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포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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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객원 칼럼니스트 정원일기] 대덕넷에 기고된 이석봉 회원의 글입니다.
작 성 자 천리포수목원 작성일 2012-07-02 14:27 조회 2,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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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단상]세상에 어떤 '선물'을 남겨놓고 가시겠습니까?
천리포 수목원 민병갈 원장 10주기 맞아 수목장
300년 뒤 내다보고 '푸른 보석' 이 땅에 '선물'



다음 세상에서 '개구리'로 환생한다면 어떠시겠어요, 혹 그런 생각해 보신적 있으신가요? 3백년 뒤를 내다보고 하시는 필생의 업을 갖고 계십니까? 이 나라에서 산 것에 감사하셔서 '선물'을 남기시고 떠날 계획이 있는가요?

이 세 가지 질문은 자신이 태어난 나라가 아니라, 못 먹고 헐벗은 후진국을 제2의 조국으로 삼고, 이 땅을 가꾸기 위해 노구를 이끌고 헌신하던 한 사람이 오늘날 우리에게 남긴 화두이기도 합니다.

기독교에서는 부활절이라는 지난 8일 충남 태안의 천리포 수목원에서는 특기할 만한 행사가 하나 열렸습니다. 바로 설립자인 민병갈 원장의 수목장이 그것입니다.

민 원장은 지난 2003년 돌아가셨습니다. 본인은 한 평의 땅이라도 묘지로 쓸 것이 있으면 나무를 심으라며 화장하라고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그러나 주변 사람들이 안타까움에 묘를 썼다가 10주기를 맞이해 유골을 수습해 이번에 본인의 원대로 자연으로 되돌아 가게 된 것입니다.

이번 수목장을 지켜보며 민 원장의 유지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됐습니다. 그 분의 일생은 3가지 단어로 축약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개구리. 결혼 대신에 택해 후반생 30년을 바친 천리포 수목원을 너무도 사랑해 그는 다음생에서는 개구리로 돌아와 천리포 수목원 연못에서 자연과 더불어 사시겠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습니다. 대개의 사람들은 죽어 다음 생이 있다면 다시 사람으로 환생하기를 바라지만, 당신은 자연 그 자체인 개구리를 원하셨습니다.그의 천리포 수목원 사랑이 죽어서도 이어짐을 알 수 있습니다.

◆ 못난 땅을 제2 조국으로 선택한 진짜 한국인

다른 하나는 3백년입니다. 1979년 대한민국 최초의 귀화 외국인으로서 자신이 후반생을 살게된 대한민국의 3백년 뒤를 내다보고 천리포 수목원을 조성하는 사업을 50대에 시작합니다. 당시로서는 인간의 수명을 60대 혹은 길어야 70대로 보기에 50대는 무엇인가를 새로 출발하는 시기가 아니라 정리하는 단계로 여기는 상황이었습니다.

소금기가 묻어있고, 표토층이 30cm에 불과해 나무가 자라기 어려운 박토에서 오늘날 '서해안의 푸른 보석'이라고 이야기되어지고, 세계적 수목원으로 자리매김한 천리포 수목원 조성 작업의 첫 삽을 떴습니다.수목원을 해서 나오는 돈은 한 푼도 없었습니다. 종자를 모으고, 외국 학회에 한국 품종을 알리고, 새롭게 땅을 매입하고, 식물학도를 유학 보내 인재를 키우고..., 이 모든 일들은 오로지 민병갈 원장 스스로의 힘으로 해나갔습니다. 정부를 비롯해 공공의 지원은 하나도 받지 않았습니다.

그 어려운 길을 가면서 그는 3백년 뒤를 내다보았습니다.
"나는 3백년 뒤를 보고 수목원 사업을 시작했다.나의 미완성 사업이 내가 죽은 뒤에도 계속 이어져 내가 제 2의 조국으로 삼은 우리나라에 값진 선물로 남기를 바란다."
그의 유언 가운데 하나입니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얼마나 앞을 내다보고 살고 있는가를 물어보게 됩니다.
그가 여유있는 환경이었기에 앞을 내다볼 수 있었다고요? 그또한 수중에 가진 돈은 얼마 없었습니다.그러기에 80대에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증권사 고문으로 현역에서 일을 하셨고, 주식투자로 돈을 벌어서 수목원 살림비를 마련해야 했습니다.

