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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이야기] 58. 가까이 하고 싶은 먼나무
작 성 자 천리포수목원 작성일 2015-01-23 09:47 조회 5,8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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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가까이 하고 싶은 먼나무

 

최수진_ 천리포수목원 홍보팀장

 

수목원을 거닐다보면 새롭게 이사를 온 나무도 아닌데 지금까지는 눈에 띄지 않더니 갑자기 눈길을 끄는 나무를 종종 발견하곤 한다. 늘 가까이 하고 있었는데도 그 매력을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 ‘먼나무(Ilex rotunda)'가 새해를 맞으며 눈과 가슴에 들어왔다. 이리도 붉은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었는데 따뜻한 눈길 한번 못 준 것이 미안해서 내내 마음이 쓰인다.

 

멋스러운 검은 나무

더구나 ‘먼나무’란 다소 특이한 이름을 가지고 있으니 관심이 더 갈 수밖에. 알고 보니 이름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가 많다. 겨울 내내 새가지 겨드랑이마다 붉은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모습이 멋스러워 ‘멋나무’에서 유래했다고도 하고, 얼핏보아 감탕나무와 비슷한데 잎이 달려있는 잎자루의 길이가 감탕나무에 비해 길어서 멀리 잎이 난다하여 먼나무로 불렸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 제주도에서는 새로 나온 가지가 암갈색으로 검게 보여 ‘먹나무’란 뜻의 ‘멍낭’으로 불린데서 연유했다고도 전해진다. 검은 나무란 뜻은 먼나무의 영어 이름인 ‘구로가네 홀리(Kurogane Holly)’와도 의미가 상통한다. ‘Kurogane'를 검색하면 일본어로 '철; 무쇠’란 뜻으로 나오는데 이러한 금속의 특징에서 ‘검다’란 의미가 나온 듯하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먼나무를 ‘구로가네모치(黑鐵もち, 혹은 黑金もち)’라 하는데 ‘돈을 많이 가진 부자’를 뜻하는 말로 금전 운을 좋게 한다고 생각하여 신사나 가정, 회사 등의 정원수로 많이 심고 있단다. 그러고 보면, 일본에서는 패전 후 제철이 국력이라 할 정도로 경제적 수입을 많이 거둬들였으니 ‘철=검은색=부자’라는 의미가 먼나무로 옮겨왔을지도 모르겠다.



암수딴그루

의미를 알고 보니, 검은 색 가지와 긴 잎자루, 붉은 열매가 더 또렷하게 보인다. 5mm 남짓한 동그란 붉은 열매가 얼마나 풍성하게 달렸는지 나무에 불이 붙은 것만 같다. 마냥 열매가 예쁘다고 아무 먼나무를 심어서는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을 만날 수 없는데, 먼나무는 은행나무처럼 암수딴그루이다. 숫나무만 있어서도 안되며 그렇다고 암나무만 있어서도 안되니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

   


제주도에서 건너온 6남매

먼나무는 중국 중남부, 일본 남부 이남, 베트남 등 비교적 따뜻한 곳에서 자라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제주도를 비롯한 남해안 섬지역에서 자생한다. 1월 평균 기온이 0℃ 내외인 곳이면 월동이 가능하며 해풍에도 강하고 공해에도 강해 남쪽지역에서는 가로수로도 즐겨 사용한다. 그러고 보니 지난해 제주도와 보길도를 갔을 때도 부산 해운대를 갔을 때도 길거리 가로수마다 아름다운 열매가 가득 있었던 기억이 난다. 아는 것 만큼 보인다고 관심을 두니 스치고 지나갔던 먼나무와의 인연이 떠오른다. 천리포수목원에는 작은연못 초입 부분에 서로 닮은 6 그루의 먼나무가 심겨져 있다. 원래 먼나무는 우산을 펼쳐놓은 듯 단정하게 자란다고 전해지는데 이 곳에 자라는 먼나무는 모두 길고 가늘게 자랐다. 적당한 간격을 두고 심겨진 이 먼나무들은 1980년 민병갈 설립자가 제주도에 갔을 때 제주은행 앞에 심겨진 먼나무의 열매를 수목원으로 가지고 와서 탄생한 나무들로 지금도 표찰에는 제주은행이라는 캡션이 들어있다. 따뜻한 제주도에서 부모와 떨어져 혹독한 천리포 추위에 적응하고 주변의 큰 키 나무들과 경쟁하면서 생겨난 6남매의 독특한 스타일이 눈물겹다. 민병갈 설립자는 일찌감치 먼나무의 멋스러움을 알고 그 매력을 천리포에 남겨주셨다. 덕분에 멀리가야 볼 수 있는 귀한 나무를 가까이서 만날 수 있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먼나무의 진정한 매력을 지금부터라도 느끼며, 이 겨울 가까이서 두고두고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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