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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이야기] 75. 갈등의 주인공「칡」
작 성 자 천리포수목원 작성일 2015-10-07 10:23 조회 4,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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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갈등의 주인공
최수진_ 천리포수목원 홍보실장
 
 
언젠가부터 잊을 만하면 매스컴에서 칡덩굴을 제거한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천리포수목원 일부 지역도 무성하게 자라는 칡(Pueraria lobata (Willd.) Ohwi)이 관리하고 있는 나무를 위협하기 해 걱정을 끼치곤 한다. 오랜 세월 동안 굶주린 배를 채워주는 구황식물과 약용식물로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칡이건만 예전의 명성은 온데간데없다. 9월의 어느날 벚나무집 데크길 넘어 은은한 향기가 느껴져 수풀을 살펴보니 칡잎 겨드랑이 사이로 나비모양의 꽃들이 층을 이루며 모여나 있다. 수줍은 듯 자줏빛 얼굴을 보인다. 몹쓸 칡이라고 불리던 녀석의 꽃이라고 하기엔 그 모습이 꽤나 근사하다. 향기도 일품이지만 밀원식물이라 곤충에게도 인기 만점이다.
 

낙엽지는 덩굴나무
덩굴성 식물이기에 다른 나무들을 휘감고 올라가기도 하지만, 알고 보면 쓰임새도 많은 친근한 우리네 식물이기에 칡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조금이나마 밝혀보려 한다. 옛 문헌에 간혹 풀로 취급되기도 했고, 한자로 칡을 갈()이라 쓰며 풀을 뜻하는 초()자를 머리에 올리고 있기에 풀로 여기는 이도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낙엽지는 덩굴성 나무로 10m 까지도 자란다. 겨울에는 가는 가지 끝이 말라 죽기도 하지만 추위에도 강하고 염분이 많은 바닷가에서도 잘 자나서 우리나라 전역에서 만날 수 있는 식물이다.
 

강인한 생명력
9~10월이면 4~9cm 가량의 납작하면서도 넓은 꼬투리 모양으로 칡 열매가 익는다. 콩과식물에 전형적으로 달리는 열매의 형태로 미루어 보면 칡이 콩과 식물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다른 나무들의 생육을 방해하면서까지 무성하게 커가는 칡을 두고 무작정 토양도 황폐하게 만든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칡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하는 화학약품들이 남용되면 토양이 더 나빠질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칡을 잘 활용하면 땅속에 질소를 고정하는 역할도 하지만 뿌리가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 사방사업용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또한 칡뿌리는 예로부터 갈근이라고 불리며 즙을 내어 음용하기도 하고 녹말이 풍부해 음식에 활용되기도 했다. 다이드제인, 다이드진과 같은 성분을 가지고 있어 고열, 두통, 고혈압 등에도 효과가 있지만 숙취에도 좋아 회식이 찾은 남성들이 자주 찾는 숙취해소용 음료의 주원료로도 사용된다.
 

갈등의 주인공
흔히 “00간의 갈등이 생겼다.“라는 말을 사용하곤 하는데 이때 갈등(葛藤)’이라는 단어가 바로 칡과 등나무에서 유래 된 말이다. 칡은 왼쪽으로 등나무는 오른쪽으로 줄기를 뻗어나가기 때문에 두 나무가 만나서 얽히게 되면 풀기 어렵게 된다하여 칡 갈()자와 등나무 등()이 결합 된 갈등이 탄생했다. 칡 줄기는 벗겨 옷감이나 새끼줄 대용으로 사용할 정도로 질긴 조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무엇이든 감기게 되면 쉽게 풀 수 없다. 몇 해 전 부터는 이러한 점을 역이용하여 갈포벽지라는 이름으로 고급천연벽지 재료로 활용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다는 말이 있다. 관심을 가지고 애정 어린 마음으로 상대를 대하면 미처 알지 못했던 상대의 진면목을 발견할 때가 많다. 그러고 보면 우리도 삶의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때론 칡이 되기도 하고 칡에 휘어 감기는 나무가 된다. 살다보면 도움을 받기도 하고, 도움을 주기도 하고 그렇게 서로 어울려 살아가는 게 삶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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