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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초보원장의 정원일기] 가을단풍이 곱다고 말하지 말자
작 성 자 천리포수목원 작성일 2014-10-03 08:40 조회 3,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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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입니다.
온 산이 물들기 시작했습니다.
 
 
신부화장을 갓 끝낸 여인과 같이 맑고 밝고 화사하던 나뭇잎새들이 하나 둘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고 있습니다. 매년 가을이면 펼쳐지는 지상 최고의 패션쇼가 곧 개막될 모양입니다. 금년 가을엔 여느 해보다 아름답고 고운 단풍이 들어 화려한 패션쇼를 펼쳐보일 것이라고 벌써부터 단풍마중에 술렁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때쯤이면 교과서에서 읽었던 정 비석님의 ‘산정무한’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정말 우리도 한 떨기 단풍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다리는 줄기요 팔은 가지인 채 피부는 단풍으로 물들어 버린 것 같다. 옷을 훌훌벗어 꽉 쥐어짜면 물에 헹궈낸 빨래처럼 진주홍 물이 주르르 흘러내릴 것만 같다.’
 
 
가을 산에 올라 한 그루 단풍나무가 되고 싶습니다. 
옷을 훌훌 벗어 꽉 쥐어 쫘 보고 싶기도 합니다.
진주홍 그 물에 온 몸을 아니 마음까지도 흠뻑 물들이고 싶습니다.
 
 
단풍은 왜 드는 것일가요?
‘나무의 잎에는 녹색의 엽록소 외에 붉은색의 카로틴, 노란색의 크산토필 등의 색소가 있는데 평소에는 엽록소 때문에 밖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기온이 떨어지면서 엽록소가 사라지기 때문에 보이지 않던 색소들이 보이게 되는 것이 바로 단풍’이라고 하지요.
꼭 그런 것일가요? 
 
 
저는 언제부턴가 가을 단풍이 곱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식을 잃은 어미의 심정이 아니고는 단풍을 바라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가을 단풍을 보며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둘째 누님이 생각나면서부터 말입니다.
 
 
‘남편은 죽으면 땅에 묻고 자식은 죽으면 가슴 묻는다’고 합니다.
둘째 누님은 한평생 먼저 간 자식을 품에 안고 사시다가 먼저 간 자식이 보고 싶어 구남매 중 제일 먼저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우리 구남매 사이좋게 오래 오래 함께 살자고 말씀하시던 둘째 누님이신데 말입니다.
 
 
나무라고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나무도 아는 것입니다.
이른 봄 화사한 잎을 피워 여름내내 뙤약볕을 맞아 가며 길러낸 자식들이 가을이 되어 떠날 때가 가까웠음을...
그래서 나무는 한평생 익혀온 서러운 솜씨로 가장 아름다운 옷 한 벌씩을 지어 떠나는 자식에게 입혀 주는 것이 단풍 아닐런지요???
 

 
이런 생각이 미치자 단풍이 그냥 곱기만 한 것이 아니더라구요
떠나는 자식위해 고운 옷 한 벌 입혀주는 어미의 심정은 헤아리 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이렇게 노래했지요.


 
자식을 품에서 떠나보낸 자만이
가을나무를 바라볼 수 있다
나무는 안다
품안에 기른 자식 떠나보낼 때가 되었음을
떠나는 자식위해 고운 옷 한 벌 지어야 하는 것을

모아둔 재산을 몽탕 털어서
한평생 익혀온 서러운 솜씨로
떠나보낼 자식들 옷을 짓느라
이 가을
나무는 몸살을 앓는다
바람같은 눈물을 터트린다

나무의 울음을 듣기 전에는
가을단풍이 곱다고 말하지 말라
나무의 눈물을 보기 전에는
가을산이 좋다고 말하지 말라

자식을 품에서 떠나보낸 자만이
나무의 눈물을 볼 수가 있다
나무의 고통을 알 수가 있다
가을나무를 바라볼 수 있다
                  (졸시: 가을나무)
 

 
이 가을
한 그루 가을나무이고 싶습니다
한그루 가을나무로 서 서 그대를 맞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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