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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이야기] 45. 이유 있는 가시 돋아내는 '카스피카주엽'
작 성 자 천리포수목원 작성일 2014-07-08 11:05 조회 4,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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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포수목원 식물이야기」
 
 
45. 이유 있는 가시 돋아내는 ‘카스피카주엽’
 
 
최수진_ 천리포수목원 홍보팀장
 
 
 면접이든 데이트든 영업이든 누군가를 만날 때 있어서 첫인상은 참 중요하다. 첫인상부터 남달랐기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었거나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사람처럼 나무를 만날 때도 첫인상이 있다. 나는 천리포수목원에서 이 나무를 처음 봤을 때의 첫인상이 아직도 선명하다. 날카로운 가시가 있어 선뜻 다가가기 무서웠기 때문이다. 충격적인 첫 만남 이후, 이 나무는 무슨 연유에서 이렇게 사나운 가시를 돋우며 살고 있을까? 궁금증과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그 이유를 알고 나서는 어쩌다가 한 번씩 수목원 안내를 하게 되면 빠뜨리지 않고 ‘카스피카주엽(Gleditsia caspica)' 나무를 소개하곤 한다.
 

지혜로운 가시

 카스피카주엽은 카스피해 연안의 이란, 아제르바이잔 등 서아시아 일대에서 자생하는 낙엽성 활엽 교목이다. 높이 12m 가량으로 자라나서 20m까지 자라는 우리나라 주엽나무에 비해 아담한 편이다. 줄기 바깥쪽으로 날카로운 가시가 무성하게 돋쳐있기에 험상궂은 인상을 풍기지만, 온전히 살아남기 위한 나름의 생존 전략을 품고 있다. 천적으로부터 자신의 잎을 보호하기 위해서 뾰족한 가시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바로 그 대표적인 천적이 낙타다. 먹거리가 부족한 척박한 사막과 초원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든 먹어치우는 낙타의 무서운 공격을 피하게 위하여 이 나무는 ‘가시’라는 자구책을 마련한 셈이다. 그런데 그 가시가 돋아난 위치가 흥미롭다. 낙타의 입이 닿는 높이를 연구라도 했을까? 낙타의 키 높이를 기준으로 아래쪽으로만 가시를 세우고, 그 위로는 가시가 없다. 굳이 필요 없는 에너지를 쏟지 않겠다는 나무의 지혜가 놀랍고 대견하다. 찔리면 곧바로 피가 날 것 같은 무서운 가시는 강자로부터 나무도 지켜주지만, 작은 동물이나 새들과 같은 약자에게는 햇빛과 비를 피하고, 포식자로부터 피난처가 되는 유용한 쉼터로 이용된다. 참으로 멋진 나무가 아닐 수 없다.
 
 
식용가능한 씨앗

 카스피카주엽은 6월에 녹색을 띤 흰빛의 꽃이 피고 지면, 콩 꼬투리 모양으로 20cm 가량의 열매가 열리는데, 처음에는 녹색이다가 점점 갈색으로 익는다. 우리나라 주엽나무와 비슷하게 다소 비틀려져 있는데, 납작한 모양의 열매는 익어도 벌어지지 않고 그대로 떨어진다. 열매 안에는 동글납작한 완두콩 같은 씨앗이 있는데 식용이 가능해 자생지에서는 날것으로 먹기도 하고 요리를 해서 먹는다고 한다. 열매에 사포닌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서 물에 녹으면 거품이 일어나 비누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단다.
 
공기중의 질소를 고정해주는 뿌리

 입은 초식동물의 먹이로, 가시는 작은 동물들에게 안식처로, 열매는 사람들에게 식량으로, 그리고 콩과 식물이 그러하듯 뿌리는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하여 식물이 사용할 수 있는 질소 화합물로 변화시켜 땅을 비옥하게 만들어 주기까지 하니 그야말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낌없이 베풀고 또 베푼다. 천리포수목원에는 1977년 미국 하버드대학교 부속수목원인 아놀드 수목원(Arnold Arboretum)에서 묘목으로 도입되었는데 우드랜드 끝자락에서 만날 수 있다.  
 카스피카주엽을 알고 나니 천적으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또는 열매를 멀리 퍼뜨리기 위해 가시를 만드는 식물들이 새삼 눈에 보인다. 그러고 보니 사람에게도 가시가 있다. 살다보면 누구나 한번쯤은 가시를 세우고 싶은 때도 있고, 또 가시를 세울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수 있는데 찔려서 아프다고 원망만 했지 왜 가시를 만들었냐고? 그 이유는 물어본적이 없다. 분명히 이유가 있는 가시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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