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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이야기] 85. 개구리로 다시 태어나고파
작 성 자 관리자 작성일 2017-03-08 11:53 조회 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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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개구리로 다시 태어나고파

 

.사진_천리포수목원 최수진 홍보과장

 

은방울 수선화는 언 땅을 뚫고 엄지손가락 만큼 키를 올리고, 꼬물거리던 매실나무의 꽃봉오리도 팝콘 터지듯 툭툭 새하얀 얼굴을 내민다. 큰 연못가 버드나무도 어느덧 가는 줄기마다 보송보송한 뭉치 꽃을 달았다. 움츠려 지냈던 겨울의 끝자락이자 봄의 시작, 경칩이 멀지 않았다. 경칩을 검색해보니 옛 어른들은 이 무렵 큰 천둥이 쳐서 그 소리를 듣고 삼라만상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고 생각했단다. 밤새 잠든 딸아이를 아침 녘 깨우려 해도 만만찮은 소리를 질러야 하는데 만물을 겨울에서 깨어나게 하려면 천둥만큼 큰 소리가 날법도 하다. 나는 여태 못 들었던 그 소리를 개구리는 들었던 걸까? 이맘때면 어김없이 정겨운 리듬으로 봄맞이 합창을 들려준다.

 

천리포수목원에서 개구리는 그 존재감이 남다르다. 천리포 민둥산, 헐벗은 모래땅을 어린 나무와 씨앗을 심어 푸른 숲으로 가꾼 민병갈 설립자는 개구리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 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이 생에 못 이룬 꿈이나 바람을 담아 좀 더 멋진 대상이 되고 싶은 게 상식선인데... 한낱 개구리로 태어나고 싶다고 했으니 개구리에 대한 애착이 무척 컸단 걸 짐작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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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울음소리를 듣느라 퇴근도 잊은 채 집무실에 머물고, 한밤중에 집을 나서 논두렁을 배회할 정도였다. 이쯤 되니 센스 있는 직원은 개구리울음소리를 녹음한 테이프를 선물하기까지 했다. 왜 개구리를 좋아했을까? 생전 그를 가까이했던 지인은 뻐끔거리는 눈, 투박하고 소박한 얼굴, 정감 있는 걸음, 유사시 재빠르게 움직이는 모습이 전형적인 한국인의 인상과 비슷하다며 그가 개구리에 대한 예찬을 표현했다고 전한다. 김치 없이는 밥 못 먹던 푸른 눈의 한국인 민병갈이 한국인을 닮은 개구리를 좋아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개구리와 민병갈의 관계를 해석한다. 주식으로 많은 돈을 벌었던 민병갈은 아무도 돌보지 않던 소금기 많은 박토를 구입하고, 당시만해도 돈이 되지 않는 나무를 대여섯 시간 차를 타고 와서 심었다. 그것도 본인의 나이 쉰에, 고향 미국으로 가지고 갈 수도 없는 많은 나무들을 심었다. 주변에서는 유실수도 아니고, 돈이 되는 조경수도 아니고, 도대체 이해할 수 없는 취미라며 손가락질하며 미친 사람 취급했다. 효자였던 그는 어머니의

반대를 설득해 한국인으로 귀화했다. 멀쩡한 생김새에 여성들에게 인기가 많았지만 나무와 사랑에 빠져 결혼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아낌없이 헌신했던 천리포수목원을 공익 재단법인으로 만들어 전 재산을 한국에 남겼다. 죽는 날까지도 묘를 쓰지 말고 나무 거름으로 뿌려 달라 했던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청개구리 같은 삶을 살았다. 개구리를 좋아했지만 개구리를 잡아먹는 오리도 아꼈고, 뱀을 싫어하면서도 그 보존에 힘을 기울였다. 거꾸로 달렸던 그의 삶을 돌아보니 늘 반대로 행동했던 청개구리 동화가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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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시작되고, 수목원을 거닐며 개구리를 만나면 속으로 읊조리곤 한다. “반가워요. 혹시? 민원장님 이신가요?” 천리포수목원 곳곳에는 개구리가 숨어있다. 살아있는 개구리도 많지만, 생전에 그가 좋아했기에 선물 받았던 소품부터, 석조물, 하다못해 식물 안내판에도 귀여운 개구리가 자리한다.

무엇이든 의미를 두면 가치가 있는 법이다. 천리포수목원에서 만나는 개구리가 더 귀하고, 더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민병갈이라는 사람이 이 땅에 보여준 거꾸로 가는 삶의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리라! 지금껏 무엇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생각해 본적 없었지만, 개구리 스토리를 알고 난 뒤로 나는 무엇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은가?’ ‘어떤 삶의 방향으로 향하고 싶은가?’ 고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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