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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이야기] 87. 부활을 꿈꾸는 사순절 장미의 낮은 기도
작 성 자 관리자 작성일 2017-04-04 14:50 조회 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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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부활을 꿈꾸는 사순절 장미의 낮은 기도

 

.사진_천리포수목원 최수진 홍보과장

 

식물이 하는 언어를 들을 수는 없지만 느낄 수가 있다. 따스해진 봄 햇살을 받으며 너도나도 다투어 꽃을 피우는 요즘, 소리 없는 식물들의 아우성이 넘쳐난다. 나 좀 봐달라고 목을 세우고 얼굴을 드는 식물들 사이로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며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사순절 장미(Helleborus orientalis Lam.)’가 눈에 들어온다. 뭐랄까? 어린 꽃들 사이로 통달한 듯, 경지를 뛰어넘은 위엄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꽃이 피어 경쾌한 느낌을 주는 식물이 있다면, 사순절 장미는 왠지 모를 숙연함, 고귀함이 느껴진다. 미나리아재비과의 반상록 숙근초인 사순절 장미는 그리스, 터키 등 유럽지역이 고향이다. 국립수목원에서는 오리엔탈리스헬레보루스로 학명을 그대로 부르고, 시중에서는 사순절 기간에 장미를 닮은 꽃을 피운다 하여 사순절 장미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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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이란 단어는 기독교에서 부활절 전까지 여섯 번의 주일을 제외한 40일 동안의 기간을 말한다. 음력으로 부활절을 맞기 때문에 매년 달라지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3월에서 4월에 이르는 40일이기에 본격적인 봄맞이 시기와 일치한다. 시련과 수난의 길을 걸어간 예수 그리스도를 기억하며 경건한 마음을 가지는 시기에 사순절장미는 꽃을 피우기 시작하여 사순절 내내 자줏빛 꽃을 보여준다. 처음 땅에서 꽃대를 피워 올릴 때는 온몸이 붉은색을 띤 진한 자색이다가 서서히 옅은 자색으로 변해간다. 사순절 기간 40일 내내 꽃을 피우고 있어 개화가 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꽃잎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 꽃받침이 변형된 포()이다. 그렇기에 꽃가루받이가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꽃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고개를 숙이고 있기에 꽃잎처럼 생긴 포에 가려져 열매가 열린 줄도 모르기 일쑤다. 어쩌면 수난의 시기를 극복하고 부활한 예수 그리스도처럼 사순절장미는 태어날 때부터 자식을 품을 때까지도 부활을 위한 간절한 기도를 내내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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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이 식물이 유럽에서는 오랜 재배 역사를 가지며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사순절장미를 포함한 헬레보루스 종류는 주로 이탈리아, 발칸 반도, 코카서스 등 지역에 약 15종정도 자라는데, 최근에는 다양한 품종이 선발되어 정원이나 꽃꽂이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가난한 소녀가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선물을 전하고 싶었지만 전할 선물이 없어 슬퍼할 때 소녀를 가엽게 여긴 천사가 나타나 꽃을 만들어 줬다는 유명한 전설이 전해진다. 이 식물이 니게르헬레보루스이고 이때부터 크리스마스 로즈라 불리게 되었다. 전설에서 알 수 있듯 크리스마스 로즈사순절장미보다 이르게 꽃을 피운다. 꽃송이의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사순절장미에 비해 고산 지대에 자생하고 대부분 처음에는 흰색으로 개화하여 시간이 지나면서 자색으로 변한다. 크리스마스 로즈를 포함한 헬레보루스 종류는 병충해에 강하고, 추위에 견디는 능력이 강해 겨울에 난방비를 적게 들이면서 재배할 수 있다. 국내에는 단 2곳에서 헬레보루스를 재배하는데 그중 한 곳이 충남 서산이란 점이 이채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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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보루스는 구부정한 자세로 피어나 정원에서는 제대로 얼굴을 보기 어렵기에 수수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꽃꽂이해 놓으면 품격있고 화려한 꽃으로 변신한다. 깊이 있는 색조나 미묘한 색의 그라데이션이 우아함까지 더해줘 최근에는 부케에도 즐겨 사용되고, 기독교인에게는 숭고한 정신이 담겨 있는 식물이니만큼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오늘도 사순절장미는 기도를 멈추지 않는다.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다. 무언가에 대한 기대나 믿음은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만 같은 일들을 가능케 한다. 신이 감동을 하여 마법 지팡이를 휙~내둘렀기에 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전에 간절하고 절실한 바람은 자신 안에 숨겨진 어마어마한 에너지와 열정을 깨워 목표를 향해 전력 질주 할 수 있는 동력을 만들어 줄테고, 그 힘과 노력에 정성이 더해지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결과가 이뤄질 것이다.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사순절장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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