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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이야기] 101. 그리움으로 붉게 물들어 피어나는 '석산'
작 성 자 관리자 작성일 2017-09-24 17:38 조회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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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그리움으로 붉게 물들어 피어나는 석산

 

최수진_ 천리포수목원 홍보과장

 

 

해마다 9월 중순이면 남도 지역의 꽃무릇 축제가 화제가 된다. 사진 동호인들에게는 필수 코스처럼 여겨질 정도로 화려한 붉은 꽃을 피우기에 이 꽃이 흐드러진 곳이면 어김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바쁜 사람들로 넘쳐난다. 무릇의 잎을 닮은 꽃 또는 꽃이 무리 지어 핀다하여 꽃무릇이라고 부르는 이도 있지만,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따른 정식 이름은 석산(Lycoris radiata (L'Her.) Herb.)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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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산은 수선화과의 다년생 초본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에 주로 자생한다. 석산(石蒜)돌마늘이란 뜻으로 땅속의 알뿌리가 돌처럼 단단한 마늘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이맘때 피는 꽃이 가냘프면서도 화려해 가까이 두고 보고 싶어 집안에 심을 법도 한데, 민가보다는 사찰이나 암자 주변에 즐겨 심어졌다. 우리나라의 3대 석산 군락지로 손꼽히는 영광의 불갑사, 고창의 선운사, 함평의 용천사 모두 사찰인데, 그 연유를 알고 나면 석산이 더 새롭게 보인다. 석산은 관상적 가치 외에도 사찰에서 중요한 임무를 부여받은 식물이었다. 사찰의 탱화나 단청에 색을 입힐 때 알뿌리의 즙을 내 물감에 풀어 색을 칠해 좀이 슬지 않고 색이 잘 바래지 않도록 하고, 알뿌리로 풀을 만들어 불경을 인쇄하고 제책하는 접착제로도 활용하였다. 이는 마늘처럼 생긴 알뿌리에 리코린(lycorine)이란 살균성분이 들어있어 방부효과가 뛰어났기 때문이다. 석산을 두고 피안화(彼岸花)라고도 하는데, 불교에서 이승의 번뇌를 해탈하여 열반의 세계에 도달하는 일이나 경지를 이르는 말이라고 하니 얼마나 귀하고 아름답게 여겼으면 그러한 별명을 붙여줬을까 싶다. 석산에 얽힌 전설도 사찰을 배경으로 한다. 수도를 하는 스님이 불공을 드리러 온 어느 여인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고통스러워하다 죽은 자리에 피를 토하듯 붉은 꽃이 피어났다는 슬픈 전설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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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산의 알뿌리는 약재로도 사용이 가능하다. 거담, 이뇨, 기침, 가래, 각종 종기 등에 사용하는데 단, 독성이 강하여 소량만 복용해야 한다. 생으로 많이 먹으면 구토와 복통, 심하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어서 독을 없애기 위해 물로 여러 차례 우려내거나 삶아서 독을 없앤 뒤 먹을 수 있다. 예전에는 기근이 들 때면 캐서 녹말을 내어 전분을 식용하기도 하고, 특유의 매운맛이 있어 파, 마늘 대용으로 이용하기도 했다고 전해진다. 두더지나 들쥐를 쫓기 위해 논둑에 심기도 했다니,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식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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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산 꽃을 볼 때마다 어쩜 저렇게 정교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울까?’ 했는데, 알고 보니, 꽃이 도드라지는 이유가 있었다. 바로 잎이다. 석산은 꽃이 핀 상태에서 잎을 볼 수 없다. 그래서 꽃이 피었을 때는 꽃에 만 시선이 간다. 사람들은 꽃이 피었을 때 잎이 없으니, 꽃과 잎이 서로 그리워 한다는 의미로 석산을 두고 상사화로 부른다. 하지만 엄연히 상사화라는 식물이 따로 있으니, 구별해서 부르면 좋겠다. 상사화는 석산보다 한 달 가량 먼저 꽃을 피워 8월 경에 분홍색 꽃송이를 사방으로 매단다. 봄에 잎이 나와 열심히 광합성을 하여 양분을 알뿌리에 저장한 뒤 6~7월에 말라 지고나면 꽃대가 올라와 백합 보다는 작지만 비슷한 생김새의 꽃이 핀다. 석산은 상사화와는 다르게 꽃이 진 다음 진녹색의 잎이 나와 겨울을 나고 봄이 되면 말라 없어진다. 석산은 상사화 꽃보다 훨씬 더 깊게 갈라지고 가장자리는 주름이 진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두 식물의 차이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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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 지어 핀 석산을 수직으로 내려다보면 마치 작은 폭죽이 연이어 펑펑 터지는 것 같다. 허리를 굽혀 꽃을 옆에서 바라보면 길게 뻗어 올라간 수술이 붉은 마스카라를 한 여성의 속눈썹같이 매끈하게 올라가 있어 무척 인상적이다. 사진을 찍다 우연히 바닥에 엎드려 석산을 하늘을 배경으로 올려다 볼 기회가 있었는데, 쭉쭉 뻗은 연두색 꽃대 끝에 핀 석산이 이글거리는 태양처럼 보여 탄성을 지른 기억이 난다.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한 매력을 안겨주기에 위, , 아래에서 느긋이 석산을 감상해보면 좋겠다. 나비도 석산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했을까? 잎 없이 핀 꽃이 가여워서 일까? 석산 곁에는 어김없이 나비가 날아와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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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포수목원에는 이맘때 즈음 큰 연못 맞은편 동백나무원, 해송집 오르는 언덕, 억새원으로 내려가는 계단 옆으로 붉은 석산이 올라와 입장객을 맞이한다. 개화기간이 10일 정도로 비교적 짧아 무리 지어 핀 석산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꽃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사무치도록 깊고 진한 그리움이 베어나 대지를 붉게 물들이는 아름다운 석산이 피어나기에, 이 가을 석산을 맞이하기 위한 애틋한 기다림이 지루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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