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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이야기] 68. 온몸에 향기를 머금고 있는「헨리붓순」
작 성 자 천리포수목원 작성일 2015-06-23 17:43 조회 4,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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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포수목원 식물이야기」
 
68. 온몸에 향기를 머금고 있는「헨리붓순」
 
최수진_ 천리포수목원 홍보실장
 
 
 

온 나라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로 떠들썩하다. 치사율도 높다하고, 전염력도 강한데다 별다른 치료약이나 예방약이 없다하니 국민들의 공포가 높아질 만도 하다. 그래도 2009년 신종플루가 맹위를 떨칠때는 붓순나무과에 속하는 상록성 식물(Illicium verum Hook.f)의 열매에서 성분을 추출해 만든 타미플루가 해결사로 등장하여 위안이 되었건만... 오늘 소개할 ‘헨리붓순(Illicium henryi Diels)’과는 사촌뻘되는 식물이기도 하다.
 

특별한 향기로 유혹하는 나무
헨리붓순은 중국 남부가 원산지로 관목 혹은 소교목으로 자란다. 윤기 흐르는 반질반질한 잎과 아름다운 꽃을 가지고 있지만, 내한성이 약한편이라 주로 남부지역에서 볼 수 있는 식물이다. 잎과 가지는 특유의 향기를 머금고 있어서 가지를 자르거나 잎을 비벼보면 향긋한 풀내음이 난다. 속명의 일리시움(Illicium)이란 말도 라틴어로 유혹이라는 뜻의 일리시오(illicio)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니 은은하면서도 산뜻한 향기가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는 것은 분명한 듯하다. 우리나라 자생식물로 완도나 제주도 등 남도지역에 주로 식재되는 ‘붓순나무’도 마찬가지로 식물체의 향기가 매우 좋아 잎과 가지를 사찰 불전에 꽂거나 제사에 사용하기도 한다. 일본에서는 산소 근처에 심으면 잡신이 오지 못한다고 여겨 묘소 주변에 즐겨 심기도 하고 관속에 넣기도 한다.
 
고개숙인 붉은 꽃
천리포수목원 윈터가든 입구로 향하기 전 오른편에 2m 남짓한 크기로 자란 헨리붓순을 만날 수 있다. 피라미드형으로 자라나 5월 중순부터 고운 꽃을 피워 지금까지 꽃이 피우고 있다. 국내 자생 붓순나무는 3월이면 꽃봉오리를 터트리는데 반해 헨리붓순의 경우 늦은 봄부터 꽃이 피어 6월 중순 이후까지 꽃을 볼 수 있다. 작은 수련을 축소해 놓은 듯한 생김새의 꽃은 앵두 같은 붉은빛을 띤다. 나무를 가득 채운 작은 꽃들의 얼굴을 제대로 보려면 머리를 하늘로 올려 보아야 하다. 꽃들이 하나같이 고개를 숙이며 땅을 향해 피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꽃은 향기가 없다. 꽃이 질 때면 꽃잎이 한 장씩 떨어지는데 작지만 통통한 육질의 꽃잎 덕분에 귀를 가까이 대보면 후두둑 소리가 들린다. ‘붓순’이라는 이름은 새순이 돋아나는 모양이 붓과 비슷해서 붙여졌는데 천리포수목원에서는 붉은색 꽃이 피는 까닭에 국가표준식물목록상 ‘헨리붓순’이라 부르는 이 나무를 ‘붉은붓순나무’라고 부른다.
 
 
별모양 열매
1990년 미국 우드랜더(Woodlander) 농장에서 삽목묘로 들여와 크고 있는 헨리붓순은 씨에서 싹은 잘 나지만 성장속도는 빠르지 않은 식물로 알려져 있다. 꽃이 떨어진 자리에는 별모양 같은 다육질의 연두색 열매가 생겨서 갈색으로 단단해 진다. 다 성숙되면 6~12개의 꼬투리가 벌어져 윤기나는 콩만한 열매를 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40여 종류의 붓순나무 속이 자라고 있는데 이중에서 앞서 언급한 타미플루의 원료가 되는 팔각회향처럼 수피나 열매를 향신료나 약품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자생 붓순나무의 경우에는 열매에 아니사틴, 코아니사틴 같은 유독성분을 가지고 있어 조심해야 한다. 얼핏보면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저마다 특징과 개성을 알 수 있다. 메르스 사태를 돌아보며 정체모를 바이러스에 대한 ‘알지못함’의 공포가 우리를 더 힘들게 하는 것 같다. 지금이라도 의료선진국으로 자부하던 우리들의 자만을 기회로 삼아 처음부터 하나씩 체계를 잡고 그 속을 제대로 들여다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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