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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이야기] 56. 진정한 아름다움 아리조나양백 '피라미달리스'
작 성 자 천리포수목원 작성일 2014-12-23 18:00 조회 3,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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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포수목원 식물이야기
 
56. 진정한 아름다움 아리조나양백 피라미달리스
 
                                                                                                            최수진_ 천리포수목원 홍보팀
 
 
연말이면 어김없이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는 말을 단골로 쓰곤 하지만 올해 만큼 절실히 그 말이 와닿는 해도 없
 
었던 것 같다. 차디찬 진도 앞바다에 꽃봉오리같은 어린 학생들을 수장하고 그 어느 해보다 가슴 시린 봄날을 맞이
 
한 후에도 안타까운 사고소식은 연일 계속되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네 삶은 예기치 않게 다치고, 고통받고, 때로는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일들의 연속일 런지도 모르겠다. 이러한 시련은 식물도 예외가 아니다. 소사나무집으
 
로 올라가는 언덕배기 오른편에도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아리조나양백 피라미달리스’(Cupressus
 
arizonica 'Pyramidalis') 한 그루가 자라고 있다.
 
 
반신불수
 
197494일 영국의 트래시더(Treseder) 농장에서 묘목으로 들여와 지금까지 살고 있는 이 나무는 측백나무과
 
의 상록침엽교목으로 주변의 측백나무과 나무들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사람에 비유하자면 반신불수처럼 반
 
쪽은 정상인데, 반쪽은 잎이 죽어버려 앙상한 나뭇가지만 드리우게 되었다.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햇빛을 유독 좋
 
아하는 이 나무 곁으로 가까이 심겨진 소나무가 함께 크면서 햇빛을 제대로 못 받은데다가 거친 해풍을 심하게 맞
 
은 탓이었다.
 

영국왕립원예협회로부터 상 받은 나무
 
안쓰러운 마음이었을까? 머릿속으로 이 나무를 데칼코마니 하듯 정상적인 부분을 반대편으로 접어 제대로 자랐을
 
때의 모습을 그려보면 제법 근사한 모양이 그려진다. 정상적인 아리조나양백 피라미달리스는 아리조나양백 중에
 
도 좁은 피라디드형 수형으로 잘 자라나 영국왕립원예협회로부터 AGM(Award of Merit)을 수상한 공신력 있는
 
나무이기도 하다. 특히나 회색빛이 도는 은청색의 푸른 잎이 세련미를 주면서도 적당한 중간 크기로 자라는 나무이
 
기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마땅하지만, 수목원에서는 큰 상처를 안고 있기에 인간의 미의 잣대로 보면 결코
 
아름답지 않은 나무로 평가된다. 천리포수목원이 아닌 관상을 중요시하는 공원에 살았더라면 벌써 베어지고 없어졌
 
을지도 모르는 위태로운 나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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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아름다움
 
다행히 천리포수목원에서는 아름답지 않다고 하여 나무를 베어내는 일은 거의 없다. 아름다운 사람만 사는 게 세
 
상이 아니듯, 아름다운 나무만 사는 게 수목원이 아닌 까닭이고, 존재의 이유가 외형의 아름다움에만 있는 것은 아
 
닌 까닭이다. 나 역시 비록 몸의 반은 잃어 아름답지 않을지라도 온 힘을 다해 나머지 삶을 꿋꿋이 이어가는 이 나
 
무에 오히려 더 눈길이 가고 마음이 간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 보다는 과거에 잃은 것, 미래에 가지고 싶은 것에
 
연연하기 때문에 현재 행복하지 못하다는 현대인들에게 천리포수목원의 아리조나양백 피라미달리스 는 포기하지
 
말고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한 아름다움과 행복을 줄 수 있다고 전한다.
 
 
 
2014년 청마의 해 뒤안길에서 올 한해 하찮은 일로 삶을 낭비하지는 않았는지?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원망만 하며
 
나를 더 괴롭히지는 않았는지? 내면의 아름다움을 보지 못하고 외형의 아름다움만 쫓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본다.
 
가슴 속 응어리진 아픔과 묵은 상처, 겉치레들을 과감히 버리고, 내 삶의 존재의 이유를 머릿속에 되새기며 다가올
 
을미년을 진정 아름답게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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