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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이야기] 52. 새 부리에서 이름을 딴 '조구나무'
작 성 자 천리포수목원 작성일 2014-10-27 17:41 조회 5,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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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새 부리에서 이름을 딴 ‘조구나무’

 

최수진_ 천리포수목원 홍보팀장

 

지난해 천리포수목원에서 엔딩씬을 촬영한 ‘레드카펫’이란 영화가 최근 개봉해 화제다. 수목원에서의 촬영은 스토리상 전체 연기자가 모두 출연하는 씬이었는데 많은 직원들의 관심이 여자주인공에게로 쏠렸다. 많은 사람의 시선을 눈치라도 챘는지 제일 뒤늦게 촬영장에 도착한 여자주인공은 자체발광의 아름다움으로 우리들을 설레게 했다. 천리포수목원에도 이 여자주인공 같은 나무가 있다. 다른 나무들이 제법 잎을 키우고 있는 5월이 되어서야 새잎이 나기 시작하는 ‘조구나무(Triadica sebifera)'는 열매도 겨울이 되어서야 완전한 속살을 보여주며 애간장을 태운다.

 

새 부리를 닮은 뾰족한 잎

조구나무는 새잎이 나는 봄도, 노란꽃이 가득 피는 여름도 좋지만 10월의 끝자락부터는 하루가 다르게 단풍이 들어가는 이 시기가 생의 클라이막스가 아닐까싶다. 노랑, 주황, 빨강, 자주, 검붉기까지한 잎은 앞뒤가 다르게 물들면서 마치 양면색종이를 달고 있는 듯 화려하다. 화려한 조구나무 잎이 떨어질 때면 너무나 고운 색과 모양이 아까워 책갈피로 만들려는 욕심에 한참을 웅크리고 앉아 잎을 주워 오곤한다. 언뜻보면 하트무늬 같기도 한 조구나무의 잎은 끝이 뾰족한 모양이 새의 부리 같다하여 조구(鳥口)나무라고도 하고, 학자에 따라서는 까마귀의 부리 같다하여 오구(烏口)나무라 칭하기도 한다. 두 이름 모두 일리가 있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한자이름이 획수 하나로 달라진다.


조구나무 잎의 앞면


조구나무 잎의 뒷면



팝콘나무

잎 못지않게 열매도 개성이 넘치는 조구나무는 가을까지도 둥근 갈색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그 모양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드물다. 알고 보면 갈색 껍질 안에 흰색의 작은 열매 삼형제가 한 방씩 자리를 잡고 있다. 둥글면서도 오동통한 열매는 찬바람이 불어와야 부풀어 터지기 시작하는데 동그스름한 흰색의 열매가 세 개씩 붙어 있으니 그 모양이 팝콘같다하여 팝콘나무(Popcorn Tree)라고도 불린다. 중국 원산으로 내한성이 약해 남부지방에 주로 식재되는데 열매에서 양초와 비누의 원료로 쓰이는 식물성 수지를 얻을 수 있어서 열대지방에서도 많이 식재되고 있다. 줄기와 뿌리껍질에서는 살충과 해독, 피부질환에도 효과 있는 성분이 있어서 한방에서 약재로 이용되기도 한다.

    


맹아력이 강한 나무

문헌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1930년경에 처음 도입되었다고 하는데, 미국에는 1800년대에 도입되었으니 우리보다 함께한 시간이 길다. 밀원식물인데다가 열매에서 수지를 얻을 수 있고, 단풍까지 아름다워 여러면에서 좋은 나무로 인식되었을 법한데,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는 조구나무를 유해식물로 선정해서 관리하고 있다. 플로리다 지역에서 57%를 차지하는 이 나무는 새가 섭취하여 배설물로 이동하거나 물가에 떨어져 이동하면서 넓은 지역에 걸쳐 번식을 하게 되는데, 워낙 열매를 많이 생산하는데다가 100년 된 열매도 싹을 틔울 수 있을 정도로 생존손실이 거의 없기에 무서운 존재로 여겨지는 것이다. 더군다나 성장속도도 빨라 토종 식물의 서식과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데다 제초제를 쓰지 않고 나무를 함부로 베어냈다가는 새 줄기가 계속 나오면서 또 새로운 나무로 커가기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한다. 다행스럽게도 천리포수목원에서는 1977년에 도입되었지만 열매에서 싹이 나는 경우가 흔치 않아 자손을 보기 어려운 나무로 꼽히고 있다. 연기파 배우처럼 야누스의 얼굴을 가진 조구나무가 이 땅에서는 선한 모습으로 기억되길 바라며, 깊어가는 가을 조구나무 아래에서 그녀가 읊어주는 가을찬가에 취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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