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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이야기] 73. 야생하는 토종 배나무「산돌배」
작 성 자 천리포수목원 작성일 2015-09-08 11:50 조회 4,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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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야생하는 토종 배나무「산돌배」
 
최수진_ 천리포수목원 홍보실장
  
 
회식 마무리에 마음씨 좋은 사장님이 배를 한 접시 깎아 주신다. 달큰하고 시원한 배맛이 꽤 좋다. 그러고 보니 어느덧 배가 맛있어지는 계절이 왔구나싶다. 이맘때면 어김없이 천리포수목원 뽕나무 옆에도 올망졸망 누런산돌배(Pyrus ussuriensis Maxim)열매가 달린다. 안타깝게도 우거진 수풀 속에 가려져 있어 별 생각없이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못보고 지나치기 십상이다. 하지만 한번이라도 이 나무의 존재를 알아봤던 사람이라면 가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 이때 숨겨둔 보물을 찾듯 그 곳을 찾게 된다.


기다려야 맛이 나는 열매
늦은 봄 잎 겨드랑이에 5갈래의 흰꽃이 피는데 화려하기 보다는 다소곳하면서도 고고한 느낌을 준다. 꽃이 지고나면 2~5cm 정도의 탱자만한 열매가 정답게 열리는데 연두색이었다가 성숙하면서 황색으로 변한다. 특이하게 돌배나 다른 배와 달리 꽃받침이 떨어지지 않고 열매에 달려있다. 몇 해 전 호기심에 떨어진 황색 열매를 한 줌 입에 베어 물었더니 떫은 듯한 신맛과 텁텁함에 놀라 먹을 게 못되는 열매구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1개월 정도 숙성시켜 먹어야 제대로 그 본연의 맛을 음미할 수 있는 거란다. 옛 어른들 말씀에 서리맞을 때 까지 기다렸다 열매를 먹으면 넘쳐흐르는 과즙과 진한 단맛, 더불어 향긋한 향기까지 느낄 수 있다고 하니, 먹어보진 못했지만 입안에 침부터 고인다.

 
추위와 대기오염에 강한 나무
산돌배는 중국, 일본, 극동러시아, 한국에 자생하는 낙엽 교목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함경남북도, 평안남북도, 강원도, 백두대간 일부의 추운지방이 고향으로 알려지지만, 추위에 강하고 대기오염에 대한 저항성도 커서 최근에는 도심지에서도 산돌배나무를 종종 만날 수 있다. 야생에서 동물들이 이 나무의 열매 과육을 먹고 씨앗은 멀리 옮겨 고갯마루나 개울가에 남겨주는 역할을 했기에 주로 산간 마을주변이나 계곡부에서 자생하는 나무들이 많다. 산짐승들에게 인기 있는 열매는 개체마다 맛과 크기도 다른데다 일반 배보다 플라보노이드, 폴리페놀 등 항산화물질이 2배 이상 풍부해 선발 육종을 통한 우수품종 개발을 꾀하고자 배 과수원이나 연구소 등에서는 산돌배나무에 접을 붙여 배를 수확하기도 한다.
 
 
곱고 치밀한 목재
산돌배는 꽃과 열매도 좋아 관상용, 식용으로도 즐겨 식재되지만, 속살도 곱고 치밀해서 염주나 주판알, 다식판을 만드는 등 가구재, 기구재로도 활용된다. 천리포수목원 밀러가든의 산돌배는 19971212일에 주왕산에서 열매를 채집하여 수목원으로 가져와 씨앗의 싹을 틔워 키웠다. 자생지에서는 10~15m까지 자라는 나무인데 수목원에서는 바다 가까이 심겨진 열악한 환경 탓인지 2.5m가 채 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반가운 꽃과 열매를 맺어주고 있으니 고마울 따름이다. 울진군 서면 쌍전리에 가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되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산돌배나무가 자라고 있다. 대략 그 나이가 250살이라고 하니, 키가 작지만 건강히 자라 천리포수목원 산돌배도 보란 듯이 오래도록 천리포에 살아남아 전설적인 기록을 세웠으면 하는 바램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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