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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초보원장의 정원일기] '간절하면 들려요'
작 성 자 천리포수목원 작성일 2014-03-07 10:10 조회 3,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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뭇 생명이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경칩입니다.
개구리들은 벌써부터 깨어나 봄의 교향곡을 연주하고 있습니다.
예년보다 따스했던 지난 겨울덕분인지 금년 봄은 작년보다 보름이상 빨리다가오는
듯합니다. 
 
 
봄이 오는 속도는 제주에서 서울까지 20일,
시속 900미터
어린아이 아장아장 걷는 속도라는데...
 
겨우내 언 땅에 갇혀 지낸 생명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봄맞이 경주를 하는 듯 합니다.
누가 저들에게 봄이 왔음을 알리는 것일가요?
저들은 어떻게 봄이 왔음을 아는 것일가요?
 

엊그제가 3.1절이었습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던 함성이 들려오는 듯 합니다.
일제 36년, 동토에 갇혀 고통받던 민족의 염원은 시련의 겨울이 끝나는 것이었습니다
이 땅에 봄을 맞이하는 것이었습니다.
내 조국 내 강토에 생명의 싹을 다시 틔우는 일이었습니다.
 
 
독립을 갈망하던 민족의 함성이 지금 천리포수목원 곳곳에서 울려퍼지는 듯 합니다.
꽃들이 꽁꽁 언 땅을 헤집고 여린 새 싹을 내미는 소리입니다.
나무들 깊은 땅속을 헤메며 한방울 물줄기를 뽑아올리는 소리입니다.
작은 꽃송이 안에서 수십개의 꽃들이 피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소리입니다.
우주가 뒤 흔들리는 함성입니다
 
 
누가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을가요?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진 자만이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자만이 볼 수 있다' 합니다.
'마음이 있어야 보이고 들린다'고 합니다.
 
바람소리만 들어도 소나무 숲을 지나온 바람인지 갈참나무 숲을 지나온 바람인지
알 수 있다는 조 용미 시인은 '간절하면 들려요'라고 말랬습니다.

 

어느 봄 날 덕수궁 돌담길을 걸으며 전영우 교수님과 나눈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청장님, 저 느티나무 한그루에 몇개의 잎이 피어 날가요?'
'글세요 적어도 몇 십 만개는 되겠지요?'
'그래요 그럼 그 몇 십 만개의 잎새가 피어날때 그 소리는 얼마나 클가요?'
 
 
나무의 대변자가 되겠다고 큰 소리치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그 소리를 듣지 못했으니까요.
아니 나무가 싹트는 소리를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으니까요...

 
 
오늘도 카메라를 둘러메고 수목원 이곳 저곳을 둘러봅니다.
새로 피어나는 꽃들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다는 것은 초보수목원장에게 축복입니다.
이 꽃을 어떻게 하면 보다 더 아름답게 담아 낼 수 있을가요?
꽃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머리를 숙여봅니다.
이른 새벽 그 분께 나아가 기도하는 자세로 말입니다.
 
 
머리를 숙인다고 꽃은 자신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더 낮은 자세로 가까이 다가서야 합니다.
 
땅에 바짝 엎드려 눈을 맞춰야 합니다.
귀를 열고 그의 소리를 들어야 합니다.
코를 열어 그의 향기를 맡아야 합니다.
 
꽃은 경배하는 자세로 겸손히 바라보는 자에게 자신을 보여 준다고 나무칼럼니스트
고규홍 작가는 말했습니다. 

 

 
들꽃을 보려면/ 몸을 낮추세요
들꽃의 향기를 맡으려면/ 몸을 굽히세요
아주 작은 들꽃일수록/ 더 몸을 낮추고/ 더 몸을 굽히세요
가장 낮추고 굽히는 사람은/ 들꽃의 은밀한 비밀이야기까지도/ 들을 수 있습니다
들꽃을 보려면/ 몸을 낮추세요
들꽃같은 아내가/ 들려 준 말입니다
 
 
현재 산림문학회장을 맡고 계신 김청광 시인의 '들꽃'이란 시입니다.
들꽃같은 그의 아내 강효순 시인은 지금 힘겹게 투병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이 봄, 저 여린 봄꽃들이 얼어붙은 단단한 대지를 박차고 새 생명을 꽃 피우듯
들꽃같은 강 시인이 고통을 박차고 일어서 꽃처럼 아름다눈 시를 피워내기를 기도합니다.

 

자세히 보야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풀꽃/-나태주
 

 
이 봄 수목원을 돌아보며 초보수목원장은 기도합니다.
이 땅에 생명이 충만하게 하소서
고통받는 모든 이에게 새 생명의 기쁨을 주소서
봄이 오기를 기다리는 자들에게 한송이 봄 꽃을 보내 주소서...
 

 
주여, 
들의 귀를 열어 주소서
저들의 마음을 열어 주소서
눈을 띄게 해 주소서
봄이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음을
새 생명이 움트고 있음을
우주가 폭발하는 소리가 들리고 있음을 알게 하여 주옵소서
 

 
그러하오나 주님, 진정 원하옵나니
먼저 제 눈과 귀를 먼저 열어주소서
제 마음을 열어주소서
간절한 마음을 허락하여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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