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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이야기] 72. 백일에 걸쳐 꽃이 피는「배롱나무
작 성 자 천리포수목원 작성일 2015-08-25 09:57 조회 5,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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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포수목원 식물이야기」
 
72. 백일에 걸쳐 꽃이 피는「배롱나무」
 
최수진_ 천리포수목원 홍보실장
 

푸르다 못해 검푸르기까지 했던 여름 정원도 어느덧 끝자락에 와 있는 듯하다. 폭염 속에서도 화사한 꽃송이를 피웠던 꽃들은 애잔히 사그라질 채비를 한다. 하지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 붉은 꽃이 없다고 했거늘... 지는 꽃들 사이로 아직도 건재함을 과시하는 꽃이 있으니 바로 배롱나무(Lagerstroemia indica L.)이다.
 
 

 
 
백일 간 이어지는 릴레이 개화
7월부터 9월까지 여러 꽃들이 교대로 피고 지면서 줄기차게 이어지기 때문에 여름부터 초가을까지 배롱나무의 꽃을 감상할 수 있다. 연보라색, 분홍색, 흰색의 꽃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붉은색의 꽃을 지속적으로 피워내어 초본식물의 백일홍과 흡사하다는 뜻으로 ‘백일홍나무’라 불리다가 ‘배기롱나무’를 거쳐 ‘배롱나무’가 되었다는 설이 있다. 한 송이의 꽃을 피우기 위해서도 온 힘을 쏟아야 하는데, 365일 중 약 100일간 꽃을 피운다는 사실만으로도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리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꽃 한 송이, 한 송이가 어쩜 그리도 정교하게 만들어 졌는지 붉은 꽃뭉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치마 자락을 늘여 놓은 것 같은 6장의 꽃잎도 인상적이지만, 여러 개의 수술 중에서도 꽃송이 사이마다 길게 늘어나서 안쪽으로 동그랗게 말린 가장자리 6개의 수술이 돋보여 마치 물랑루즈의 캉캉춤을 보는 듯하다.

 

간지럼을 타는 나무
바람을 타고 이리저리 춤을 추는 무희 같은 꽃이 아니더라도 배롱나무의 매끈한 줄기는 계절에 상관없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은다. 남성의 힘이 물씬 풍기는 근육질 몸매 같기도 하고, 어느 때는 여성의 미끈한 피부 같기도 한 줄기는 얇은 껍질이 벗겨져 독특한 얼룩무늬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얼마나 매끈했던지 나무를 잘 타는 원숭이도 떨어져 미끄럼을 탄다고 일본에서는 ‘원숭이 미끄럼 나무’라는 별명을 지어주기도 했다. 특색있는 줄기는 만지면 마치 나무가 간지럼을 타듯 나뭇가지 끝을 흔든다고 충청도, 제주도 지역에서는 ‘간지럼나무’라는 뜻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수목원에 있는 배롱나무 마다 사람들이 간지럼을 너무 태워 줄기가 원래보다 더 반질반질 해졌다. 방문하시는 분들은 단 한번의 경험이지만, 배롱나무 입장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간지럼을 받아야 하니, 그 스트레스도 꽤 클 듯하다. 사실 수목원과 같은 외부공간에서는 간지럼을 태워서 나무가 흔들리는지, 바람이 불어 나무가 흔들리는지 가늠하기가 어려우니, 나무를 배려하는 입장에서 조금 자제하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감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충절, 영원한 생명의 상징
중국 남부가 원산인 배롱나무는 낙엽소교목으로 크지 않은 키에 옆으로 넓게 퍼지면서 맵시있게 자란다. 양반처럼 느긋하게 기다리며 늦게 싹이 돋는다하여 예로부터 양반가, 사찰, 서당 등에 즐겨 심었다. 설총이 신문왕의 방탕함을 깨우치기 위해 들려주었다는 화왕계에서 충성심 깊은 신하로 묘사되기도 한 배롱나무는 충절과 절개의 상징인 성삼문이 사랑한 나무로도 알려져 있다. 여섯 개의 꽃잎, 꽃이 진 뒤에도 여섯 개로 갈라지는 배롱나무를 두고 성삼문을 비롯한 사육신의 숫자와 같다며 충절과 절개의 상징으로 여기기도 한다. 오랫동안 계속되는 개화에 영원한 생명을 염원하는 뜻에서 무덤가에도 많이 심었다고 하는데, 묘지의 음산한 분위기를 몰아내기에도 이보다 좋은 나무가 없는 듯하다. 천리포수목원에는 초가집 근처, 큰 연못 주변, 배롱나무집 앞마당 등에서 배롱나무를 만날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초가집 근처의 배롱나무는 1974년 4월 14일 모항초등학교에서 묘목으로 들여와 40년 넘게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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