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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무를 찾아서] 삼복더위의 끝자락에서 만난 연꽃 종류들의 여름노래
작 성 자 천리포수목원 작성일 2013-08-13 09:22 조회 5,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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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찾아서] 삼복더위의 끝자락에서 만난 연꽃 종류들의 여름노래
 
 
 
[2013. 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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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요일 아침이면 띄우던 '나무편지'를 오늘은 오후 되어서 띄웁니다. 제게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요, 나무 편지를 띄우기 위해 이용하는 메일링 서버가 접속에 에러를 보인 까닭이었습니다. 받아보시는 분들로서는 별일 아닐 지 모르겠으나 몇 해 째 월요일 아침을 거르지 않았던 저로서는 답답한 노릇이었습니다. 다 작성한 편지를 하릴없이 저장만 해 두고, 오전 중에 급히 볼 일을 보고 와서, 이제야 띄우게 됐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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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복의 끝자락, 말복 날 아침입니다. 지난 며칠 동안 견디기 힘들 만큼 푹푹 찌는 무더위가 이어진 탓에 말복 날 아침이 더 반갑습니다. 뉴스에서는 앞으로도 며칠 폭염이 이어질 것이라고 하지만, 삼복을 넘긴다는 마음 하나만으로도 이제는 ‘괜찮다’ 할 만합니다. 더위도 추위도 마음 먹기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하며 남은 더위를 보내야 하겠습니다. 지난 한 주는 참으로 무더웠습니다. ‘섭씨 40도’라는 표현이 일기예보에 여러 차례 되풀이해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숲을 찾아가는 길도 만만치 않은 날들이었습니다. 한창 휴가를 즐기는 가족 여행객들이 많은 탓에 교통 사정도 안 좋았을 뿐 아니라, 중간에 잠시 쉬러 들르는 휴게소 사정도 혼잡 일색이었습니다. 아마도 한해 중 가장 번잡했던 때가 아니었나 싶었습니다. 날씨만 웬만했더라면 모두가 즐거운 휴가였겠지만, 휴게소 바깥의 뙤약볕을 걷는 사람들 모두의 얼굴에는 더위에 지친 짜증이 묻어났습니다.
 
 
 
  천리포수목원의 숲에서도 그랬습니다. 바다가 내다보이는 숲 그늘에 들어서서 꼼짝 않고 가만히 서 있는데도, 온몸에 땀이 배어나오는 날씨였습니다. 수증기를 잔뜩 머금고 불어오는 바닷바람은 오히려 숲의 바람을 더 후텁지근하게 했습니다. 이 무더운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고 물에서 자라는 식물들이 한창 제 멋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수목원 연못에는 잘 자란 수련 잎들이 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득 찼습니다. 무성한 초록 잎 사이로 피어오른 수련 꽃들이 눈길을 끕니다.


홍련 백련 모아 키우는 습지에도 삼복 더위의 후끈한 열기가 피어올랐습니다. 널찍한 연꽃 잎은 어른 키 높이 만큼 솟아올라 바람에 나부꼈습니다. 소담하게 피어난 연꽃들은 큼지막한 잎사귀 위로 불쑥 해맑은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보랏빛의 홍련과 순백의 백련이 일정하게 나누어진 채 피어올랐고, 천리포 앞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살랑거리는 꽃잎의 군무가 즐거웠습니다. 아직은 홍련보다 유난히 흰 빛으로 피어난 백련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지난 주 나무 편지에서 물왕저수지의 연꽃을 이야기하면서, 가시연꽃도 피었다고 했습니다. 천리포수목원의 습지에서도 가시연꽃이 꽃을 피웠습니다. 사라질 위기에 처해 멸종위기식물로 분류되는 가시연꽃은 지나온 세월의 상처를 잊지 못한 탓인지 세상 탐색에 무척 신중합니다. 쭈글쭈글한 넓은 잎사귀 아래쪽에 날카로운 가시를 숨기고 연못에 숨죽인 채 아침을 맞이하고는 조심조심 햇살을 탐색합니다.

햇살이 퍼지는 걸 알아챈 가시연꽃은 가시투성이의 꽃자루와 꽃봉오리를 꼬무락거리며 가만가만 환상적으로 아름다운 보라색 꽃잎을 엽니다. 가끔은 잎사귀를 뚫고 솟아오르는 꽃봉오리들도 있습니다. 아직은 두어 송이밖에 피어나지 않았네요. 한나절 동안 여름 햇살을 즐기는 가시연꽃의 꽃봉오리는 해가 서쪽으로 조금씩 기울기 시작하는 오후가 되면, 차츰 곱디고운 꽃잎을 다물기 시작합니다. 저녁 무렵엔 아예 언제 꽃이 피었는지 감쪽같이 모를 정도로 꽃잎을 닫지요.
 

