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포수목원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로 바로가기 왼쪽 하위메뉴로 바로가기

식물이야기

HOME 커뮤니티 식물이야기


제목 [식물이야기] 95. 그리움을 담은 열매 '블루베리'
작 성 자 관리자 작성일 2017-08-24 09:51 조회 139
공유하기
첨부파일


8e51ff9164ab0dfdd96261b6f9275fe9_1503535 

95. 그리움을 담은 열매 블루베리

 

 

.사진_천리포수목원 최수진 홍보과장

  

  40도에 육박하는 더위와 오락가락하는 장마에 몸과 마음이 지칠 때면 입맛을 돋워 줄 시원한 음식이 그립다. 어린 시절, 여름이면 어머니가 얼음을 동동 띄워 우무콩국을 즐겨 해주셨다. 우뭇가사리를 채 썰어 소금 간 한 시원한 콩국에 넣어 먹는 맛은 그 어떤 음식과도 견줄 수 없을 만큼 일품이다. 태안에 와서는 제대로 그 맛을 느낄 수 없었지만, 여전히 내겐 최고의 여름 별미다.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음식 이어서일까? 우무콩국은 어머니를 떠올리게 한다. 내게 우무콩국이 있다면, 민병갈(Carl Ferris Miller) 천리포수목원 설립자에게는 블루베리(Vaccinium corymbosum L.)' 열매가 바로 그런 존재였다.

8e51ff9164ab0dfdd96261b6f9275fe9_1503535

  미국 펜실베니아 출신인 민병갈은 한국이 좋아 57년간 한국에 살며 이 땅에서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그도 불현듯 떠오르는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품고 있었고, 생각이 깊어질 때마다 어릴 적 자주 먹던 블루베리 열매로 만든 음식을 즐겨 먹었다. 블루베리 열매를 어찌나 좋아했던지, 살아있는 생명은 다 소중히 여긴 분이지만 블루베리 열매를 새들이 따 먹는 게 아쉬워 철조망을 쳐서 열매를 지켜냈다. 그도 그럴 것이 블루베리열매는 몇 해 전만 해도 생일날 케이크 위에 한두 개, 요거트 속에 보랏빛 과즙으로만 만날 수 있었던 귀한 열매였다. 최근에는 몸에 좋고, 맛도 좋은 과일로 주목을 받으며 우리나라도 블루베리 나무를 재배하는 농가가 많아져 예전보다는 손쉽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열매만 알고 있어, 블루베리 나무에 대해서는 모르는 분들이 많다. 블루베리는 진달래과에 속하는 관목성 식물로 북미가 원산이다. 일반적으로 1.5m에서 1.8m로 자라는데 크게는 5m까지 자란다. 4월 중순이면 범종 모양의 백색 또는 담홍색의 작은 꽃이 탐스럽게 피어나 정원을 밝히며, 여름에는 녹색-적색-청색의 순으로 동그란 열매가 익어가고, 가을부터는 진홍색의 선명한 단풍을 보여줘 사계절 동안 정원의 효자 노릇을 한다. 병충해가 적어 무농약 재배가 가능하니 초보 정원사도 키워볼 만하다.

8e51ff9164ab0dfdd96261b6f9275fe9_1503535

  블루베리의 열매는 과거 미국 원주민이었던 인디언들의 주요 영양원이었다. 습지나 숲에서 지천으로 자라던 블루베리는 생과일로도 유용하지만 저장성이 뛰어나 빈곤기에 비타민 보급원으로 훌륭했다. 특히나 잎을 따서 차로 끓여 마시고, 열매는 눈을 밝히고 기침이나 감기에 특효가 있다고 하여 하늘이 내려준 선물, 마법의 힘이 들어간 나무라 하며 귀하게 여겼다. 재미있게도 블루베리 열매 끝을 보면 마치 인디언의 정령이 만들어 주신 듯 꽃이 떨어져 나간 자리에 별 모양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인디언들의 건강식은 후에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미국에 온 청교도들에게도 구원의 열매로 전해져 잼, 시럽, 파이나 머핀에 이용되었다.

  

8e51ff9164ab0dfdd96261b6f9275fe9_1503535

 

  하지만 현재 우리가 만나는 블루베리는 인디언들이 먹던 야생 블루베리가 아닌 1900년대 초반 미국 농무부에서 야생종을 개량하여 우량 품종으로 육성한 것이다. 수십 년 동안 품종 개량을 통해 속이 꽉 차고, 즙이 많으며, 달콤하고 따기 쉬운 재배종 블루베리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블루베리 열매의 건강 성분과 기능은 후에 유럽까지 전해져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 전투기 조종사가 블루베리 잼을 다량 복용해 야간비행과 새벽 전투에서 유리했다는 루머가 나돌기도 했다. 그 소문은 군사적 정치적 루머로 해명되었지만, 실제로도 블루베리의 열매는 몸에 좋은 여러 성분을 가지고 있어 2002년 미국 타임지의 10대 슈퍼푸드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8e51ff9164ab0dfdd96261b6f9275fe9_1503535
    

   천리포수목원에 있는 블루베리는 1973년 미국 캘리(Kelly) 농장에서 묘목으로 들여와 키우는 나무로, 아마도 국내에 가장 처음 건너온 블루베리가 아닌가 싶다. 1973년 이후 다양한 품종의 블루베리가 도입되어, 큰 연못과 작은 연못 사이의 정원에 무리를 지어 심어지게 된다. 민병갈 설립자의 각별한 사랑을 받았던 이 나무는 그가 생을 마감했던 2002년 봄에 꽃을 피우지 않아 열매를 달지 않았다. 식물도 사랑하던 사람을 잃은 슬픔을 느꼈기에 아마도 꽃을 피우지 않았으리라. 이 계절, 2조국으로 삼은 한국을 사랑했던 민병갈이 그토록 아끼던 블루베리가 푸르게 익어간다. 민병갈에게는 고향을, 내게는 민병갈을 떠올리게 하는 블루베리가 유독 탐스럽게 느껴진다.

 

 

 

 

이전글 [식물이야기] 96. 청초한 요정에서 화려한 여신으로 변신하는 '아마조니카빅토리아'
다음글 [식물이야기] 94. 우리나라 유일의 자생종 노랑 무궁화 '황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