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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이야기] 89. 동양의 꽃 세계를 매혹시키다 '동백나무'
작 성 자 관리자 작성일 2017-05-10 11:04 조회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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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동양의 꽃 세계를 매혹시키다 동백나무

 

.사진_천리포수목원 최수진 홍보과장

     

잔인한 4월이었다. 여기저기서 꽃 피고 잎 틔워 기록으로 남겨야 하고, 방송도 해야 하고, 축제도 준비해야 하고, 집안일에 두 딸내미도 봐야 하니 더도 덜도 말고 몸이 딱 한 개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달이었다. 치열한 일상은 나뿐만 아니라 아이를 돌봐주시러 온 부모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프고 몸 이곳저곳이 신호를 보내온 통에 부모님도 병원 신세를 지셔야 했다. 열심히 달려온 나와 가족을 위해 연휴를 마치고 여행을 가기로 했다. 여행지는 부모님이 가시고 싶은 순천과 여수로 정해졌다. 일상이야 어떻든 여행을 앞두고 마음이 설렌다. 그런데 참, 일상을 벗어나고 싶어 떠나는 여행인데 직업병이 도진다. ‘순천 가면 갈대밭, 순천만 정원 보고 여수에서는 오동도 동백나무를 봐야 할 텐데...’

 

사실 이번 가족여행에서 동백나무를 제대로 감상하기는 힘들 것이다. 따뜻한 남도는 이미 동백나무의 개화가 많이 진행되었을 것이다. 운이 좋다면 떨어진 동백꽃이나마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많이 서운하지는 않다. 오동도에 피었을 동백나무(Camellia japonica L.) 꽃을 천리포수목원에서도 만날 수 있으니깐. 우리나라에는 울릉도, 제주도를 비롯한 남부 지역에서 부터 서해안 대청도에 걸쳐 동백나무가 자생한다. 태안반도 천리포 해변가에 위치한 천리포수목원은 우리나라 최북단 동백나무숲이라 해도 될 정도로 지속적으로 동백나무를 수집하여 관리하고 있다. 그 덕분에 수목원 곳곳에서 지금 한창 꽃을 피우고 있는 동백나무를 만날 수 있다. 더욱이 수목원에서는 400여 종류에 이르는 다양한 동백나무가 심겨져 있어 꽃잎이 흩날리는 애기동백 종류들을 시작으로 10월부터 5월까지 긴 기간 아름다운 꽃을 감상할 수 있다.

 

흔히 동백나무가 일본 전역에 자생하고 Camellia japonica '로 학명이 표기되는 데다, 세계적인 품종이 일본에서 많이 개량되어 일본 식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엄연히 한국을 비롯해 중국, 대만에도 분포하는 동아시아 식물이다. 동양의 꽃이지만 미국과 유럽 등 다양한 나라에 전해져 겨울 꽃의 여왕이라 불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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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건 같은 동백나무를 두고 나라마다 뜻하는 바가 조금씩 다르다는 거다. 우리나라에서는 겨울 동안 꽃이 피는 강인한 식물로 알려져 동백(冬柏)’이라 부른다. 동백의 ()가 측백나무와 잣나무를 뜻하는 걸로 짐작 컨 데 겨울에도 푸른 잎을 달고 있어서 이렇게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다. 동백이란 이름 때문에 겨울꽃 으로만 여길 수 있지만, 충남 태안에서 동백나무는 봄에 더 많은 꽃을 볼 수 있어 봄꽃에 가깝다. 중국에서는 동백나무를 산에 피는 차나무란 뜻의 산다(山茶)’ 또는 꽃을 부각하여 산다화(山茶花)’라 부른다. 일본에서는 동백나무를 ‘츠바라 부르고 (椿)’이라 표기한다. 그래서 꽃이 싱싱한데도 불구하고 갑자기 떨어지는 동백나무 꽃에 연유하여 예기치 않게 생기는 불행한 일을 춘사(椿事)’라 부른다. 프랑스 작가 알렉상드로 뒤마의 소설 춘희는 원제가 동백꽃 여인(혹은 동백꽃을 들고 있는 여인)’이지만 일본에서 동백을 뜻하는 춘(椿)자로 번역되어 우리에게 불리고 있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만은 제 이름을 찾아 동백나무 꽃 여인으로 불리면 좋겠다.

 

동백나무는 서로 감싸는 듯 붉은 꽃잎 안으로 수술이 기둥처럼 동그랗게 모여 난 노란 꽃밥이 인상적이다. 화려한 듯하면서도 단정하고, 수줍은 듯하면서도 당찬, 오묘한 매력을 풍기는 꽃은 아마도 자손을 퍼뜨리기 위한 전략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겨울부터 봄까지 개화하는 특성상 벌과 나비를 불러 모으기 힘들기에 동백나무는 동박새라는 특별한 중매쟁이를 불렀다. 동백나무는 중매쟁이가 잘 보고 좋아할 만한 선명한 꽃 색과 진하고 많은 양의 꿀을 준비한 덕분에 무사히 결혼에 성공할 수 있다. 사람뿐만이 아니라 식물도 결혼하기 위한 치밀한(?) 준비가 필요한 셈이다. 동백나무는 여름부터 자식을 만들어 늦가을 진갈색의 열매를 달고 있다. 열매가 익어 벌어지면 안에 딱딱한 검은 씨앗이 떨어지는데, 이를 모아서 기름을 짜면 동백기름이 된다. 식물성 유지가 흔치 않던 시절에는 맛도 괜찮아 식용하기도 하고, 호롱불을 밝히고, 머릿기름과 피부 로션으로 즐겨 이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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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나무의 씨앗에 얽힌 재미난 설이 전해진다. 중국이 차나무를 독점하기 위해 차나무의 씨앗을 수입하려는 유럽에 차나무와 비슷한 동백나무 씨앗을 주어서 서양으로 동백나무가 전파되었다는 것이다.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동백나무는 바다 건너 서양으로 전해졌고, 맛있는 차 대신에 그보다 더 매력적인 동백나무의 꽃을 피우게 된 것이다. 차가 아니어서 구박받았지만, 견디다 보니 녀석의 진가를 알아주는 때가 있었을 터이다. 잔인한 날들을 견디다 보면, 값진 행복도 만날 수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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