어 겉에서 보이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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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무화과는 800종이 넘기에 그 중에서는 수정이 되지 않아도 단순히 열매가 생겨 단위결실하는 종도 있지만, 무화과 꽃 구조상 나비나 바람이 꽃가루를 전할 수 없어 맞춤형 중매쟁이가 필요한 종도 있다. 무화과 말벌이 바로 무화과 전용의 맞춤형 중매쟁이인데, 둘의 공생이 참 흥미롭다. 꽃가루를 묻힌 암컷 말벌이 무화과 중앙에 배꼽처럼 생긴 작은 구멍 안으로 들어가 알을 낳는다. 무화과 안으로 들어갈 때 날개와 더듬이가 부러져 다시 나오기가 힘든 상황이기에 알을 낳고는 그 속에서 생을 마감한다. 특이한 것은 알 중에서도 수컷 말벌이 먼저 깨어나는데, 수컷 말벌은 눈과 다리가 퇴화되고 날개가 없는 대신 턱이 발달해 있어서 아직 깨어나지 않은 암컷 말벌의 알을 깨고 암컷 말벌을 수정시킨다. 눈도 어둡고 멀리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수컷 말벌은 무화과 꽃 안에서 태어나 무화과 꽃 안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암컷 말벌은 수정이 되어 깨어나 성숙되면서 벌어진 무화과의 주머니를 벗어나 다른 주머니로 이동해 다시 무화과의 꽃가루받이를 돕는다. 무화과는 무화과말벌에게 서식처와 식량을 제공하고, 이들은 무과화의 수분을 돕는 삶이 반복되기에 무화과의 맛있는 열매를 먹을 수 있는 것이다. 그나마 암컷 무화과말벌은 바깥세상이라도 구경을 해보는데, 수컷 말벌의 짧은 삶은 애석하기 그지없다. 수분 이야기를 하면, 무화과 열매를 먹을 때마다 무화과말벌이 있으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다. 신비롭게도 무화과 열매가 성숙하면서 단백질을 분해하는 피신(ficin)이라는 효소가 나와 말벌을 분해시킨다. 게다가 무화과말벌은 2mm가 채 안되게 작다고 하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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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열매를 맺은 무화과나무는 신이 내린 과일이라는 찬사가 있을 만큼 그 열매 맛 또한 뛰어나다. 서부아시아, 지중해 등에 자생하는 무화과나무는 클레오파트라 여왕이 즐겨 먹어 여왕의 과일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다. 아마도 클레오파트라는 무화과가 피부노화를 막고 탄력을 높이는데도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에 좋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무화과에는 앞서 언급한 피신덕분에 육식 한뒤 소화촉진에 도움이 되고, 식이섬유 성분인 펙틴이 대장운동을 활발히 해 변비예방에도 좋다. 뿐만 아니라 베타카로틴이 함유되어 생식 기능 개선, 눈의 피로 감소, 야맹증 예방과 성장 발육에도 효과가 있다. 아담과 이브가 몸을 가리기 위해 사용한 잎으로도 유명한 무화과는 인류의 역사상 가장 오랜 재배역사를 가질 만큼 수 천 년 동안 중동과 지중해 연안의 사람들에게 지대한 사랑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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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사랑은 우리나라에도 이어져, 전라도 영암과 해남 등에서 무화과 재배가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는 태안에서도 노지에서 무화과가 잘 자라서 요즘은 어렵지 않게 무화과를 맛볼 수 있다. 부드럽고 향긋하면서도, 달콤하고 아삭한 무화과를 가까이 만날 수 있어서 좋다. 무화과나무를 제대로 알고 나면, 길가에 무화과가 달라 보인다. 꽃을 품은 무화과나무처럼 마음에 한가득 꽃을 품고 다니면 언젠가 무화과처럼 부드럽고 향긋한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남편이 따준 무화과를 먹으며, 지난날 못 먹었던 설움을 씻고 부드럽게 고맙다고 말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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