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포수목원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로 바로가기 왼쪽 하위메뉴로 바로가기

식물이야기

HOME 커뮤니티 식물이야기


제목 [식물이야기] 44. 황금빛 꽃비 뿌리는 ‘모감주나무’
작 성 자 천리포수목원 작성일 2014-06-13 10:46 조회 6,107
공유하기
첨부파일

「천리포수목원 식물이야기」
 
 
44. 황금빛 꽃비 뿌리는 ‘모감주나무’
 
 
최수진_ 천리포수목원 홍보팀장
 
 
 올 여름 장마를 앞두고 제습기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선풍기 한 대로 온 가족이 여름을 나던 시대는 가고 에어컨이 필수 가전으로 자리를 잡은 시점에서 장마를 대비한 제습기는 새로운 여름 필수 가전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루하게 오랫동안 비가 오는 것도 불편하지만 끈적거리고, 빨래도 잘 마르지 않고 집안 곳곳에 곰팡이 경계령이 생기니 사람들의 관심이 이해 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피 할수 없다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장마철이 되어야 ‘모감주나무(Koelreuteria paniculata)'의 아름다운 금빛 꽃을 볼 수 있으니 장마를 은근히 기다려 보게 된다.
 

장마철에 피는 노란꽃
 모감주나무는 중부 이남의 해안가 산지에서 자라는 낙엽활엽 소교목으로 세계적인 희귀수종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이 원산지로 그곳에 자라던 모감주나무의 종자가 해류에 의해 한국의 해안가에 떠밀려와 군락을 이루며 자라게 되었다는 추측설이 있었지만, 우리나라 포항, 완도, 백령도 바닷가를 비롯하여 안동, 대구 등 내륙지방에서도 자생지가 발견되면서 완벽히 우리 나무로 자리를 잡은 나무다. 가까운 안면도에서는 모감주나무 군락지가 국내 최초로 발견되면서 학술연구 자원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1962년에 천연기념물 제 138호로 지정받기도 했으니 지역의 자랑이 되는 나무이기도 하다. 대개 장마가 시작되는 6월 중순 이후로 꽃을 피우기 시작해 장마가 그치면 꽃도 시들해지니 장마의 시작과 끝을 모감주나무 꽃과 함께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마철 꽃을 피우는 식물이 많지 않다보니 우아하게 긴 꽃대에 작은 꽃들이 줄줄이 달려 화려한 노란꽃으로 뽐내는 이 식물에 눈이 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온 숲이 진한 초록빛으로 가득할 때 선명한 노란꽃은 황금빛에 가까울 정도로 주위를 환하게 밝힌다. 오죽했으면 꽃잎이 기력을 잃어 장맛비에 떨어지는 모습을 두고 영어권에서는 '황금비 나무‘란 뜻의 ‘Golden rain tree'란 멋진 이름을 붙여 주었다.
 
 
큰스님의 염주 나무
 꽃이 진 자리는 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연두빛 꽈리모양의 열매가 생기는데 나무에서 일반적으로 만나는 열매의 모습이 아니기에 독특함을 자아낸다. 세모꼴의 초롱같은 이 열매는 10월경 월이 되면 황갈색으로 단풍과 함께 은은히 물들어 갈라지는데 안에는 3개의 씨앗이 들어있다. 콩알크기만한 돌처럼 단단한 씨앗은 만질수록 윤기도 나 실에 꿰어 염주를 만들었다 하여 염주나무라고도 불린다. 희귀수종이다 보니 모감주나무 열매로 만든 염주는 큰스님들이나 지닐 수 있을 만큼 귀한 대접을 받았다. 모감주나무라는 이름도 닳아 없어진다는 ‘모감(耗減)’에서 유래되었다는 설과 중국 선종의 대표적 사찰인 영은사 주지의 법명인 ‘묘감(妙堪)’, 모든 번뇌를 끊고 지혜를 원만히 갖춘 부처의 경지를 뜻하는 ‘묘각(妙覺)’에서 구슬을 의미하는 ‘주’가 붙어 생겼다는 설로 나뉘어지는 걸 보니 불교와 깊은 관련이 있는 나무이다.

 

해안조경에 용이한 식물
 천리포수목원에는 72년 충북 한림농원에서 묘목으로 도입되었다. 추위와 공해에 강하고 비옥요구도가 낮아 척박지에서도 잘 자라며 토양에 관계없이 양지바른 곳을 좋아해 가로수가 없는 도심지 가로변이나 공원 녹지대 등의 조경수로도 적합하다. 장마기에 꽃을 피워 양봉인들 사이에서는 밀원식물로 추천하는 나무이기도 하다. 많은 매력을 가진 나무지만,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바닷물 또는 바닷바람에 견디는 힘도 강해 해안 조경이나 바닷가의 방풍림으로도 활용가치가 높다는 점이다. 아쉽게도 80년대 초반까지도 천리포 인근 해변에서 자생하는 모감주나무를 볼 수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난개발로 인해 현재는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다.
 무더위와 장마가 한참 우리를 힘들게 할지라도 모감주나무의 황금빛 꽃비를 맞는다 생각하고 즐겨보는 것. 올 여름을 나는 좋은 팁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이전글 [초보원장의 정원일기] 수국, 뭉개구름 닮아가는 달
다음글 [식물이야기] 43. 가지런히 층을 이루는 ‘무늬층층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