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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무를 찾아서] 빅토리아 수련 꽃 대신 그리움 한 송이가 피어난 그 날 밤
작 성 자 천리포수목원 작성일 2013-08-27 08:40 조회 4,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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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찾아서] 빅토리아 수련 꽃 대신 그리움 한 송이가 피어난 그 날 밤
 
 

  
   [2013. 8. 27]

   호우주의보는 내렸지만, 마른 번개만 잇달아 내리치던 그 날. 한밤 중에 비 내리는 연못에서 피어나는 꽃을 바라보기 위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어스름녘에 길을 나섰습니다. 대개의 꽃들처럼 한 해에 한 번, 그것도 한 송이씩, 겨우 사흘 동안 밤에만 피었다가 지는 꽃입니다. 식물 가운데에는 세상에서 가장 넓은 잎을 가진 빅토리아 수련이라는 이름의 열대 수련 이야기입니다.

   천리포수목원에 빅토리아 수련을 심어 키우게 된 건 얼마되지 않았습니다. 수생식물 그 가운데에서도 수련 종류에 대해 지극한 열정을 가지신 한 전문가의 도움으로 1백 여 종의 수련을 한꺼번에 수집해 수련 전시회를 열면서부터였습니다. 전시회에 들어온 갖가지 열대 수련은 그 동안 보았던 우리 수련들과 사뭇 다른 모습이어서, 기쁨과 설렘으로 하나 둘 살펴보는 재미가 컸습니다. 빅토리아 수련도 그때 들어왔습니다.
 
 
 
 

   말로만 듣고, 교과서에서만 보았던 빅토리아 수련의 꽃이 보고 싶었습니다. 천리포수목원의 지킴이에게 다른 건 몰라도, 빅토리아 수련의 꽃봉오리가 올라오면 곧바로 알려 달라는 청을 넣은 건 그의 넓은 잎사귀를 본 바로 그 순간부터였습니다. 워낙 볼 만한 수련이 많은 탓에 굳이 빅토리아 수련에 집착해야 할 까닭이 많지 않았으나, 오랫동안 말과 글로 익숙했던 빅토리아 수련이 꽃을 피우는 절정의 모습은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기다렸습니다. 짬 되는 대로 외국의 식물 관련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흘긋거리면서 다른 지역의 빅토리아 수련 소식을 기웃거렸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사진 사이트에서 빅토리아 수련의 활짝 피어난 꽃 사진을 보았습니다. 꼭 기억해 두어야 할 사진이라는 생각도 있고, 이 꽃의 신비로운 아름다움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에 우선 페이스북의 담벼락에 빅토리아 수련 꽃 사진을 링크해 공유했습니다. 다음 링크가 그 사진입니다.

   
[빅토리아 수련 꽃 사진]<== 옆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외국 사진 사이트에 올라온 빅토리아 수련 꽃 사진을 보실 수 있습니다.
 

 
   천리포수목원 지킴이 벗들의 소식을 기다린 며칠이 지나고 지난 주 나무편지를 배달한 바로 다음 날 아침, 드디어 개화 소식이 날아들었습니다. 당장에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었으나, 그 날은 움직일 수 없는 일정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꽃대가 하나 올라오면 이어서 다음 꽃대도 올라오리라는 데에 희망을 걸었지요. 그 날부터 천리포수목원 지킴이는 실시간으로 빅토리아 수련 꽃의 개화 과정을 일일이 사진으로 찍어 수목원 홈페이지에 올렸습니다.

   바쁜 일정을 보내면서도 수시로 스마트폰과 태블릿 피씨를 이용해 천리포수목원의 빅토리아 수련 꽃 소식에 몸이 달았지만, 예정된 일정은 포기하기 어려웠습니다. 발을 동동 구르며 지킴이들이 생중계하는 빅토리아 수련의 개화 과정을 사진으로 보며 만족하는 수밖에요. 지금도 천리포수목원의 홈페이지에는 그 꽃의 개화 과정이 생생하게 담겨 있으니, 아래 링크하는 천리포수목원 홈페이지의 빅토리아 수련 꽃 소식을 꼭 보시기 바랍니다.

   
[천리포수목원 홈페이지의 빅토리아 수련 개화 소식] <== 바로 옆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천리포수목원의 빅토리아 수련 꽃 개화 과정을 생생히 보실 수 있습니다.
 
 
 
 
   빅토리아 수련의 꽃은 첫째 날 오후, 해가 저물면 꽃잎을 활짝 엽니다. 그때에는 흰 빛으로 화려하게 피어납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 되면 천천히 꽃잎을 닫습니다. 둘째 날 오후에 빅토리아 수련은 닫았던 꽃잎을 다시 여는데, 그때에는 꽃잎의 빛깔이 보라색으로 바뀝니다. 더불어 꽃잎이 바깥 쪽으로 젖혀지면서 꽃술을 오롯이 드러냅니다. 첫째 날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꽃 모양입니다. 한 해에 딱 사흘 동안만 피어나는 꽃이 짧은 생을 마감할 채비를 갖추는 겁니다.

