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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이야기] 93. 뿌리에서 오줌 냄새가 나는 '노루오줌'
작 성 자 관리자 작성일 2017-07-06 17:37 조회 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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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뿌리에서 오줌 냄새가 나는 노루오줌

 

.사진_천리포수목원 최수진 홍보과장

 

 

벌개미취, 쥐똥나무, 까치박달, 까마귀베개, 꿩의다리, 두루미꽃, 해오라비난초, 사마귀풀, 개구리밥, 병아리꽃나무, 돼지감자, 여우꼬리풀, 기린초, 매발톱, 박쥐나무, 범부채, 뱀딸기, 용버들... 그러고 보니 동물 이름이 들어간 식물 이름이 꽤 많다. 웬만한 동물들이 다 있어서 이런 식물들을 모아 심으면 식물 동물원이라 불러도 될 것 같다. 정겹게 들리는 이런 식물의 이름들은 동물을 통해 식물의 생김새나 생육 특성을 유추하게끔 해 호기심을 자극한다.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었기에 저런 이름이 지어졌을까? 궁금증을 유발하는 식물도 꽤 있다. 뜨겁게 달아오른 여름의 문턱에서 아름답게 피어난 노루오줌(Astilbe spp.)’도 그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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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노루오줌이란 이름을 들었을 때는 귀를 의심했다. 상상하는 그대로, 그 뜻인가 싶어 꽃을 보고 향기를 맡았던 기억이 난다. 다행인지 몰라도 꽃향기를 맡았을 때는 오줌 냄새를 맡을 수 없었다. 알고 보니 뿌리에서 노루의 오줌 같은 지린내를 풍긴다고 붙여진 이름이었다. 노루가 다닐 만한 산이나 물가, 습지 등에 자라는 노루오줌은 범의귀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에도 5종류가 자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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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절 노루오줌을 처음 만난 사람은 생뚱맞은 이름에 놀라고, 독특한 꽃을 보고 두 번 놀란다. 노루오줌꽃이란 류명구 시인의 시에는 사관생도 모자 깃털이란 구절로 하늘거리는 꽃을 표현했다. 마치 횃불 같기도 하고, 길 다란 솜사탕 같기도 한 환상적인 꽃은 실제로는 수많은 자잘한 꽃들이 무리지어 있는 꽃다발이다. 5mm 정도의 작은 꽃들이 줄지어 피어나 있는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꽃잎 5, 수술 10, 암술대 2개가 빽빽하게 들어차있다. 서양에서 노루오줌이 가짜 염소 수염이란 뜻의 ‘False goat’s beard’란 별명으로 불리는걸 보면 길지 않으면서 드문드문 나있는 염소수염을 떠올렸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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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포수목원에는 80종류가 넘는 노루오줌이 수집되어 있다. 붉은색, 연분홍색, 연보라색, 상아색, 흰색 등 다양한 색깔의 꽃이 6월부터 늦게는 8월까지 피어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이맘때면 민병갈 기념관 뒤편 노루오줌원에서 나무 아래 몇 십 포기씩 뭉쳐난 노루오줌이 서로의 빛깔을 뽐내며 하늘을 향해 일제히 꽃을 피워 올린다. 탐방객의 눈과 가슴에 제대로 꽃 화살을 쏘아대는 통에 여심 저격의 진수가 따로 없다. 지난주 사진을 찍으러 나간 수목원에서 여성 탐방객들이 너도 나도 노루오줌의 아름다움에 빠져 핸드폰으로 연신 사진을 찍던 모습이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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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오줌은 토양 적응성도 뛰어나지만, 추위에 잘 견디고 반음지에서도 무리 없이 자라나 정원용으로 인기 있는 식물이다. 예로부터 어린줄기와 잎은 식용하고 뿌리는 낙신부(落新婦)’라 불리며 피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고 기침을 멎게 하는 등의 효과가 있어 약용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신비하면서도 화려하고, 부드러우면서도 가벼운 느낌의 꽃이 드레스와 잘 어울려 신부 부케로 각광받고 있다. 어디 노루오줌의 진가를 알아보는 게 사람 뿐 이겠는가! 노루오줌은 벌과 나비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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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노루오줌에 대한 자료를 정리하면서 재미있는 식물 이름을 몇 개 더 알게 되었다. 여우오줌, 쥐오줌풀, 말오줌나무, 말오줌때, 닭오줌(계요등) 까지 오줌이 들어간 식물이름이 이렇게 많이 있을 줄이야! 냄새나는 오줌이 뭐가 좋다고 이렇게 많은 동물의 오줌을 식물 이름에 붙였을까 싶어 짓궂은 명명자를 탓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따지고 보면 오줌도 냄새 만 풍기는 나쁜 것만은 아니다. 노폐물을 배설하고 체내 수분량도 조절하기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식물은 그 오줌 냄새 덕분에 멧돼지나 산토끼와 같이 뿌리를 파먹는 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때로는 곤충을 유혹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게다가 이름을 한번 들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인상까지 심어 준다. 오줌이 새롭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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