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포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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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정원일기]진한 유혹, 진한 여운의 빛깔을 남기고 가는 것들...(남수환)
작 성 자 천리포수목원 작성일 2012-08-21 17:28 조회 3,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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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어제 오후부터 내린 비는 오늘 오전까지 계속 되었습니다.
이미 얼마 전에 내렸던 폭우로 큰 연못이 넘쳐 힘겹게 복구작업을 마친것이 불과 며칠전인데
또 다시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여름이 시작될 무렵에는 가뭄때문에 걱정을 했는데,
이제는 너무 많이 내리는 비때문에 혹시나 식물이 상하지 않을까 걱정을 합니다.
 
 
그러고 보면 설립자이신 고 민병갈박사께서는 정말 큰마음을 가지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애써 가꾼 수목들이 가뭄에 시들고, 비바람에 쓰러지면 많이 안타깝고 마음 아프셨을텐데,
이 모든것들을 자연의 이치로 돌리셨으니까요.
그렇다고 마냥 앉아서 계시지는 않으셨습니다.
가뭄을 대비해서 연못을 파고, 또 태풍을 대비해서 방풍림을 조성하는 등
당신이 가꾸신 수목원을 지키기위해 하실 수 있는 모든 노력은 다 하신 듯 합니다.
그리고도 당신의 능력을 벗어난 일들은 자연의 이치로 돌리셨습니다.
 
 
오늘 아침에도 마구 쏟아지는 장대비에 큰연못은 넘치고 말았습니다.
큰연못의 수문이 감당할 수 없을만큼 내린 비 덕분에
습지원과 큰연못 사이길이 사라지고 위에 논까지 연못으로 만들어버릴 기세였습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오늘 내린 비는 여기까지 였습니다.
사실 오늘 오전 내린 폭우로 인해 수목원 탐방로가 없어지고
천리포로 들어오는 도로사정이 위험하다고 판단되어
수목원을 잠시 닫았습니다.
그리고 점심식사 후에는 조연환원장님께서 수목원 가족들의 티타임을 갖자고 제안하여
홀리카페에 모두 모였습니다.
그런데 차한잔 마시기가 무섭게 해가 뜨기 시작합니다.
어느새 연못물도 빠지고 탐방로도 다시 생겼습니다.
오랜만에 여유있는 시간을 보내자고 모였는데 하늘이 도와주지 않습니다.
이 또한 자연의 이치 아닐까요?
아쉽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어제부터 내린 많은 비와 오전에 내린 폭우때문에 혹시나 싶어 수목원을 둘러 봅니다.
몇몇 쓰러진 식물들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바람이 함께 였다면 큰 피해가 있었을텐데 바람이 불지 않아 다행입니다.
그리고 그런 큰 비가 오는 와중에도 꽃을 피우고 자태를 뽐내는 식물들이 있습니다.
빗속에서 봐서 그런지 더욱 아름답습니다.(다음 소개하는 식물들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정답은 마지막에 알려 드리겠습니다.)
 
 
먼저 누리장나무가 눈에 띕니다.
비 때문에 향기는 전해지지 않아 아쉽지만 대신 꽃으로 유혹 합니다.
꽃잎을 벗어난 길다란 암술과 수술로 손짓을 하는것 같기도 하고,
혀를 빼물고 빗물을 마시는 듯한 모습인것 같기도 해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습니다.
누리장나무의 유혹에 넘어가 아쉬운 마음에 향기를 맡습니다.
잘 느껴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향기롭습니다.
누리장나무의 꽃향기는 너무 좋습니다.
그렇다고 욕심을 부리면 곤란합니다.
꽃향기를 맡으려 잎을 잡아당겨 꽃향기를 맡으면 누리장나무에게 소심한 복수를 당합니다.
누리장나무의 줄기와 잎에서는 심한 누린네가 납니다.
그래서 이름이 누리장나무입니다.
욕심을 부리지 마십시오.
손을 뻗어 잎을, 줄기를 당기지 마십시오.
손대지 않고 향기를 맡을 수 있다면 그게 가장 향기로움을 느낄 수 있는 거리 입니다.

 
지금 탐방로 곳곳에 피어나는 벌개미취입니다.
벌개미취를 들국화라고 부르기도 하고, 국화는 가을에 피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벌개미취는 벌써 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름에 '벌'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어 벌과 연관지어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벌개미취에서 '벌'은 접두사로 쓰였습니다.
트인 벌판에서 자라는 개미취라해서 벌개미취라고 합니다.
이런 이름을 가진 식물들로 벌노랑이, 벌깨풀 등이 있습니다.
그럼 개미취와 벌개미취를 어떻게 구분하냐고 물어보시면 공부를 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이왕이면 개미취, 벌개미취, 쑥부쟁이, 구절초를 같이 공부하시기 바랍니다.
비슷하지만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벌개미취를 수목원 곳곳에서 볼 수 있어 흔하다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전세계에서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산식물입니다.
그렇게 알고 보니 더 사랑스럽지 않나요?
 
