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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이야기] 98. 그리움과 기다림의 끝에 피는 꽃 '능소화'
작 성 자 관리자 작성일 2017-08-24 10:34 조회 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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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그리움과 기다림의 끝에 피는 꽃 능소화

 

 

.사진_천리포수목원 최수진 홍보과장

 

   요즘 들어 부쩍, 당구의 재미에 빠진 남편이 며칠 전 퇴근을 하자마자 당구장을 간다기에 허락을 했다. 자정이 한참 넘도록 집에 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며 그동안 얼마나 당구가 치고 싶었으면 이 시간까지 연락이 없을까?’ 이해가 되다가도, ‘혹시 사고라도 난건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왜 이렇게 늦는 거야?’ 화가 나기도 하고, 별별 생각에 잠이 오지 않았다. 하루 종일 기다린 것도 아닌데 이렇게 속이 타는데, ‘소화는 얼마나 애간장이 타고 초조했을까? 문득 능소화(Campsis grandiflora (Thunb.) K.Schum.)’에 얽힌 슬픈 전설 속의 여주인공 소화가 떠올랐다.

 

  이야기는 이렇다. 우연히 임금에게 성은을 입은 궁녀 소화가 임금이 오기만을 오랫동안 기다리며 담장 곁을 서성이다 그리움이 너무 깊어 그만 죽고 만다. 그녀가 죽고 난 뒤, 그녀가 서성이던 담장 주변으로 주홍 빛깔의 고운 꽃이 피어났고, 그녀의 이름을 따 능소화라 부르게 되었다. 귀를 쫑긋 세우고, 발을 높이 올려서라도 담을 넘어 임이 오시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먼저 보고 싶어 했을 가련한 여인의 마음이 담긴 걸까! 맹렬한 태양의 열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곧고 단정하게 덩굴줄기를 뻗어 담장 위까지 오르며 오래도록 꽃을 피운다. 능소화의 한자명을 풀어보면 능가하거나 깔본다는 뜻의 ()’자에 하늘을 뜻하는 ()’가 쓰여 하늘을 능가하는 꽃이란 뜻으로 해석된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덩굴의 기세 때문일지, 임을 하늘로 여겼기에 죽어서는 임을 깔보는 꽃으로 태어나고 싶은 한이 서린 꽃이라 붙여진 이름일지 몰라도 전설을 알고 나면 더 쉽고 재미있게 능소화를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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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 심어져 친숙하지만 중국이 원산인 능소화는 낙엽성 덩굴식물이다. 하늘로 꼿꼿이 고개를 들며 트럼펫처럼 생긴 나팔 같은 주홍빛 꽃을 피워 서양에서는 ‘Chinese trumpet creeper’로 불린다. 천리포수목원에서는 미국 동남부가 원산지라 미국능소화라 불리는 라디칸스능소화(Campsis radicans (L.) Seem. ex Bureau)’도 만날 수 있는데, 중국 원산의 능소화보다 꽃이 작고 가늘며, 더 붉은빛을 띤다. 능소화가 줄기 중간에 모여 달리는데 반해 라디칸스능소화는 줄기 끝에 모여난다. 능소화에 비해 개화기간이 더 길어서 최근에는 심심찮게 도로변 벽면녹화용이나 도시의 아파트, 주택 담장, 학교, 공원 등지에 많이 심어지고 있다. 능소화와 라디칸스능소화 모두 추위에는 조금 약하지만, 공해에는 매우 강해서 환경정화 효과가 있는 조경 수종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사실 요즘에야 능소화를 쉽게 만날 수 있지만, 예전에는 양반가에나 심을 수 있는 귀한 식물이었다. 꽃이 귀한 여름철 풍성한 꽃을 오래도록 달고 있으니 주변에 자랑하며 여러 군데 심었을 법도 한데, 국내에서는 열매를 잘 맺지 못하여 중국에서 직접 가져오거나 식물체로 번식을 해야 했으니 널리 보급되기 어려웠다. 더욱이 상민의 집에서 능소화를 기르면 엄벌을 내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질 정도로 양반꽃으로 불리며 특급 대우를 받았다. 동백나무처럼 흐트러지지 않고 활짝 핀 상태로 꽃이 지다 보니 죽어도 지조를 지키는 선비의 기개를 닮았다 여겼다.

 

   한방에서는 어혈과 혈열 등으로 인한 질병의 약재료 활용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능소화에게도 시련이 찾아온다. “능소화의 꽃가루가 갈고리 모양으로 생겨 피부나 망막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논란이 야기됐다. 이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결국 국립수목원에서 능소화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게 된다. 조사결과 능소화의 꽃, , 줄기, 뿌리 등에서는 세포독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밝혀져 약용으로 섭취가능하고, 능소화의 꽃가루 역시 매끈한 그물망 모양을 하고 있어서 피부나 망막을 손상시키는 구조가 아니라고 나왔다. 그간 마음고생하며 억울한 누명을 썼지만 결국엔 진실이 밝혀져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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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녘 우연찮게 능소화를 떠올리는 동안 남편이 돌아왔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학시절에나 해봤던 당구장 짜장면까지 먹으며 열심히 당구를 쳤다는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오랜 시간 마음을 졸였던 내 마음을 전달할 수 없었다. 어쩌면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시간은 1시간이 10시간 같았을 소화가 그랬듯, 상대적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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