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포수목원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로 바로가기 왼쪽 하위메뉴로 바로가기

식물이야기

HOME 커뮤니티 식물이야기


제목 [식물이야기] 96. 청초한 요정에서 화려한 여신으로 변신하는 '아마조니카빅토리아'
작 성 자 관리자 작성일 2017-08-24 10:02 조회 172
공유하기
첨부파일

 

8e51ff9164ab0dfdd96261b6f9275fe9_1503536

 

 

96. 청초한 요정에서 화려한 여신으로 변신하는

아마조니카빅토리아

 

 

.사진_천리포수목원 최수진 홍보과장

 

   며칠 전 천리포수목원 입구정원에 있는 야외 수조에서 아마조니카빅토리아(Victoria amazonica Sowerby)가 꽃을 피웠다. 이틀 동안 아마조니카빅토리아를 보기 위해 자정이 넘도록 플래시를 밝히며 입구정원에 머물렀다. 비록 모기에게 피를 나눠주며 괴롭힘을 당했지만 별과 달을 벗 삼으며, 드라마틱한 개화를 지켜보는 즐거움만큼은 그 어느 때 보다 컸다.

 

8e51ff9164ab0dfdd96261b6f9275fe9_1503536 

   아마조니카빅토리아(Victoria amazonica Sowerby)는 수련과 빅토리아속() 중에서도 주로 남미의 아마존 유역에 서식하는 열대성 수련이다. 스페인의 타데아셔(Tadeáš_Haenke)란 식물학자가 1801년경 볼리비아에서 처음 발견했고, 1837년에 영국의 식물학자 린들리(Lindley)에 의해서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을 기리며 빅토리아 레지아 Victoria regia’로 명명되었다가 지금의 이름을 얻게 되었다.


    

6a9cefd39338d2b0324d7ccddb9471f7_1503560
 

   

  아마조니카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빅토리아속()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좋다. 자이언트 수련이라고도 불리는 빅토리아속 수련은 크게 2종류로 나뉘는데, 브라질과 콜롬비아, 볼리비아 등에 자생하는 아마조니카빅토리아와 파라과이와 아르헨티나 등에 자생하는 크루지아나빅토리아가 있다. 크루지아나빅토리아는 아마조니카빅토리아에 비해 잎의 테두리가 조금 더 높은 대신 꽃덮개에 가시가 없다. 빅토리아속 수련은 잎의 지름이 크게는 3m, 꽃은 40cm까지 자라기 때문에 수련계의 여왕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다. 잎의 가장자리가 수직에 가까울 정도로 올라가 테두리가 형성되는데 마치 물 위에 뜬 접시 같다. 빅토리아의 잎은 처음에는 짙은 밤색이었다 초록빛으로 바뀌어 광택을 띠는데, 잘 자란 잎은 부력이 높아 성인이 올라가도 괜찮을 정도로 튼튼하다. 독특한 잎 생김새와 함께 3일 간만 진귀한 꽃을 볼 수 있어 전 세계 수생 정원에서 가장 주목받으며, 인기가 있는 식물이다. 게다가 파인애플 향 같은 이국적이면서도 달콤한 향기를 지니고 있어 여름밤 곤충과 사람들의 발길을 잡으며 매력을 뽐낸다  

 

 

 6a9cefd39338d2b0324d7ccddb9471f7_1503560 

  

  아마조니카빅토리아는 독특한 개화 패턴을 보인다. 아무에게나 쉽게 꽃을 보여주기 싫은 걸까? 특이하게도 꽃의 신비한 변신은 해가 질 즈음부터 가속이 붙기 시작한다. 때문에 한밤중이 되어서야 진정한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다. 해가 지지 않는 영국 여왕의 이름을 따온 식물이지만, 정작 해가 져야 꽃을 볼 수 있다니 재미있다. 아마조니카빅토리아를 보며 필시 식물에게도 카리스마란 게 있단 걸 느낀다. 가시투성이인 외형에다 어둠 속에서 말없이 피어있는 꽃이 눈을 뗄 새도 없이 숨을 죽이며 집중모드에 들어가게 한다. 카리스마로 치면 갑중에 갑이다. 오랜 시간을 기다린 보상이라도 해주는 듯 첫째 날 피는 꽃은 티 하나 없이 맑은 흰빛으로, 보는 이의 마음조차 정화해줄 것 같이 청아하다. 지난밤 어림잡아 3~4미터가 떨어진 곳에서도 향긋한 꽃 내음이 진동을 하기에 호기심에 물속에 들어가 코를 가까이 댔더니, 향수 뚜껑을 모조리 열어 놓은 것처럼 강한 향기가 꽃 안에서 뿜어져 나와 흠칫 놀랐다. 2일차 꽃잎은 분홍색으로 바뀌다 자주색에 가까운 붉은빛을 띠며 뒤로 젖혀지는데 세상 어디에도 없는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첫째 날의 꽃이 청초한 물의 요정 같다면, 둘째 날의 꽃은 화려한 여신 같다. 이틀의 영화를 누린 꽃은 3일차가 되면 원래 있었던 물속으로 잠겨 장엄한 최후를 맞이한다. 한 송이의 꽃이 보여주는 신비한 탄생과 변화, 그리고 죽음은 여왕이란 수식어에 걸맞게 경이로우면서도 거침이 없다. 떠나야 할 때를 정확히 아는 꽃의 마무리가 슬프지만, 그래서 더 아름답게 느껴진다.

 

 

8e51ff9164ab0dfdd96261b6f9275fe9_1503536 

 

  아마조니카빅토리아는 4.5m의 너비의 생육공간과 29~32의 수온만 유지되면 자랄 수 있어 최근 몇 년 사이에 전국의 유명 수목원이나 식물원으로 도입되어 종종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외부에서 수온의 조건을 적절히 맞추기가 쉽지 않아 잎 가장자리가 채 올라오지도 못하고 연약하게 자라 꽃이 아예 없거나 꽃이 작게 피어나는 경우가 많다. 천리포수목원은 2013년 이후 지속적으로 아마조니카빅토리아가 꽃을 피우고 있지만, 각별히 신경을 기울여야 겨우 꽃을 만날 수 있다. 꽃을 피우기 위해 식물도, 사람도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그리고 비로소 피어난 꽃은 존재의 이유를 밝히 듯 아름다운 향기와 자태로,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는 소중한 추억을 남겨준다. 별이 빛나던 밤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해 준 아마조니카빅토리아에게 무한한 감사를 보내는 바이다.

 

 

 

이전글 [식물이야기] 97. 여름과 가을을 이어주는 100일 개화 '배롱나무'
다음글 [식물이야기] 95. 그리움을 담은 열매 '블루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