나머지는 '선물'입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푸른 눈의 한국인, 진짜 전라도 사람 인요한씨는 자신의 집안과의 일화를 밝히며 말합니다.

"민병갈 아저씨는 저희 집안의 은인이십니다. 선교사인 아버지가 유산으로 받은 1만 달러를 종잣돈으로 하여 우리 6남매의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해 주셨습니다. 또 돌아가시기 직전에도 저를 만나면 귀화를 종용하셨습니다. '아직도 미국 여권 갖고 있냐? 한국 오갈 때 귀찮은데 왜 그러냐? 빨리 귀화해라'.아저씨는 한국을 선택했습니다, 제 2의 조국으로.그런데 지금처럼 잘 먹고 잘 사는 때 택하신 것이 아닙니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삶의 질을 자랑하고, 한국은 전쟁으로 최악의 상황일 때 한국을 택하신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아저씨는 자신을 받아준 한국에 대한 보답으로 수목원이란 '선물'을 남기셨습니다. 우리는 각자, 이 사회에 무슨 '선물'을 남기고 떠날까요?"

인요한씨의 말처럼 우리는 과연 어떤 선물을 이 나라에 남길 수가 있을까요? 저는 선물을 남긴다는 생각 자체를 해보지 못했음을 고백합니다. 그저 이 땅을,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마음껏 쓰고 누리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했지, 그러다가 죽으면서까지 공해를 남길 생각을 했을 따름입니다. 남기고 간다는 것이 기껏해야 자식들에게 몇 푼의 유산을 남기고 간다는 것만을 머리에 떠올렸습니다. 이 땅을 위해, 지구를 위해 삶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무엇인가 '선물'을 남긴다는 발상은 아예 못했습니다. 인생의 새 화두입니다.

◆ 과학계, 기득권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과학계의 현실을 다시 돌아보게 됩니다. 개구리, 3백년, 선물이란 세 개의 화두를 갖고. 이 땅에서 태어나지 않은 사람도 자신의 기득권을 챙기려고 한 것이 아니라 후손을 내다보고, 자신을 버리며 평생의 일을 했는데 과연 우리는 어떤가 하고. 혹 더 많은 연구비를 타내는데 온 신경을 다 쓰고 있고, 내 주머니를 조금이라도 더 채우려 하고 있으며, 현재의 권력과 명예를 탐하고 있는 것인 아닌가 하고. 19대 의원으로 당선된 이공계 관련분들도 국민들로부터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 만큼 국민들께, 나라에 선물을 남겨주시는 것도 멋진 일이 아닐까 여겨집니다.국민들이 바라는 선물은 큰 것이 아닙니다, 진정성이 담긴 소박한 것입니다.

미래를 생각하고 3백년, 4백년 뒤를 내다보며 씨앗을 뿌린다면 무엇일까하고 자문하게 됩니다.
인간의 삶에는 현재 갖고 있는 권력이나 명예 그 자체로 빛나는 삶이 있습니다. 이와는 다르게 당대에는 빛이 나지 않았지만 세월이 갈수록 가치가 높아지며 빛을 발하는 삶이 있습니다. 전자는 자기를 주인공으로 놓은 사람이고, 후자는 자신이 살고 있는 공동체 혹은 필생의 업을 삶의 주인으로 놓은 사람이 아닌가 합니다.

이날 수목장 행사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고인의 유지를 기렸습니다. 바람도 많이 불었습니다.수목원에서 일하는 사람이 말하네요,' 원장님이 오셨나봐요, 그닥 바람이 많이 안부는데, 평소와는 다른 것이'. 행사중에는 바로 옆에 있는 논에서 개구리 우는 소리도 들렸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바람에서, 개구리 소리에서, 나무에서 그의 존재를 느낍니다. 민 원장은 자연으로 돌아가셨지만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있습니다, 삶의 향기로!

원문보기: <embed src="http://api.v.daum.net/static/recombox2.swf?nid=28095711&m=1" quality="high" bgcolor="#ffffff" width="400" height="58" type="application/x-shockwave-flash"></emb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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