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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이야기] 99. 보라빛 꽃과 푸른 잎으로 대지를 감싸는 '맥문동'
작 성 자 관리자 작성일 2017-09-04 15:47 조회 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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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보랏빛 꽃과 푸른 잎으로 대지를 감싸는 맥문동

 

 

.사진_천리포수목원 최수진 홍보과장

 

가족들과 늦은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업무가 바빠 휴가를 미룬 것도 있지만, 여름 성수기에 어디를 가도 넘쳐나는 인파를 피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관광지든 음식점이든 손님이 많으면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 법이다. 흔할수록 더 잘해주고, 더 소중하게 느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때가 많다. 휴가를 다녀와서 수목원을 한 바퀴 돌아보는데, 길섶에서 고운 보랏빛 꽃을 피운 맥문동(Liriope platyohylla F.T.Wang & T.Tang)’이 눈에 띄었다. 맥문동은 수목원 뿐 만 아니라 아파트 단지 화단에서부터 학교, 공원, 도로변 등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제대로 그 매력이나 가치를 평가받는 식물은 아닌 것 같아 더 눈길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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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문동은 이름이 다소 생소해 중국에서 건너온 식물로 알고 계신 분도 있는데, 동아시아가 원산으로 엄연히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토종식물이다.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겨울을 견뎌내는 보리와 닮은 점이 있어 보리 맥()에 집안을 뜻하는 문(), 겨울 동()을 붙여 맥문동이란 이름이 지어졌다고 전해진다. 겨울에도 푸른 잎을 간직한 채 겨울을 나서 겨우살이풀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수염뿌리의 끝이 땅콩처럼 굵어져 만들어진 덩이뿌리를 맥문동으로 부르며 귀한 약재로 취급하여 소염, 강장, 진해, 거담, 강심 등에 활용한다. 특히, 더위에 손상된 원기를 회복 하는데 이보다 좋은 약재가 없다고 할 정도로 해열 효과가 높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최근에 수목원을 방문한 모 방송국 기자분에게 맥문동을 알려줬더니 약재로만 알고 있던 식물이라며 주변에서 자주 보지만, 이름은 몰랐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약재로는 유명해도 정작 살아있는 식물은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니 아쉬움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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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재 못지않게 다방면으로 이로운 점이 많은 식물이 맥문동이다. 다양한 빛과 토양 조건에서도 잘 적응하며 자라서 재배가 용이하고, 생육이 왕성할 뿐 만 아니라 빽빽하게 자라는 덕에 제초가 필요 없을 정도로 잡초의 발생을 막아준다. 겨울에도 푸른 잎을 간직하고 있어 보기에도 좋지만 산토끼나 고라니의 겨울 입맛을 살려주고, 검게 익은 열매는 산새들이 즐겨먹는 먹이가 된다. 게다가 경사지에 심으면 토양 유실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까다로운 소나무 아래 심어도 죽지 않고 잘 자라서, 안면도 자연휴양림, 강릉 경포대, 경주 황성공원 등의 송림 아래에 무리지어 심어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하는데 쓰이기도 한다. 올해 초 충남 서천 장항에 전국 최대 규모로 맥문동 단지가 조성된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적이 있는데, 이 역시 송림의 경관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에서 비롯된 것이다. 맥문동 꽃 하나는 작고 수수해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는데, 무리지어 심어놓으면 짙은 녹색의 잎 사이로 꽃대가 빼곡히 올라와 보라색 꽃을 피워 대지를 완전히 감싸준다. 작은 꽃들이 무리가 되면 이보다 더 화려할 수 없을 정도로 이색적인 보랏빛 향연을 펼쳐 놓는다. 나뭇가지 사이로 햇볕이라도 내리쬐고, 바람이라도 불어오면 꽃들이 반짝이며 넘실거려 마치 보랏빛 바다같이 풍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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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포수목원에서는 오솔길이나 탐방로 가장자리 경계에 맥문동이 많이 심겨져 있는데, 8월부터 9월까지 보랏빛 꽃을 피워 여름과 가을의 경계를 넘나들며 고운 자태를 보여준다. 해안전망대로 오르는 언덕 오른편에는 초가을에 피는 석산을 맥문동 사이사이에 함께 심어 붉은색 석산 꽃과 보라색 맥문동 꽃이 대비를 이뤄 자연스럽게 가을철 포토존이 형성된다. 꽃이 지고나면 윤기나는 동그란 열매가 맺히는데, 처음에는 녹색이다가 점차 흑진주 같은 자줏빛 도는 흑색으로 변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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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피어도 좋고, 열매가 맺혀도 좋고, 잎만 있어도 좋은데 주변에 흔하다는 이유로 대충 보아 넘기지 말고 애틋하게 대하면 얼마나 좋을까? 여름휴가 중에 가족 간에 익숙하다는 이유로, 가족이니 당연하다는 이유로 남보다 못하게 대하는 일이 있어 얼굴을 붉힌 일이 있었다. 흔하다고 해서 영원한 것은 아니듯, 흔한 것이 없을 때 느끼는 상실감을 미리 알아챈다면 더 잘 지낼 수 있을 텐데... 한마디로 있을 때 잘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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