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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식물이야기] 23. 밤에도 피어 있는 나라꽃 무궁화 ‘심산’
작 성 자 천리포수목원 작성일 2013-08-05 10:52 조회 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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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포수목원 식물이야기」
 
 

23. 밤에도 피어 있는 나라꽃 무궁화 ‘심산’
 
 
최수진_ 천리포수목원 홍보팀장
 
 
직장인에게 8월은 휴가로 재충전을 하는 달이고, 학생들에게 8월은 한창 방학을 즐기는 달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 8월은 가장 슬픈 달이자 가장 기쁜 달이다. 1910년 8월 29일은 27대 519년을 이어오던 조선왕조가 멸망한 날이자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국권을 상실한 치욕의 날이다. 그리고 1945년 8월 15일은 유례없었던 일본의 폭압과 착취로부터 독립을 한 날이고, 1948년 8월 15일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날이다. 그리고 8월은 전국의 무궁화가 흐드러지게 피는 달이기도 하다. 역사 속 무수히 많은 영웅들의 소리없는 함성을 들은 까닭일까? 우리나라꽃 무궁화는 8월에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나라꽃의 의미
 
 
무궁화는 영국의 장미, 일본의 벚나무처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화(國花)이다. 나라꽃의 기원에 대해 정확히 고증된 바는 없지만 대체로 단군조선이 세워지기 이전시대부터 자연스럽게 겨레의 꽃으로 여겨왔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우리나라 어디서나 자라고, 담장이나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임에도 불구하고 나라꽃 무궁화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국화로 지정된 무궁화는 특정 1개의 나무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무궁화의 화색에 따라 몇몇 계통으로 구분되는데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에서 육종한 홑꽃의 ‘백단심계’나 ‘홍단심계’에 속한 무궁화들을 통틀어 나라꽃으로 여긴다. 쉽게 풀어보면 겹꽃이 아닌 홑꽃이되 흰 꽃잎에 붉은 단심이 있거나, 분홍색의 꽃잎에 붉은 단심이 있는 경우만 나라꽃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단심이란 무궁화 꽃잎 중앙부분의 붉은 색의 무늬를 뜻한다. 흥미로운 것은 일본인이 만든 무궁화는 외형적인 조건을 갖추더라도 국화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일제 시대에는 민족의 역사와 함께 자란 식물이니, 무궁화를 통해 민족 정신을 더욱 고취시키고 무언의 저항정신을 표시한다고 하여 무궁화는 물론 그 도안까지 가혹한 수난을 겪었다. 보기만 해도 눈에 핏발이 선다는 거짓선전과 손에 닿기만 해도 부스럼이 생기고, 진딧물이 많아 가까이 하면 안된다는 등 갖은 말로 탄압을 했으니, 지금도 그러한 오해를 받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여기에 한 술 더떠서 몇 해전에는 TV속 스포츠 경기 전 애국가 배경화면에도 줄곧 곁꽃의 무궁화가 소개되었다하니, 나라꽃을 제대로 이해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100일 넘게 새로운 꽃을 피우는 나무
 
 
무궁화는 7월부터 10월 초순 서리가 내릴 때까지 장장 100여일 넘게 매일같이 새로운 꽃이 핀다. 꽃 한송이의 생명은 하루에 지나지 않지만, 날마다 새로운 꽃들이 피어 끝없이 핀다는 뜻에서 무궁화(無窮花)라 이름 붙여졌다. 보통 오전 6시에 피어 오후 5시면 다소곳이 꽃잎을 여민다. 그래서 무궁화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동이 트면서 청초하게 꽃을 피우는 오전이 좋다. 무궁화 육종의 선구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심경구 박사는 10년 키운 홍단심계나무에서 과연 몇 송이의 무궁화 꽃이 피는지를 조사했는데, 무려 3,000송이가 피었단다. 한 그루의 무궁화를 10년 정도 키우면 여름 내내 은은한 기품의 꽃을 3,000개나 볼 수 있으니 이 보다 경제적이고 관상가치 있는 나무가 또 어디 있을까?
  
 

36시간의 개화
 
 
성균관대 조경학과 심경구 명예교수(무궁화와 나리연구소 대표)는 1991년부터 4년간의 연구 끝에 36시간이나 개화를 지속하는 무궁화를 개발했다. 개발의 동기가 흥미로운데, 한 여름밤에 장미 축제도 있고, 벚꽃 축제도 있는데 여름에 꽃을 많이 피워도 변변한 축제조차 없고, 밤에는 더더욱 꽃이 져버리니 민족적 자존심에 자극을 받아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일반 무궁화와 다르게 오전 5시에 피어 다음날 저녁 6시까지 개화가 지속된다. 밤에도 꽃을 피우니, 무궁화 밤 축제도 이제 먼나라 이야기 만은 아니다. 심교수는 독립운동가이자 성균관대학교 창립자인 김창숙(金昌淑)의 호를 따서 무궁화 ‘심산(心山, Hibiscus syriacus 'Shimsan')'이라고 명명했다. 다른 무궁화에 비해 잎이 두껍고 표면이 매끈해 병충해며 공해에도 강하니 도심조경으로도 그만이다. 무궁화의 아름다운 변신이 아닐 수 없다.
 
 
꼭 무궁화 ‘심산’이 아니어도 좋다. 8월에는 생활주변에서 우리 겨레와 함께 살아 온 무궁화를 찾아보고 관심을 가져보자. 수많은 역경과 고난을 극복하고 당당하게 꽃을 피워 우리를 반겨줄 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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