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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이야기] 82. 이름값 제대로 하는 「복수초」
작 성 자 관리자 작성일 2017-01-16 13:23 조회 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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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 제대로 하는 복수초

 

.사진_천리포수목원 최수진 홍보과장

 

 

  내 이름은 최수진이다. 갑자기 왜 자기 이름을 글 첫머리부터 쓰냐고 의아해 하시는 분들이 분명 계실 것 같다. 내 이름을 지어주신 아버지는 본인이 옥편을 한자 한자 훑어가며 뜻을 만들어서 지은,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귀하고 좋은 이름이라고 늘 말씀하셨다. 초등학교를 입학하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었다. 하지만 이내 아버지의 말은 탄로가 났다. 1학년 같은 반에 수진이란 이름이 3명이나 되었기 때문이다. 운명의 장난처럼 내 짝은 박수진이었다. 학교를 마치고 속상한 마음을 안고 집에 온 나는 아버지의 뻔뻔한? 변명을 들었다. 이름이 좋아서 그렇다고... 좋은 이름 때문일까? 이곳에 내 이름을 걸고 글을 쓰고 있으니!

 

억울한 이름, 별명은 여러개

최근 어느 방송프로그램에서 고민을 털어놓는 일반인을 본 적이 있다. 고민은 이름 때문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바로 최순실이었다. 순간 눈물과 웃음이 함께 터져버렸다. 얼마나 속상하고 억울할까? 그 사람 못지않게 억울한 식물이 있으니, 바로 복수초(Adonis amurensis Regel & Radde)”이다. 이름을 처음 듣는 사람은 그 특이한 이름 때문에 쉽게 잊지 못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원수를 갚는다는 뜻으로 오해를 한다. 사실 복수초는 한자로 복 복()자에 목숨 수()자를 써서 복을 많이 받고 오래 살라는 아주 좋은 뜻을 가진 야생화이다. 억울한 이름 탓인지 복수초를 두고 다르게 부르는 이들도 많다. 복수란 말소리가 거북해서 순서를 바꿔 수복초’, 새해 들어 가장 먼저 꽃을 피워 원일초(元日草)’, 노란 꽃이 마치 황금 잔 같다하여 측금잔화(側金盞花)’, 눈 속에서 연꽃을 닮은 꽃을 피워 설연화(雪蓮花)’, 눈을 삭이며(녹이며) 핀다하여 눈색이꽃까지 별명도 여러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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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을 품은 식물

복수초는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는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남부지방이나 중부지방에서는 대개 2~3월이 되어야 꽃을 피우지만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받는 천리포수목원에서는 1월에도 꽃을 피우곤 한다. 꽃색은 황토고구마처럼 진노랑색이고 고구마를 찔 때 쓰는 접이식 채반처럼 20~30여개의 꽃잎이 수평으로 가지런히 펼쳐진다. 중앙으로 노랑 꽃술까지 빼곡하게 돋아나 있어 키를 낮춰 납작하게 피어난 꽃이지만 화려하기까지 하다. 근래에는 관상용으로 많이 심기도 하는데 대부분의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 식물이 그렇듯이 독성을 가지고 있으니 섭취를 주의해야 한다.

 

아름다운 복수

며칠 전 수목원에 흰 눈이 펑펑 내렸다. 아름다운 설경을 카메라에 남기고 싶어 수목원의 이곳 저곳을 기웃거렸다. 제법 눈길을 헤매고 다녔기에 손과 발이 시려와 이제 그만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였던 것 같다. 잔뜩 웅크렸지만, 흰 눈을 뚫고 세상에 얼굴을 내민 노란 복수초 무리와 눈이 마주쳤다. 반갑고, 기특하고, 애틋하고, 고맙고... 여러 감정들이 밀려왔다. 험난한 세상이지만 삶의 희망이 있노라고 이야기 하는 것만 같았다. 포기하지 말고 힘내라고, 용기 내라고 이야기 하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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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새해부터 감사할 일이 많다. 순실이 아닌 수진으로 이름 지어주신 아버지도 감사하고, 밝은 불 밝히며 행복을 주며 이름값 제대로 하는 복수초도 고맙다. 모진 세상을 향해 보란 듯이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며 세상을 향해 가장 아름다운 복수를 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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