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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이야기] 74. 붉은 그리움으로 피어나는「석산」
작 성 자 천리포수목원 작성일 2015-09-22 10:13 조회 4,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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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붉은 그리움으로 피어나는「석산」
 
최수진_ 천리포수목원 홍보실장
 
 
해마다 9월 중순이면 남도지역의 꽃무릇 축제가 회자 되곤 한다. 사진 동호인들에게는 필수 코스처럼 여겨질 정도로 화려한 붉은 꽃을 피우기에 이 꽃이 흐드러진 곳이면 어김없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바쁜 사람들로 넘쳐난다. 학자에 따라 꽃이 무리지어 피어 꽃무릇이라고 부르는 이도 있지만,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따른 정식 이름은 석산(Lycoris radiata (L'Her.) Herb.)이다.
 

사찰과 인연이 깊은 식물
 
석산은 수선화과의 다년생 초본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 일본, 대만 등 동아시아에 주로 분포하는 식물이다. 석산(石蒜)돌마늘이란 뜻으로 땅속의 알뿌리가 마늘과 닮아 붙여진 이름이다. 이맘때 피는 꽃은 가냘프면서도 화려해 가까이 두고 보고 싶은 마음이 앞설 법도 하지만 민가보다는 사찰이나 암자 주변에 즐겨 심겨졌다. 영광의 불갑사, 고창의 선운사, 함평의 용천사는 우리나라의 3대 석산 군락지로 손꼽히는데 세 곳 모두 사찰이다. 단순히 우연의 일치일까? 그 연유를 알고 나면 석산이 더 새롭게 보인다. 석산은 관상적 가치 외에도 사찰에서 중요한 임무를 수여받은 식물이었다. 마늘처럼 생긴 알뿌리에 리코닌이란 살균성분이 들어있어 방부효과가 뛰어나 사찰의 탱화나 단청에 색을 입힐 때 널리 사용하였다. 또한 알뿌리로 풀을 만들어 불경을 인쇄하고 제책하는 접착제로도 활용하였다. 석산을 두고 피안화(彼岸花)라고도 하는데, 불교에서 이승의 번뇌를 해탈하여 열반의 세계에 도달하는 일이나 경지를 이르는 말이라고 하니 얼마나 귀하고 아름답게 여겼으면 그러한 별명을 붙여줬을까 싶다.
 

상사화와 석산
꽃이 핀 상태에서 잎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서로 그리워 한다는 의미로 석산을 두고 상사화로 오해하시는 분들이 참 많다. 일반적으로 상사화는 석산보다 한 달 가량 먼저 꽃을 피워 8월 경에 분홍색 꽃송이를 사방으로 매단다. 봄에 잎이 나와 열심히 광합성을 하여 양분을 알뿌리에 저장한 뒤 6~7월에 말라 지고나면 꽃대가 올라와 백합 보다는 작지만 비슷한 생김새의 꽃이 핀다. 석산은 상사화와는 다르게 꽃이 진 다음 진녹색의 잎이 나와 겨울을 나고 봄이 되면 말라 없어진다. 상사화 꽃보다 훨씬 더 깊게 갈라지고 가장자리는 주름이 지는데 길게 뻗어 올라간 수술이 특히 인상적이다. 선홍빛 붉은색은 어찌나 붉고 선명하던지 연두색 꽃대와 대조를 이뤄 멀리서 모아 심겨진 석산을 보면 마치 불이 붙은 듯하다. 개인적으로 상사화는 풋풋하고 청순한 여학생 같다면 석산은 성숙미가 오른 섹시한 여인 이 떠오르는데 그 만큼 이미지가 상반되는 식물이니, 제대로 알고 이름을 불러주면 좋겠다.
 


독을 품고 있는 알뿌리
석산의 알뿌리는 독성이 강하여 많이 먹으면 구토와 복통, 심하면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독성을 없애기 위해 물로 여러 차례 우려내거나 삶아서 독을 없앤 뒤 먹어야했는데 기근이 들 때면 캐서 녹말을 내어 전분을 식용하기도 하고, 특유의 매운맛이 있어 파, 마늘 대용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천리포수목원에는 가을 가뭄 탓인지 예년에 비해 석산의 개화가 늦다. 이맘때 즈음 큰 연못 맞은편 동백나무원, 해송집 오르는 언덕, 억새원으로 내려가는 계단길까지 붉은 석산이 제법 올라와야 하는데 괜스레 조바심이 난다. 목마른 석산들이 부디 잘 견디고 이겨내어 그동안 품었던 희망을 고스란히 전해줄 수 있는 날들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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