   보고 싶은 마음으로 몸이 달아오른 채 수시로 지킴이와 전화를 나누며, 사정을 톺아봤습니다. 처음 올라온 빅토리아 수련의 꽃봉오리가 보랏빛으로 꽃빛을 바꾸던 둘째 날, 하나의 꽃대가 새로 올라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새로 올라오는 꽃봉오리는 지킴이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먼저 피어난 꽃송이가 물 속에 잠기게 될 셋째 날, 그러니까, 앞에 이야기한 호우주의보가 내린 목요일 오후에 피어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한 송이는 장렬한 최후를 맞이하고, 바로 옆에서는 새 꽃 송이가 화려한 개화를 보여주게 됩니다.
 

 
   이런 걸 일석이조라 하나요? 사흘 동안 뚜렷한 변화를 보이는 빅토리아 수련의 두 단계 변화를 동시에 볼 수 있다니요. 처음 올라온 꽃송이를 보지 못한 건 분명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그래도 더 큰 수확을 얻을 수 있지 싶어서 마음이 달떴습니다. 일기예보에서는, 큰 비가 내린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호우주의보가 내린다 해도 미룰 수 없는 답사였습니다.

   낮에는 중요한 회의가 있어서 서울에 다녀오고 곧바로 짐을 챙겨 빅토리아 수련 곁으로 떠났습니다. 150밀리미터 정도의 비가 쏟아질 것이라는 예보는 그다지 문제될 게 없습니다. 오히려 비 쏟아지는 연못에서 빗물을 머금고 환하게 피어나는 빅토리아 수련이라면 열대 아마존 지역에서 피어나는 모습에 더 가까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전인수식의 해석을 덧붙이며 즐거운 마음으로 엑셀러레이터를 한껏 밟았습니다.
 
 

   지킴이의 이야기대로 빅토리아 수련의 꽃봉오리는 앙증맞게 물 위로 고개를 내밀고 꽃 필 채비를 마쳤습니다.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하얀 색으로 피어나야 할 꽃잎에 보랏 빛이 선명하게 도는 것이었습니다. 빅토리아 수련의 꽃송이에 보랏빛이 돈다는 것은 어쩌면 낙화 채비를 마쳤다는 이야기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빅토리아 수련의 생태를 아직 잘 모르는 상태이니, 기다려 볼 수밖에요.

   사위가 어둑어둑해지면서 서쪽 바다에서는 마른 번개가 내리치고, 천리포 해수욕장에서는 ‘호우주의보가 내렸으니, 해수욕객들은 자리를 피하고 대비하라’는 마을 방송이 연달아 나왔습니다. 이제 비 맞으며 피어나는 빅토리아 수련 꽃을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높이기는 했지만, 꽃봉오리는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피었던 꽃 송이는 마치 꽃송이가 벌어지는 과정을 맨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을 만큼 빨랐다고 했습니다. 그걸 기준으로 하면 새로 올라온 꽃송이는 아무래도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어두운 밤 홀로 빅토리아 수련 꽃봉오리 앞에서 보낸 그날 밤은 이게 끝입니다. 꽃봉오리는 끝내 열리지 않았습니다. 처음 그대로의 모습으로 아침을 맞이하고 그대로 꽃잎을 다물고 말았습니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열리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돌아서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조금만 하며 잔뜩 앙다문 꽃봉오리에 눈을 맞추고 기다렸습니다. 기다리다 기다리다 페이스북 담벼락에 한 줄 글을 써 올렸습니다.

   “밤에 피는 빅토리아 수련, 꽃 대신 내 마음에 아련한 그리움만 한 송이 피어난다!”

   빅토리아 수련 꽃 이야기는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닙니다. 아직 온실에 남아있는 개체가 있기도 하고, 또 올 여름 지나면 내년 여름에 분명히 올해보다 더 화려한 꽃으로 단장한 빅토리아 수련을 만날 수도 있을 겁니다. 나무는, 꽃은 분명 그렇습니다. 오랜 기다림과 설렘, 그리고 그리움이 전제되어야 그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오히려 단번에 그의 모든 것을 보지 않은 건, 빅토리아 수련 꽃을 더 황홀하게 만나기 위해 꼭 필요한 ‘세상의 모든 생명과의 만남에 꼭 필요한 기다림, 설렘, 그리움’을 쌓아가는 채비였으리라 생각하며 긴 밤을 접었습니다.
 
 

 
   오늘 나무편지의 사진 가운데 맨 위 첫 사진과 맨 끝 사진은 빅토리아 수련이 아니라 천리포수목원의 연못에서 피어난 다른 연꽃의 사진입니다. 빅토리아 수련 꽃의 개화과정은 앞에서 링크한 천리포수목원 홈페이지를 통해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천리포수목원의 빅토리아 수련은 아직 온전히 자리잡지 못한 상태여서 그의 중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인 잎사귀 가장자리가 수직으로 꺾여 올라오는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앞에서 링크한 외국 사진 사이트의 빅토리아 수련 꽃 사진도 함께 보시면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필경 더 아름다운 빅토리아 수련의 온전한 모습을 우리 나무편지 독자 여러분들께 꼭 보여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고규홍(
gohkh@solsup.com) 올림.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는 www.SOLSUP.com을 운영하고 있는 나무칼럼니스트이자 공익재단법인 천리포수목원의 이사인 고규홍 이사가 매주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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