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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이야기] 84. 상서로운 향기로 세상을 깨우는 서향 '즈이코니시키'
작 성 자 관리자 작성일 2017-02-16 15:51 조회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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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4.상서로운 향기가 세상을 깨우는구나!

 

.사진_천리포수목원 최수진 홍보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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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을 하는데 어디선가 향긋한 꽃 내음이 솔솔 불어온다. 드디어, 꽃이 피었구나! 출근시간 3분도 남지 않았는데 근태관리기는 안중에도 없이 발길이 딴 곳으로 향한다. 어딘가 홀린 사람처럼 사무실과 다른 방향으로 가는 나를 두고 남편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걸 보니 서향 즈이코니시키’ (Daphne odora 'Zuiko-Nishiki') 핀 걸 그도 알아챈 모양이다. 하기는 천리까지 전해진다는 꽃향기가 지척에 있는 사람에게 전해지지 않았을 리 없다.

 

해마다 로비의 실내 화단에서 소담스럽게 꽃을 피우는 서향 즈이코니시키는 중국이 고향인 서향을 일본에서 개량한 원예품종이다. 겉은 자색이며 안쪽은 흰색의 꽃이 피는 서향과는 달리 백색의 꽃이 피는데, 꽃으로만 보면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백서향과 닮았다. 팥꽃나무속에 속하는 이 나무들은 일반적으로 꽃 향기가 빼어나다. 아담하게 크면서도 향기가 좋아 지속적으로 원예품종으로 개량되어 흰색, 분홍색, 자주색, 노란색 등의 다양한 서향들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천리포수목원에서도 40여 종류의 서향들을 보유하고 있어 봄이면 곳곳에서 달콤한 향기를 내 뿜는다. 강희안은 양화소록꽃받침 하나에서 겨우 꽃이 피었을 뿐인데도 마당에 향기가 가득하였다. 꽃이 모두 피자 향기가 수십 리까지 퍼졌다.”로 서향의 향기를 표현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양한 종류의 서향을 두고 천리향(千里香)으로 통칭하여 부른다. 꽃이 필 때면 달콤한 향기가 천리까지 간다는 뜻이다. 천리면 대략 400km가 되는 셈인데, 천리포수목원에서 내 고향 부산까지 400km에 달하니 그 향기가 얼마나 진하면 그런 대단한 별명이 붙었을지 생각해 볼만 하다. 김유신 시인의 향의 바다 출렁이며 끓어오르는 혈기란 표현대로 폭발적인 향기가 솟아나는 나무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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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향 '즈이코니시키'

 

서향(瑞香)이란 이름의 유래도 그 향기에서 연유됐다. 수도하던 한 여승이 낮잠을 즐기다 꿈속에서 진한 꽃향기를 맡고 깨어났단다. 꿈속의 그 향기를 잊지 못해 그 꽃을 찾아 헤맨 끝에 잠을 깨운 꽃을 발견하고는 수향(睡香)라 이름 붙였다.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사람들이 상서로운 꽃으로 여겨 널리 심으면서 서향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서향의 꽃말이 꿈속의 사랑이다. 잠까지 깨울 정도로 대단한 향기를 가졌으니 웬만한 꽃은 향기가 좋다고 명함도 못 내민다. 화적(花敵)으로 불릴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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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향

 

서향은 향기가 진하고 깊으니, 꽃도 상당히 화려하고 클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십자형의 잔꽃이 10~20송이씩 뭉쳐 달려 앙증맞게 보이기까지 하다. 꽃은 꽃잎이 아닌 4개의 꽃받침조각으로 구성된다. 개화가 오래 지속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도 꽃잎이 아닌 꽃받침조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열매에 독이 있고, 피부가 민감한 분들은 수액을 접촉해도 피부염에 걸릴 수 있다고 전해지니 향기가 좋다고 함부로 식물을 따면 위험하다.

 

서향 종류들은 전반적으로 결실이 잘 되지 않고, 싹 트는 힘이 둔하고 이식을 극히 싫어해 재배하기 까다로운 수종으로 알려져 있다. 큰 키 나무 아래의 반그늘을 좋아하나 습기가 조금만 지나쳐도 뿌리가 썩기 쉽고, 병충해도 약해 키우기 어렵다. 더구나 추위에 약해 남부에서는 정원수로 이용되기도 하지만 중부지방에서는 분화로 키워야 한다.

 

퇴근길에 서향 즈이코니시키를 다시 찾았다. 선인장으로 채워진 화단에서 유일하게 향기를 품고 있던 이 나무는 출근길보다 더 강한 향기로 나를 반긴다. 몇 해 전 로비의 실내 화단은 큰 변화를 겪었다. 어느 교수 부인이 로비에 심겨진 식물을 캐다가 직원에게 들키고 나서 식물과 책은 훔쳐도 되는 것 아닌가요?” 라며 오히려 현장을 적발한 직원을 꾸짖은 황당한 일을 겪고 난 뒤, 가시가 있는 선인장으로 로비의 실내 화단이 꾸며졌다. 그 변화에도 유일하게 자리를 보전했던 이 나무는 봄을 깨우 듯, 우리를 깨우 듯 깊은 향기를 퍼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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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랑서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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