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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이야기] 81. 또 다른 삶의 방식으로··· 「매화마름」
작 성 자 천리포수목원 작성일 2016-02-17 10:07 조회 1,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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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포수목원 식물이야기』

81. 다른 삶의 방식으로… 「매화마름」(Ranunculus kazusensis Makino)


남수환_천리포수목원 연구관리홍보팀장

 


매화마름은 어디에

이른 봄에 어린 아이의 새끼 손톱만큼 작은 꽃으로 논을 수 놓는 식물이 있다. 매화마름식물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어 봄직한 이름이다. 하지만 직접 자생지에서 본 이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도 그럴것이 사람들이 야생화를 보기 위해 많이 찾는 장소에는 없기 때문이다. 예전이야 먹고 살기가 급급해 꽃을 찾는 이들이 많이 없었지만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이 봄꽃을 보기 위해 산으로 들로 찾아 나선다. 하지만 산이나 들에는 매화마름이 없다. 매화마름은 오로지 사람들이 농사를 짓는 논에서만 자라기 때문이다.

 


매화마름의 생존을 위한 전략

매화마름은 왜 하필이면 농경지에 자리를 잡았을까? 이는 매화마름의 생태를 보면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초본식물은 이른 봄에 씨앗을 깨고 나와 꽃을 피우고 이후 씨앗을 맺어 겨울을 난다. 하지만 매화마름은 가을에 씨앗을 깨고 나온다. 그리고 실처럼 여린 잎을 내서 겨울을 나고 이른봄부터 성장하여 꽃을 피운다. 그리고 대부분의 식물들이 왕성하게 성장하는 여름을 종자로 난다. 매화마름은 왜 이런 생활사를 가졌을까? 그건 다른 식물들과 경쟁을 할 수 없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매화마름은 물에 사는 수생식물로 물속에서 자라야 하는데 봄을 지나 여름이 되면 대부분의 저수지는 갈대나 부들, 줄 등이 가장자리부터 자리를 차지하고 물속에는 붕어마름, 이삭물수세미, 말 등이 들어찬다. 뿐만 아니라 물위를 떠다니며 사는 식물, 마름, 애기마름 등이 있어 매화마름이 설 자리가 없다. 그래서 저수지에는 매화마름이 살 수 없다. 그렇다 보니 이들이 살기 가장 좋은 장소는 사람들이 관리하는 논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논에 터를 잡기 위해서는 겨울을 나야 한다. 늦봄부터 가을까지는 농사를 지어야 하니 다른 식물들이 자랄 수 없기 때문이다. 추수를 하고 난 후의 논은 주인이 없다. 다른 식물들도 씨앗을 맺어 겨울을 나야 하니 텅 비어 있는 공간인 셈이다. 그 좋은 자리를 매화마름이 차지한 것이다. 이렇듯 매화마름은 다른 식물들과 다른 인생을 가지고 있다.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살수 있는 환경을 찾고 또 생활방식을 다른 식물들과는 다르게 가진 것이다. 그렇게 어렵게 살아남은 매화마름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원인은 결국 발달된 농경방법 때문이다. 매화마름은 논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는 잡초라고 불리지만 사실 잡초라고 불릴 만큼 강하지가 않다. 다른 풀들과는 경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고온에 약해 여름철 물을 가두어 놓고 농사를 짓는 논에서는 더 살 수 없다. 그러니 작물보다도 약한 잡초인 셈이다. 그런 매화마름이 최근 사라지는 원인은 겨울철 논에 물을 대주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물 확보가 어려워 추수가 끝나면 논을 갈아 엎고 물을 채워 놓았다. 이를 무논이라 불렀다. 그런 촉촉한 무논에서 종자로 여름을 난 매화마름이 발아하여 얼음을 이불 삼아 물속에서 봄을 기다린다. 그리고 얼음이 녹고 수온이 올라가면 왕성하게 성장해 일시에 논 전체에 꽃을 피우곤 했다. 하지만 경지정리 등으로 인해 농부들의 물확보가 쉬워져 추수 후 물을 채워 놓지 않는다. 그러니 매화마름이 발아하여 겨울에 눈이 내리지 않으면 이내 말라 죽고 만다. 이는 봄철에도 이어진다. 그나마 겨울 동안에는 수분의 증발이 많지 않아 괜찮았는데 봄이 되니 햇살이 더 따스해져 이내 논이 마르게 된다. 얕은 뿌리를 가진 개체들은 이내 말라 죽고 만다. 살아남기 위해 어렵게 적응했는데 또 다른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하지만 적응하기에 변화가 너무도 빠르다. 그 빠른 환경변화에 적응하다 보면 남는 개체들이 있을까?

그래도 이들의 노력은 진행 중 이다. 모내기를 위해 논을 갈아 엎은 후에도 매화마름을 볼 수 있다. 이들은 뿌리가 잘려 나가 물위를 떠다니는데 잘려진 개체들을 자세히 보면 줄기 마디에 뿌리가 나 있다. 그리고 떠다니면서도 꽃을 피운다. 그러다 운이 좋게 흙이 있는 논의 가장자리에 이르면 뿌리를 박는다. 아직 여름을 나기에는 무리지만 일부 여름을 난 개체들은 가을에 다시 한번 꽃을 피운다. 또 끝내 뿌리를 내리지 못해 떠다니며 꽃을 피운 개체들도 종자를 맺는다.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투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광경이 아닐 수 없다.

 


매화마름의 보존을 위해

그래도 다행인 것이 이들을 지켜 려는 노력도 있다. 일부 시민단체가 매화마름의 보호를 위해 강화도의 있는 논을 매입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또 이 지역에서는 제초제 등 농약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벼를 키우는 등 농부들도 매화마름을 지키기 위한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정말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2 4일은 봄이 시작된다는 입춘이다. 입춘은 24절기 중 첫 절기로 우리 선조들은 봄의 시작과 더불어 가족들의 건강과 행운, 복을 기원하면서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라는 입춘축을 대문이나 대들보에 붙였다. 봄이 온다고 떠들석한 이때 꽃을 피우기 위해 다른 식물들과 다른 생활사를 가지며 늦겨울을 나고 있는 매화마름을 보니 측은한 생각이 든다. 한편으로는 우스운 생각이긴 하지만 올 봄에는 매화마름에게도 좋은 소식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게 된다. 매화마름에게 좋은 소식이란 농사를 잘 짓는 것이다. 예전 방식대로의 농사그래서 매화마름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것그게 가장 좋은 소식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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