 
   수련을 비롯한 대개의 수생식물들이 그렇습니다만 햇살 따라 꽃이 피었다 지는 건 노랑어리연꽃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랑어리연꽃도 가시연꽃이나 수련처럼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이면 꽃송이를 오므립니다. 그래서 이 종류의 꽃들을 제대로 만나려면, 이른 아침부터 해가 중천에 오르기 전까지인 오전 시간에 찾아보는 게 좋습니다. 햇살 따라 움직이며 생명의 기운을 일으키는 꽃들의 생태 시계는 그렇게 흥미롭습니다. 그런데 최근 천리포수목원에서 새로 수집한 열대수련 가운데에는 해 진 뒤의 밤에 개화하는 종류도 있습니다. 그걸 따로 ‘야간개화종’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올 여름을 맞이하면서, 열대수련을 비롯해 백 여 종류의 수생식물을 새로 수집해 전시 중입니다. 천리포수목원에서 만난 노랑어리연꽃도 오래 전부터 보아왔던 우리의 노랑어리연꽃과 생김새가 다릅니다. 노란 꽃을 피우는 노랑어리연꽃이나 흰 꽃을 피우는 어리연꽃의 물 위로 솟아오른 꽃의 꽃잎처럼 보이는 부분은 꽃잎이 아닌 꽃받침인데, 그 꽃받침 부분이 뚜렷하게 다릅니다. 노랑어리연꽃의 꽃받침보다 갸름하고 틈이 벌어져 있어서 꽃받침 가장자리에 난 털이 유난히 돋보입니다.
 
 

 
   지금 천리포수목원에 수집해 전시 중인 수련 중에는 세상에서 가장 넓은 잎을 가졌다는 빅토리아 수련도 있습니다. 잎 한 장의 지름이 무려 2미터에 이르고, 잎 가장자리가 거의 직각으로 꺾이며 오므라드는 특징을 가진 수련이지요. 물왕저수지에도 빅토리아 수련을 따로 모아 전시하고 있었지만, 역시 이른 아침에 살짝 꽃이 피었다 지는 빅토리아 수련의 꽃을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아직 여름 볕이 모자란지 천리포수목원의 빅토리아수련은 아직 꽃을 피우지 않았습니다.

빅토리아수련 꽃은 좀더 기다려야 하겠지만, 다문다문 피어나는 수련 꽃 가운데에는 그 동안 보지 못했던 특별한 종류들이 있어서 눈길을 끕니다. 무엇보다 노란 색으로 피어난 수련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흰 색과 분홍 색의 수련은 자주 보았던 종류이고, 푸른 빛이 강한 보랏빛 수련은 지난 주 편지에서도 보여드렸습니다만, 노란 색 수련 꽃은 흔치 않은 종류입니다. 사진의 수련 꽃은 ‘선라이즈’라는 이름을 가진 품종입니다.
 

 
 
 물 바깥에서도 여름 꽃들이 한창입니다. 유치하다 해도 될 만큼 화려한 꽃을 피웠던 원추리 종류의 꽃들이 모두 지고 나니, 나리 종류의 꽃들이 올라왔습니다. 넓고 길쭉한 꽃잎을 근사하게 휘감아 올리고 그 가운데에 매혹적으로 비어져나온 꽃술을 매단 모습이 돋보입니다. 꽃잎에 점점이 새겨진 까만 점박이 무늬가 마치 살아있는 짐승의 꿈틀거림을 연상하게 할 만큼 강렬합니다.


천리포수목원의 원추리 종류가 그랬던 것처럼 나리 종류 역시 매우 종류가 많습니다. 얼핏 보아서는 비슷해 보이지만, 전체적으로 자라는 키에서 차이가 있다거나 꽃잎의 반점이 다른 종류가 있습니다. 물론 빛깔과 무늬에서도 차이를 보이는 서로 다른 종류가 많이 있습니다. 나리 꽃은 이제 시작이니, 다음 순서로 피어나 눈길을 사로잡을 가을 꽃들이 올라오기 전까지는 아마 천리포수목원의 주인공으로 도도하게 여름을 지킬 겁니다.
 
 
 
 
  빛깔이 전혀 다른 나리 종류 가운데에 분홍 빛의 나리 종류도 꽃을 피웠습니다. 이제 막 개화에 접어든 이 종류는 1미터 정도 솟아오른 줄기에 꽃봉오리를 제법 여럿 피워 올렸지만, 완전히 꽃잎을 연 건 고작 두 송이 뿐입니다. 차츰 이 무더운 여름을 분홍의 아름다운 빛깔로 마무리할 태세입니다. 그렇게 천리포수목원의 숲에는 여름이 뜨겁게 흐릅니다. 습하고 무더운 채로 머무르는 우리의 여름 빛깔이 조금씩 짙어지고, 그 빛깔 따라서 가을이 차츰 다가오겠지요.

무더위 지나면 천리포수목원에는 어떤 꽃들이 올라올까 생각하게 됩니다. 성마르게 가을을 기다리는 때문이겠지요. 이 아름다운 숲의 가을을 불러올 식물은 무엇보다 상사화 종류들입니다. 잎사귀 한 장 없이 꽃대만 불쑥 올라와 피어나는 슬픈 꽃송이들이 기다려집니다. 상사화 피고지면 이어서 꽃무릇이 피어나겠지요. 벌써 듬성듬성 피어난 상사화 몇 송이 앞에서 사뭇 가을 숲의 꽃 노래가 그리워집니다. 
 
 

 오늘은 좋은 음식으로 복달임 잘 하시고, 남은 무더위 잘 이겨내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고규홍(
gohkh@solsup.com) 올림. 
 
 
'솔숲에서 드리는 나무 편지'는 www.SOLSUP.com을 운영하고 있는 나무칼럼니스트이자 공익재단법인 천리포수목원의 이사인 고규홍 이사가 매주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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