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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이야기] 92. 구부러진 가시로 옷깃을 잡는 '실거리나무'
작 성 자 관리자 작성일 2017-06-19 17:52 조회 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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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구부러진 가시로 옷깃을 잡는 실거리나무

 

.사진_천리포수목원 최수진 홍보과장

 

60m 즈음 떨어져 있었던 것 같다. 결코 가까운 거리가 아닌데 하루가 다르게 짙어가는 나무들 사이로 샛노란 꽃을 무더기로 피운 실거리나무(Caesalpinia decapetala (Roth) Alston)가 사진을 찍던 내게 보였다. 영화처럼 어디에 홀린 모양 자연스럽게 실거리나무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멀리서도 선명하게 보이던 실거리나무의 꽃이 파득거리며 날아오르는 노랑나비 떼처럼 하염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 봤지만, 생각처럼 잘 찍히질 않아 애가 탔다. 노란 꽃잎 사이로 붉은 수술대와 꽃잎 뒤에 붉게 새겨진 무늬를 제대로 찍고 싶어 조금씩 조금씩 다가서는 순간 으악~~”. 가시가 있는 줄 알면서도 이정도면 괜찮겠지 하며 나무 곁으로 다가섰더니 팔에 끼고 있던 토시를 뚫고 가시가 살을 찔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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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지는 활엽수로 덩굴성으로 자라는 실거리나무는 줄기와 가지에 가시가 있기로 유명하다. 그나마 땅에서 올라 온 굵은 줄기는 가시가 두껍고 무딘 편인데, 새로 뻗은 얇은 가지에는 갈고리처럼 휘어져 있는 가시가 예리하고 날카로워 옷이 걸리기 십상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의 옷깃을 잡았는지 이름도 실거리나무. 옷은 물론이고 가까이 했다가는 살까지 가시가 박혀 남아나질 않을 것 같아 적당히 거리를 두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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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거리나무는 제주도를 따라 전남, 경남, 충남, 인천까지 서남해안 일대의 해변과 산야에서 만날 수 있는 우리나라 식물이다. 옛 부터 무시무시한 가시로 유명세를 탄 덕분에 재미난 별명도 많다. 보길도에서는 총각이 나무속으로 들어가 좀처럼 빠져나올 수가 없다고 총각귀신나무라 불렀고, 흑산도에서는 단추걸이나무라 불리기도 했다. 천리포수목원 식물 설명판에는 제주도에 살고 있던 예쁜 옷을 즐겨 입던 과부가 풍랑을 만나 바다에 빠져 죽은 뒤 바닷가 주변에서 자란 식물로, 예쁜 옷을 입고 가면 가시에 걸고 놓아주질 않았다고 하는 전설을 소개하고 있다. 그나마 옷이 흔한 지금도 가시에 옷이 걸리면 올이 삐죽 튀어나와 속상한데, 옷감이 귀한 시절에는 가까이 하기 두려운 존재였음이 분명하다. 다가서기 망설여지는 나무지만 지금처럼 꽃을 피웠을 때는 위험을 무릅쓰고 가까이 다가서니,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 옷을 상하게 하니 곁에 두지 않고 멀리 했을 법한데, 해안가에서는 산짐승들로부터 밭을 지키기 위해 생울타리로 활용하기도 했다니 단점을 활용해 적절한 공존을 만들어 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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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에는 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에서 제주도의 아름다운 숲을 대표하는 5월의 꽃으로 실거리나무를 선정했는데, 천리포수목원에서는 6월 달까지 꽃을 만날 수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에서는 한반도에 서식하며 기후변화에 민감해서 지속적으로 조사와 관리가 필요한 생물 100종을 선정 한 바 있는데, 실거리나무도 44종의 식물 중에 하나로 뽑혔다. 수목원에서 꽃을 피운 실거리나무는 198093일에 변산반도에서 씨앗을 가져와 심은 나무다. 변산반도에서 태안까지 온 실거리나무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서식지를 넓혀가고 있는 종으로 분류된다. 앞으로 한반도 어디까지 실거리나무를 볼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다른 식물들은 살 곳을 잃을 수도 있으니 걱정이 더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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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과 식물인 실거리나무는 꽃이 핀 자리에 콩깍지 모양의 열매를 다는데, 한방에서는 종자를 운실’, 뿌리껍질을 운실근이라 부르며 약제로 사용한다. 종자는 열을 내리고 기생충 질환 등에 사용하고 뿌리껍질은 감기와 인후통 및 치통 등에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약으로 사용하지만 식물체에 독성이 있어 독성식물로 분류되기 때문에 함부로 섭취하면 절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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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에 좋은 약이라고 함부로 먹으면 독이 되고, 꽃이 예쁘다고 함부로 가까이 해도 상처를 받는다. 가까울수록 더 많은 상처를 주고받는 건 사람살이도 똑같다. 사랑하기 때문에 적당한 거리를 둔다고 했던가? 나에게 상처를 줬다고 미워할 게 아니라, 내가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너무 가까이 다가 간 건 아닌지 돌아보면 좋겠다. 사람과의 관계도, 실거리나무를 감상하는 가장 좋은 방법도 욕심내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며 배려해서 적당히 바라볼 수 있을 만큼의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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