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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이야기] 54. 천국의 대나무 남천 '움푸쿠아 치프'
작 성 자 천리포수목원 작성일 2014-11-24 11:55 조회 4,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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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천국의 대나무 남천 움푸쿠아 치프

 

최수진_ 천리포수목원 홍보팀장

2014년을 불과 한달여 남겨두고 2015년 달력인쇄 감리를 위해 충무로에 있는 인쇄소로 출장을 다녀왔다. 시즌 특수로 24시간 쉬지 않고 기계를 돌리는 탓에 좁은 인쇄소는 종이 먼지, 잉크 냄새가 가득했다. 꽤 오랜 시간 그곳에 머무르면서 메케한 냄새가 부대낄 때 마다 밖으로 나와 콧바람을 쐬는데 허름한 인쇄소 옆 좁은 화단에서 붉은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남천(Nandina domestica)을 발견했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급기야 핸드폰 카메라로 남천을 찍어대며 짧은 휴식을 취했다. 수목원으로 돌아와 겨울정원에 있는 남천 움푸쿠아 치프'(Nandina domestica ‘Umpqua Chief')를 만나니 그날의 감회가 떠오른다.


   


남천죽(南天竹)

남천은 매자나무과의 상록성 관목으로 인도, 중국, 일본에 이르는 동아시아 원산인 나무이다. 남부지방에서 정원수로 많이 재배되고 있지만 추위에도 강해 서울 충무로에서 살 수 있을 정도로 중부지역에서도 식재가 가능한 식물이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는 대나무 잎을 닮은 잎과 대나무처럼 줄기가 모여서 곧게 자라는 모습 두고 남천죽(南天竹)’이라고도 부른다. 영어권에서도 가짜 대나무라고 말할 정도로 대나무와 남천을 연관시키는데 천국에 가면 볼 수 있을 것 같은 신성한 대나무란 의미를 더해 ‘Sacred bamboo’, ‘Heavenly bamboo’란 이름으로 불린다. 언뜻 대나무와 닮았지만 대나무가 우리들 키를 훌쩍 넘으며 높게 자라는데 반해 남천은 일반적으로 3m 안팎으로 자라고, ‘움푸쿠아 치프1.5m 정도로 일반 남천보다 조금 더 낮게 자라는 편이다. 상록성 식물이지만 가을이면 붉은색, 갈색으로 단풍이 드는데, 빛 세기나 기온에 따라 겨울이면 잎을 떨구기도 한다.



전화위복을 의미하는 행운목

일본에서는 남천을 난뗀이라고 부르는데 어려운 상황을 반전 시킨다는 뜻의 난전(難轉)’과 발음이 같아 이 나무를 심으면 역경을 이겨내고 재앙을 물리치는 행운을 가져온다고 여겨 현관이나 화장실 앞에 즐겨 심는단다. 필자가 살고 있는 수목원 사택 앞에도 남천이 심겨져 있는데 혹시 이런 의미를 알고 예전에 살던 직원이 심어놓은 건 아닐까? 재미난 추측을 해본다. 나무의 의미가 남달라 혹시나 하고 남천의 꽃말을 찾아보니 역시나 전화위복란 꼭 맞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항간에서는 임산부가 순산을 기원하는 뜻으로 마루 밑에 남천을 깔기도 했다고 전해지는데 어려움을 뒤집어 좋은 결과를 낳고자하는 바램이 이 나무에 서려있기 때문이리라.


   


남천촉(南天燭)

그러고보니 남천이란 식물을 가까이 둔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고 행복이다. 실크처럼 부드러운 잎이 시원스럽게 나는데다 초여름에는 새하얀 꽃이 피고 가을에는 붉은 단풍도 일색이다. 반짝이는 둥근 열매가 줄기 끝에 원뿔모양으로 주렁주렁 달리는 모습이 빨갛게 달아오른 촛불 같아 남천촉(南天燭)이라 별명을 얻을 정도니 말해서 무엇 하랴. 1975219일에 미국 Mitsch 농장에서 묘목으로 도입된 수목원의 남천 움푸쿠아 치프도 매년 겨울정원의 주인노릇을 하며 아름다운 열매를 매다는데 새들에게는 맛있는 먹이감을 제공해주는 친절한 나무이기도 하다. 지금껏 소개한 수목원의 어러 나무들에 비해 남천 원종이나 품종들을 주변에서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데 양지 음지를 가리지 않고, 가뭄과 추위, 공해에도 잘 견디고 좁은 화분이나 도시 도로변, 하다못해 옥상에서도 잘 자라니 다양한 남천들이 쉽게 주변에 식재가 되고 있는 셈이다.

그러고 보니 좁고 척박한 충무로 인쇄소의 화단에 누군가가 심었을 남천 한 그루가 고단한 일상 속 사람들에게 작은 기쁨과 위안을 주는 것! 이것이야말로 삶의 전화위복일지도 모른다. 거창하고 드믄 일을 하기 위해 지체 한 게 많았는데, 소소하지만 가까이에서 시작할 수 있는 일부터 챙겨봐야 할 것 같다.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오늘도 어김없이 나무를 통해 배운다.



아래사진) 충무로에서 만났던 남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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