 
그리고 너무나도 아름다운 자주빛 꽃잎으로 오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상사화가 피었습니다.
이름은 애절하지만 꽃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식물입니다.
이름이 왜 상사화냐구요?
꽃과 잎이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상사화의 잎들은 이미 올라왔다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목을 빼고 잎을 찾으려는 듯
긴 꽃대를 올립니다.
그리고 꽃을 피워 아무리 둘러봐도 잎은 없습니다.

 
꽃을 찾지 못한 서러움의 눈물을 빗속에서 흘리는 걸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더 애처롭습니다.

 
 
슬픔을 이기지 못했는지 이녀석은 엎드려 울고 있네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아래 초록들이 괜찮다고 다독여 주고 있습니다.
그 품이 좋았나 봅니다.
아주 오랫동안 초록의 품에 안겨 있습니다.
 
 
상사화는 자주색부터 보라색까지 제가 좋아하는 색깔은 다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비따위는 아랑곳 않고 사진을 찍고 있겠지요.
비로 목욕을 하고 있는 걸까요?
세상의 어떤 빛깔보다 신비롭게 느껴집니다.
정말 유혹당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엎드린 모습도 아름답습니다.
아주 유연한 허리를 가졌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뒤태를 가진 식물입니다.
 
그리고 꽃을 피워도 무관심하게 지나치는 맥문동이 있습니다.
맥문동은 뿌리가 보리와 비슷하고 잎이 시들이 않고 겨울을 난다고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요즘에는 화단의 경계로 맥문동을 많이 쓰다보니
흔한 식물이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맥문동 꽃을 자세히 보는 사람이 없습니다.
상사화 만큼은 아니지만 작지만 아름다운 보랏빛 꽃을 피웁니다.
상사화 만큼 크지 않으니 수십의 꽃송이를 피웁니다.
그리고 가을에는 까만 열매를 맺습니다.
열매도 너무 앙증맞습니다.
맥문동은 약재로 많이 이용이 되기도 하지만
겨울철 대부분의 식물들이 사라지고 없을때
겨울을 나는 초식동물들의 유용한 먹거리 입니다.
지상부는 동물들이 먹고 뿌리는 인간이 약재로 이용하니 너무도 소중한 식물입니다.
그런만큼 자세히 보고  이름을 불러 줘야겠습니다.
고맙다는 말도 더불어서 말이죠.
 
 
한때 우리나라에서 멸종되었다고 알려졌던 개정향풀입니다.
오랜기간동안 표본으로만 전해지던 식물인데 수년전부터 자생지가 발견되면서
우리나라 곳곳에 자생하고 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꽃은 아주 작지만 너무 아름답습니다.
우리 수목원이 있는 태안반도에 개정향풀 군락지가 있습니다.
바닷가 모래사장에 자생합니다.
그래서인지 일부지방에서는 갯정향풀이라고도 부른답니다.
 
마지막으로 배롱나무 입니다.
아마도 이 계절에 가장 눈에 잘 띄는 나무가 아닐까 합니다.
배롱나무는 백일동안 꽃이 핀다고 하여 목백일홍이라고 부릅니다.
너무 오랫동안 꽃을 볼 수 있어서 일까요?
처음에는 다들 너무 좋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무뎌집니다.
오랜 기간동안 어렵게 꽃을 피울텐데 안쓰럽습니다.
사진은 우리 수목원 게스트하우스 중 여름에 가장 인기가 높은 배롱나무집입니다.
이 집에서 하룻밤을 묵은 손님들은
배롱나무가 너무 좋다며 나중에 자기 정원에 배롱나무 한그루 꼭 심고 싶다고들 말씀 하십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면 욕심일지 모릅니다.
꽃을 피우기까지 끊임없는 관리가 필요한데 그것은 생각지 않고
꽃만 보려는 욕심말입니다.
배롱나무 꽃이 그리우면 태안을 찾으시면 됩니다.
태안에서 천리포수목원을 오시는 길, 그리고 원북면의 학암포해수욕장 가시는 길
가로수가 배롱나무입니다.
그리고 천리포수목원에는 어느 배롱나무보다 빼어난 배롱나무가 있습니다.
하룻밤이 아니면 한나절 보내면서 내 정원이려니 생각하며 거닐면 됩니다.
배롱나무, 상사화, 벌개미취, 맥문동, 개정향풀, 누리장나무...
대신 욕심은 놓고 오십시오.
흔한 풀 한 포기, 나무 한그루 아낄 줄 아는 마음만 가지고 오십시오.
그리고 조용히, 살포시 거니십시오.
그럼 이들의 아름다운 빛깔을, 자태를 향기를 느끼실 수 있을겁니다.
그리고 가슴속에 담아 가십시오.
마음속에 담아가는것은 공짜 입니다.
그러니 마음껏 담아 가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식물들의 공통점은 자주색, 보라색의 꽃을 가진 식물들입니다.
많은 식물들이 이러한 색의 꽃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유는 공부하시라고 권해 드립니다. 그래야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자연속에 의미없는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다 이유가 있을겁니다.
그 이유를 찾아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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